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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7월호 | 작가 리뷰 ]

복숭아 밭 옆 길게 누운 작업실, 힙합. 시, 도자기 그리고 산_ 정영유
  • 편집부
  • 등록 2023-07-25 15:55:13
  • 수정 2023-07-25 17: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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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Artist

                 

복숭아 밭 옆 길게 누운 작업실, 힙합. 시, 도자기 그리고 산
정영유

 

글_한정운 경기도자미술관 큐레이터


조선시대로부터 전해지는 유물 중에는 유난히 산수화가 많다. 중국의 영향이 있을 법도 하고, 대물림되어 전해진 한국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태도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허나 무엇보다 강력해 보이는 요인은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이다. 한국의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자연스레 많은 산과 그 산들이 만드는 능선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그 산들의 이름을 모두 알지 못해도 그것들이 하나로 구획된 땅 안에서 서로 이어져 있으며 피치 못할 지각변동과 같은 비인공적인 요인으로 인해 리듬감 넘치는 능선을 얻게 된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그 산들의 풍경은 우리 중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또는 사는 게 팍팍해졌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드라마틱한 감흥을 주지 않을 뿐이다.
 그래도 그 풍경은 눈이 예민하거나 산과 들의 꽃을 사진으로 남기는 부류들에게 여전한 감동을 준다. 심지어, 선인들이 산을 보고 감동하고 깨달음을 얻으며 산수화로 남겨 이를 대대손손 물려주었던 것과 유사하게, 산과 산들이 겹쳐 만들어지는 능선은 현재를 살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경탄의 대상이자 표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도예재료의 질료적인 또는 작업과정에 있어서의 특성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연세가 지긋하신 도예가 중에는 이 드문 경우에 해당하는 작가들이 꽤 있는 편이다. 그리고 정영유 작가 또한 그러한 타입에 속한다. 그런데 30대 초반의 작가가 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확실히 낯설다. 심지어 그는 인적이 드문 복숭아 밭 옆, 오래된 작업장에서 직접 퍼온 흙과 낡은 가마를 고쳐 쓰며 살고 있다. 그의 플레이리스트는 힙합으로 채워져 있고, 책장에는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이 있다. 이쯤 되면 이 젊은 작가의 정체성이 당연하게도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정영유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도예기술을 배웠고, 학교의 도제식 교육의 일환으로 방학 때마다 밀양에서 차 도구 만드는 일을 보조하였다고 한다. 밀양의 작업장 중에는 분청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었는데, 그곳에서 분청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까지도 그의 작업의 대부분은 분청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청소년이라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장르인 힙합을 유사한 시기에 접했고 그것이 취향이 되어 지금까지도 힙합음악에 꽤 진지한 편이다. 이밖에도 그는 시를 읽고 쓰는 다소 희소성 있는 취미가 있는데, 이를 종합하자면 그는 운율의 즐거움과 라임의 희열을 느끼는 언어적 감수성이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오브제가 불규칙적인 듯이 보이면서도 리듬감 있는 선과 면을 가지고 있는 연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칸트Immanuel Kant의 말처럼 목적 없는 합목적성Zweckmaßigkeit ohne Zweck을 갖춘 자연물은 그에게 쾌감을 선사하는 비인공적 리듬을 가진 선과 면의 사례를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소재였을 것이다.

-----이하 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3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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