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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월호 | 작가 리뷰 ]

이자영_ 각角 으로 빚은 합, 판으로 세운 파빌리온
  • 차윤하 기자
  • 등록 2025-10-31 15: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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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의 합 디자인전》

9. 17. ~9. 22. 갤러리 은 


이자영은 합을 만든다. 판을 짜고 이를 이어붙인 다음 미리 계산해둔 각도에 따라 다각형 구조를 만들어낸다.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은 8년 만의 귀환이다. 이전 전시에서 그는 물레 성형으로 합을 선보였으나, 이번에는 판성형으로 방향을 전환한 작업들을 선보였다. 기술적 방향 전환을 통해 합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엿 볼 수 있다.

도자 작업을 잠시 내려놓았던 시기, 이자영은 목공예와 만났다고 한다. 나무를 자르고 각을 맞춰 구조를 세우는 목공예의 접합 방식은 그에게 새로운 조형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작은 공간에서도 작업이 가능하고, 물레에 비해 신체적 부담도 적은 판성형은 자연스러운 대안이 되었다.

처음에는 정사각형 합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오각형·구각형·11각형 등으로 확장했다. 각도 계산을 스스로 찾아내며 수업에서 활용했고, 이 과정을 정리한 책까지 출간했다. 이처럼 판성형은 제작 기법의 전환을 넘어, 학문적 탐구와 교육적 실천으로 이어진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합의 스펙트럼」은 다각형 합의 기본 원리를 실제로 구현한 연작이다. 스태킹Stacking 기법을 활용해 기초가 되는 3단 구조에서 출발하여 10단까지 확장하며 수직으로 쌓아 올린 합 작품이다.



이자영은 흙을 다루는 과정에서 ‘맑은 물’을 강조한다.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맑은 물만이 흙과 흙을 온전히 결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리판 이 물을 매개로 단단히 붙는 원리와 같으며, 그에게 물은 순수한 관계를 보장하는 매개체가 된다.

또한 그는 스펀지질을 철저히 배제한다. 대부분의 작업자 가 표면을 정리하기 위해 스펀지를 사용하지만, 그는 손과 나무 도구로만 표면을 다듬는다. 손끝의 감각은 흙의 질감을 존중하면서도 안정시킨다. 편리함보다 감각의 진실을 우선하는 이 태도는 그의 도예 철학을 구현하는 핵심 방법론이다.

그가 말하는 합은 맞춤의 과정이다. 뚜껑과 몸체의 결합뿐만 아니라, 흙과 유약, 사람과 사람의 관계까지 포괄한다. 과연 기술과 철학은 분리될 수 있는 것일까? 그에게 기술은 관계를 성립시키는 철학적 조건이다.


「햇빛 보자기」


합盒은 한국 도자사에서 기능과 의례를 함께 짊어진 기물이다. 뚜껑과 몸체가 정확히 맞아야 완전해지는 합은, 곡식을 담거나 제례에 쓰이는 실용성과 동시에 정교한 맞춤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러나 작가에게 있어 합은 기물의 범주를 뛰어넘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합의 파빌리온’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합을 휴식과 머무름의 공간, 곧 파빌리온으로 확장한 것이다. 전시장의 합들은 담는 용기를 넘어 삶의 공간을 상징하는 구조물로 제시된다. 전시실 자체가 파빌리온이자, 합의 의미가 관계와 공존의 철학으로 확장되는 장인 것이 다. 9개의 합으로 구성된 「9개의 방이 있는 ‘흙’」은 하나하나가 모두 방이자 흙덩이이고, 동시에 기억이다. 각각의 합은 닫히고 열리는 구조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모이고 나뉘며 또 다른 조형이 된다.


「9개의 방이 있는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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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자영은 명지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이플갤러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문경전통찻사발공모전 금상(2013), 남북코리아 국제미술전 금상(2018), 대한민국분청도자대전 금상(2024) 등 국내외 주요 공모전에서 다수의 수상을 기록했다. 그의 작품은 문경도자기박물관, 중국 길림성황미술관, 키르기즈스탄 국립박물관, 계룡산철화분청사기연구원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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