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에서 그윽한 부처의 미소가 보이고 때로는 짓궂은 도깨비의 표정이 보이기도 한다. 강형자 작가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토우로 도예 인생을 시작했다. 늘 새로움을 쫓고 변화에 두려움이 없던 그의 작품은 우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판타지 속 새로운 세계로 뻗어 나갔다. 갇혀진 틀이 없고 표현에 한계도 없는 작업을 추구하는 작가는 오늘도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해 흙을 만진다.

「아기장수」 가변크기 | 석기질 태토, 백토, 수금, 코일링, 슬립캐스팅, 1250℃ 환원소성 | 2021
토우로 시작한 도예의 길
흙을 만지며 놀고, 풀을 뜯어서 인형을 만들기도 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은 강형자 작가를 도예로 이끌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 때 시름을 잊었다고 한다. 토우 작업을 계속하다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해 도예를 공부했다. 학부에서 도예를 전공하지 않은 늦깎이 학생으로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하지만 뒤늦은 공부에 힘든 줄 몰랐고 학교와 작업실을 오가며 도예에 열중했다. 교수님들의 가르침과 작품에 대한 피드 백은 작가가 도예에 더욱 정진하게 된 계기가 된다.
토우로 도예를 접하고 흙인형공모전에서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토우는 작가 작품의 일부분이다. 처음 도예를 시작했을 때는 생업으로 토우를 만들었다. 토우를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하고 박물관 디오라마 작업도 많이 했다. 작가가 작품으로서 보다 집중하는 것은 입체적인 도자 조각이다. 초기에는 단순하게 감각에만 의지해 작업을 하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작품에 심도가 깊어졌다. 새로운 소재도 접목시켜 보고 조금씩 변화를 주기도 하면서 작가의 작품은 계속 새로운 틀을 깨고 있다.

「‘이’ 잡는 여자아이」 석기질 태토, 유약, 러스터, 1250℃ 산화소성 | 2018
판타지 속에서 새롭게 변해가는 ‘나’
작가의 작품은 인간 형상을 닮았지만 얼굴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우화적인 특성이 들어가 있다. 판타지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동화 속 인물처럼 표현되기도 한다. 작가에게 위안과 따스함을 주던 흙은 막막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게 한 또 다른 ‘자아’로 작품을 통해 꿈과 환상을 대변해 주는 아바타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몸의 움직임이나 눈에서 보여지는 분위기 등 형태가 가지고 있는 느낌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그다음에 얼굴 안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만들어진 형태에서 부수적으로 계속 추가되어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기 때문에 작품이 한 번에 완성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나의 형상을 복제해 나가며 그 안에서 다양한 표현을 하며 1년여를 작업한 작품도 있다. 독특한 작품을 추구하는 작가의 고민은 캐릭터의 성격이 강한 표현과 화려한 색감으로 완성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 때로는 고통과 충격을 ‘이깨비’라는 물신을 만들어 표현한 ‘이깨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와 ‘도깨비’의 합성으로 탄생한 캐릭터로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고 나서 몹시 뚱뚱해진 몸과 다리를 단순화시켜 제작했다. 판타스틱적인 물신과 그 물신에 유혹되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작품에 녹여내어,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화려하지만 내면에는 부서지고 깨지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 형상을 닮은 이미지는 현실에 대한 탈출과 회피로 드러나지만 작가는 상상력이 기반이 되는 판타지를 더해 현실 도피가 아닌 극복의 의지를 작품에 반영한다.

「‘이’ 잡는 아이」 27×29×88cm | 석기질 태토, 색유, 1250℃ 산화소성 | 2018
판타지와 상상이 기반이 된 독특한 작가의 작품은 예순이 넘은 작가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 감각을 자랑한다. 실제 공모전에서 어떠한 이력도 기재하지 않고 작품만 출품했을 때 굉장히 젊은 작가로 오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지루함을 가장 경계하는 작가의 작업 특성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작가의 작품은 늘 새롭다. 실험적이고 작품을 통한 모험도 즐겨하는 만큼 새로운 감성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중요한 작업을 앞두고는 전시를 찾는 편이다. 최신 경향도 캐치하고 다른 작품들을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한다. 도예 전시보다 영상, 회화 등 다른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아트페스티벌인 ‘어반 브레이크’는 꼭 챙겨서 방문한다고 한다. 젊은 작가들의 창의성에 놀라고 대담한 작품에 충격도 받아, 그곳에서 받아 온 에너지를 고스란히 작품에 넣어 재도전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

「뚱이」 25×22×103cm | 석기질 태토, 코일링, 1250℃ 장작가마소성 | 2024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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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형자는 동덕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크라운해태 흙인형공모전 대상(2007),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국제공모전 동상(2021), 아시아프 히든 아티스트(2022) 등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세 번의 개인전과 50회 이상의 그룹전을 가졌으며, 청주문화제조창, 신구대학교 박물관, 크라운해태 본사, 제주500년이야기박물관,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밀양고택(손병순 고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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