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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월호 | 작가 리뷰 ]

이헌국 「110년의 시간여행」에서 미래를 가늠하다
  • 최승훈 前 대구미술관장
  • 등록 2025-10-31 14: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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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국 조형예술 55년 《무궁전》

9. 18. ~9. 26. 한전갤러리


「이승만 박사–건국 대통령」 50×66cm | 2009~2012


이헌국 교수의 반 세기를 넘는 긴 시간에 걸친 조형연구를 살펴보며,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선뜻 펜을 들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작업이 워낙 넓은 영역에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확연하게 나눌 수 있는 여러 유형으로 이루어진 작업 속에서 신중하게 그의 일관된 입장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2012년에 간행된 도록에서 그는 자신의 시기별 작업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1976년 ∼ 1980년 : 우리나라 현대도예의 여명기와 나

1987년 ∼ 1895년 : 잉태를 위한 하모니적 표현  

1996년 ∼ 2005년 : 생성의 확장에 따른 존재 의미  

2006년 ∼ 2011년 : 인간 미학의 물리학적 연구

2012년 이후 : 우리 민족 삶의 지혜와 가치성


이처럼 그는 스스로를 찾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점차 시야를 넓혀 민족문화 또는 도예문화에 관련한 근원적인 제문제에 관심을 두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를 단순히 ‘도예 하는 사람’이라고 관념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관심을 두고 진행해 온 연구 영역의 폭과 깊이를 충분히 알 수 없게 된다. 그의 작업세계는 일반적으로 쉽게 연상되는 ‘그릇 빚는 사람’, ‘도공’, ‘장인’의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그를 일컬어 ‘도예가’라고 하는 것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단순히 그렇게만 판단하기에는 그의 세계는 기존의 도예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뛰어넘는다.


「다함께 행복하세」 25×25×35cm | 풍선기압기법


따라서 ‘도예’라는 기존의 틀 속에 그를 위치시키고 ‘도자공예’라는 답습되는 정의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면 그의 방대한 작업 성격을 구명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게 된다. 자유로운 창작의 본질은 훼손되어 버리고, 귀중한 창작가치를 가려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겐 이러한 문제에 대한 보다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 즉, 도예를 기반으로 출발하고 이후 확장된 예술개념으로 발전해 가는 새로운 세계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는 그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 시각예술계의 상황을 살펴보면, 새로운 용어가 등장함을 알 수 있다. 즉 ‘미술’이라는 개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조형예술’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새로운 개념,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게 되는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큰 사회문화적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인류 사회는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그 발전이란 일상적인 작은 변화에서부터 사회문화적 제 영역에서의 모든 변화를 말한다. 대개 보편적인 사회 공통의 가치는 긴 세월에 걸쳐 변함없이 유지될 수도 있지만,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어 인지 영역에서 급격하게 변하는 오늘날과 같은 초정보화 사회로의 발전 과정에서는 과거의 개념을 현재에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현재진행형의 예술 경향을 과거의 미술 분류 체계와 개념으로는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주를 향한 날개짓」 135×54×2cm | 2025


기존의 미술에 대한 여러 구분은, 철조, 목조, 석조 등의 재료로 구분되는 조각, 또 서양화, 동양화로 나누는 회화, 섬유, 도자, 목칠, 금속 등 여러 종류의 공예, 그리고 여러 구분의 디자인 영역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각적인 요소 외에도 다원적 예술로서 인간의 오감을 통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크리스토(Christo Javacheff, 1935~2020)는 섬, 건축물, 교량 등에 천을 덮어 씌우고 계곡에는 수많은 인원을 동원하여 큰 천을 늘어뜨리기도 했다. 그뿐인가. 요셉 보이스 (Joseph Beuys, 1921~1986)는 사람들을 동원하여 길가에 나무 심기 운동을 하고 또 삽 들고 오랜 시간 서 있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존 케이지(John Cage, 61912~1992)는 공연 시간에 나타나 피아노 덮개를 덮더니 조용히 앉아 있다가 정해진 시간 4분 33초가 경과하자 덮개를 열고는 공연을 마쳤다. 또 그의 제자 음악가들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했다. 이런 행위들에 대해서 기존 미술 구분으로는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과연 미술인가 아닌가. 미술이라면, 서양화인가 동양화인가 아니면 조각인가. 이렇게 난해하고 충격적으로 나타난 예술가들의 시도 앞에 관객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더구나 오늘날의 초정보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작품들은 더욱더 현란하다. 그러니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식과 이해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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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헌국은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에서 30여 년 간의 교수 재직기간 중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초대 원장과 예술디자인대학 초대 학장을 지냈다. 개인전 17회와 국내외 다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저서로는 『도자기 공예』, 『예술과 테크놀로지』, 『이헌국 조형예술』이 있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고황명예교수와 일학현대도예개발원 대표, (사)서울미술협회 수석 상임고문과 제21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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