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히 확장하는 도자우주
도예가 김호정의 작업은 도자의 기원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에서 비롯되었다. 작가의 관심은 고대의 유물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언어로, 자신만의 스타일로 창조하는 것이다. 흙을 주된 매체로, 기를 빚기도 하고 페인팅을 하기도 한다. 그의 작업 세계는 우주처럼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 김호정 작가가 대표작으로 꼽은 「Flow Blue」 시리즈는 새하얀 바탕의 기에 파란색 문양이 불규칙하게 자리한다. 점, 선, 면이 한
데 어우러진 이 문양을 들여다보면, 신기하게도 움직이는 것 같다. 물에 녹지 않고 가라앉고 있는 작은 덩어리 혹은 물과 부드럽게 섞이는 물감의 움직임처럼 보이기도 하고, 수많은 별로 가득한 비현실적인 우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흙에 안료를 섞어 형태를 빚고 굽는 과정에서 탄생하는 이 우연의 문양은 다양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을까? 그 이야기는 작가가 한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영국으로 건너가 왕립예술대학에 다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학년 과제 중에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 전시된 오브제를 골라서 동시대의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이 있었어요. 저는 가장 오래된 B.C. 시대 섹션의 사이프러스 주전자를 선택했어요. 고대인들이 흙으로 기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인류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인간과 흙의 관계에 관심이 갔거든요. 테라코타로 만든 그
원시의 기 표면에는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던 빗살무늬 토기와 비슷한 문양이 그려져 있어 익숙하기도 했죠. 이 유물을 동시대의 언어로, 그러면서 저만의 언어로 해석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과 형태를 실험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시대에는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색(안료)을 넣게 되었고, 형태는 점점
토기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어요. 신석기 시대에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빗살무늬토기처럼 아랫부분이 뾰족한 기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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