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8월 15일 인천 주안에서 태어나 성장한 이부웅은 전통도예와 현대도예의 미적요소를 조화시켜 한국고유의 문양과 색채감 등을 소박한 형태의 항아리에 담은 대한민국의 1세대 도예가이다. 그의 작품은 다른 현대도예가와는 다르게 청자와 백자 등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도색에 현대적 색감을 조화시켜 소박한 미를 자아낸다. 이것은 그의 인격과 한결같은 창작의욕이 반영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부웅(1942~2025)
이부웅은 홍익대학 미술학부에서 도예의 기초를 배우고 이어 인천소재의 중앙도자기공장에서 직접 도예가로서 업적을 쌓아 올렸다. 사실 그는 홍익대학교 지리학과 체육 특기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1962년 학과가 통폐합되면서 미술대학 공예학부로 편입하게 되었다. 그가 전공으로 도자기를 선택한 데에는 중앙도자기공장을 비롯해 대한도자기, 동국도자기, 조선도자기 공장들이 즐비한 도자기 촌에서 성장했기에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당시 도예시설과 기술이 열악했던 대학을 대신해 방학이면 중앙도자기공장에서 산업현장을 경험하며 산업도자의 기술과 유약을 접했다.

「적철유호박꿀단지」 18×18×20cm | 백자토, 적철유 | 1982
졸업 후 중앙도자기공장의 연구실과 제형실에서 재직하며 한국 고유의 문양과 현대적 색채감을 결합한 예술도자를 맡아 특수미술타일을 제작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그가 시도한 것은 학구적인 도예가로서 전통도예의 미를 현대의 생활용기에 어떻게 재현시켜 미술적 도자기를 양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미술과 대량생산이라는 같지만 다른 이질적인 요소를 조화시키는 것으로 18세기 말 이후 침체상태에 있는 한국도예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기 위해 전심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곧 한국전통도예의 기술을 재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젊은 도예가의 양성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을 깨닫고 중앙도자기공장을 퇴직하고 인천의 동산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이직하여 고등학생들에게 도예의 기초를 가르치는 등 후진양성에 열정을 쏟았다. 그는 인천 교외에 석유 가마를 짓고, 스스로 흙을 준비해 물레를 돌리고 가마에 불을 지피는 등 도예에 관한 미지의 세계를 젊은 고등학생들에게 체험시켰다. 이러한 교사로서의 이부웅의 노력은 곧 단국대학의 경영자들에게 인정받아 동대학에 초빙되어 도예가를 희망하는 젊은 대학생들을 지도하게 되었다.
한편 그는 인천 교외의 계양산자락에 본격적인 작업장을 설비하여 도예가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1972년 홍익대학 대학원의 석사논문으로 다루었던 연구주제는 한국 남부지방의 옛 가마에서 제작된 이도다완의 눈박이 사기에 관한 연구였다. 그는 고등교육을 받은 학식 있는 도예가로서 도자에 대한 학구적 탐구에 전념하였지만 그의 작품을 성격 짓는 특징은 태어나면서 흙의 향기를 풍기는 소박한 그의 심성에 있다.
「녹청자초화문상감발」 30×30×20cm | 청자토, 녹청자유 | 1990년대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 중이던 이경성님이 『アジア公論』(아시아공론, 1982년 2월 호)에 한국의 도예가를 소개한 기고에 의하면, 그의 작품의 특징은 우선 형태와 색채의 일체감을 실현한 기법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의 형태미는 한마디로 꾸미지 않는 소박함에 있다. 소박한 미란 세련되지 않은 것에 매력이 있고, 정리가 되지 않은 듯하면서 사물의 본질을 버리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꾸미지 않은 순박한 촌부村夫와 같은 인상을 받지만 그것은 시간에 쫓기는 도시인의 생리가 아닌 영원과 대화하는 인간에게서 느껴지는 것이다. 그의 작품의 선과 면 그리고 각 등은 철저한 계산을 바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경험으로부터 얻은 지혜의 산물이다. 그러한 면에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끝이 없는 그윽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의 작품의 핵심을 달성하는 색채는 백계통, 그중 황갈색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녹청자의 유백색이다. 우리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따뜻한 빛을 목표로 하는 그의 작품에서 백색의 색채미는 쓸쓸한 그 형태와 더없이 잘 조화된다.
「투각등」 17×17×25cm | 백자토, 투명유 |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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