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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6월호 | 작가 리뷰 ]

[이달의 작가] 손으로 빚어 현실에 피운 진성眞性
  • 편집부
  • 등록 2023-07-04 09:51:53
  • 수정 2023-07-04 09: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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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ARTIST OF THE MONTH

손으로 빚어 현실에 피운

진성眞性

변격의 마디들 : 도안에서 회화로, 다시 조각으로 허상욱은 분청 재료와 화법을 운용한다. 그중에서도 그릇 전체에 백토白土로 분장粉粧하고 도상을 음각 시문施文한 후, 음각 선 바깥 영역을 긁는 박지기법剝地技法을 주로 사용해왔다. 작가는 모란, 물고기, 호랑이를 비롯한 구상문과 반복과 리듬이 주요 특징인 추상문을 때에 따라 번갈아 시도한다. 작업 초기에는 이것을 사발鉢, 편병甁, 항아리壺 등의 ‘장식 문양’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작가는 점차 공예 도안에서 탈피하여 회화 영역으로 표현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공예와 예술 사이에 두었던 경계가 느슨해지면서 매체, 재료, 수법 간 교차와 접목이 자유로워졌다. 이에 따라 공예 의장 성향의 도식화는 사라지고 선은 한층 유연해졌으며 면 분할과 색채 시도 역시 과감해졌다. 최근 이태준의 수필 ‘파초’에서 착안해 시작한 「파초문」 연작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파초 특유의 넓은 잎 형태와 바탕이 함께 어울려 시원한 비례미와 여백미, 색채감이 돋보인다. 분청이라는 단일 수법에 얽매이지 않고 청화, 은채를 자유롭게 접목하는 표현의 변화는 2016년 한국금융결재원KSD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스타카토 Staccato>부터 시작했다. 조선시대 책거리 정물화 면모에 착안하여 분청 인화 승렴문과 박지기법을 곁들여 시각적 리듬과 운율을 만들고, 자신의 일상을 소재 삼아 담담히 일기 쓰듯 그린 서구 정물화, 추상화의 응용이다. 이후 작가의 창작은 이번 갤러리 완물의 <수수생춘隨手生春>에 이르러 새로운 조각 형식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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