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 | Young Artist]
내가 살고 있는 삶의 기록
윤준호
윤준호 작가는 ‘내가 살고 있는 삶’이라는 주제로 작업한다. 그는 ‘살다’의 의미를 장소, 개인의 심리 상태, 현대 도예가로서의 표현 등으로 해석한다. 분청 항아리, 불상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기록하는 윤준호 작가를 만나보았다. 글. 문다희 기자
「내가살고있는삶+고흥」 왼쪽 19×19×27cm, 오른쪽 26×26×13cm | 도자, 박지기법 | 2021
도예와 맺은 인연
그는 중학교 시절 처음 흙과의 인연을 맺게 됐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 용인 집 근처의 도자 공방에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진학 전 까지 도예를 배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한국도예고등학교와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진학했다. 백자, 청자, 분청 등 전통도자의 형태와 문양을 익히고 옹기 제작기법, 장작가마 소성기법 등 다양한 과정을 배우며 흙 작업에 흥미로움을 느꼈다. 그는 졸업 후 어려워진 집안 사정에 돈을 벌어야 했다. 패션, 요식업 등 2년간 여러 분야에서 일하며 학교 밖의 새로운 재미를 알아갔다. 친구의 권유로 2016 G세라믹페어에 참가하며, 잊고 지내던 흙 작업을 갈망하게 됐다. 그는 중국 도자의 발원지인 경덕진으로 향했다. 대학에서 배운 전통을 넘어 도자의 원류를 배우고자 했다. 중국은 차 문화가 발달해 그곳에서 작가는 작은 찻잔과 주전자 등을 만들어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중국은 유행이 민감하고 빠르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템을 연구했어요. 특히 청화로 장식된 도자 파편들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깨진 문양이 어떻게 연장될까 상상하면서 분청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생계를 위해 뛰어든 작업은 산 경험과 지식이 되었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경덕진 도자대학의 장찡찡张婧婧 Zhang jing jing 교수를 만났고, 도자 장식을 연구하는 교수의 추천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기름을 섞어 사용하는 상회 안료를 물에 섞어 사용하는 장식 기법을 연구했다. 대학원을 마치고 중국에서 작업하던 중 코로나19로 지난 2020년 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해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 입주 작가로 들어갔다.
분청으로 표현한 작품세계
그의 분청작업은 전통을 기반으로 다분히 실험적인 성향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현재 살고 있는 지역과 그의 주변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작업의 소재가 된다. 이러한 작업관은 「내가 살고 있는 삶 + 고흥」(2021)에서 엿볼 수 있다. 바다 모래를 섞어 흙을 만들고, 지역 특산물인 유자문양을 새겨 넣으며, 지역에 소속된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한다.「오이박지항아리」(2021)가 대표적이다. 윤준호 작가는 ‘나’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현재’를 기록하기 위한 방식으로 과거를 재해석하기도 한다.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이 시점은 결국엔 과거가 있기에 존재합니다. 현재도 결국 과거가 되기 마련이죠. 현대의 제작자로서 과거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고려청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학문에 집중했고요” 「구름 속 비행기」(2021)는 현대에서 보기 힘들어진 학을 비행기로 치환한 작품이다. 학을 하늘을 나는 새로서 구름 사이를 날아다니는 존재로 바라보았다. 비행기는 그가 생각한 또 다른 새였다. 작가는 과거의 운학문을 전통이라 칭하는 것처럼 미래의 교통수단의 변화로 인해 비행기가 전통문양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기물의 표면을 가득 채워 장식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작업에서 성실함은 무기라며, 작업시간이 길어질수록 결과물이 좋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내면,외면)」 27×27×52cm | 도자, 가압성형 | 2021
온화한 얼굴을 통한 내면 탐구
윤준호 작가의 실험적인 면모는 불상 조형물에서도 드러난다. 불상은 종교적인 의미보다 지혜와 덕을 갖춘 성인聖人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에게 불상 작업은 내면을 다스리는 작업이다. 그는 인도 여행에서 친절과 호의를 느꼈고, 그들의 온화한 표정을 동양적인 불상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본질」(2021)은 평온한 표정과 은은한 미소의 성인의 얼굴을 빌려 인간의 본성은 선함임을 표현한다. 「삶」(2021)의 작품은 본성에서 한걸음 나아가 내면과 외면이 다른 개인의 모습을 나타낸다. 평안할 수 없는 마음을 감추려 포장하며 사는 현대인을 흑유가 뒤덮인 검은 불상으로, 평온하길 바라는 내면은 다양한 색상의 하트를 그린 불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불상 작업은 온화하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에요. 이 작업을 통해서 평화를 바라는 나의 내면을 표출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곱슬머리인 나발螺髮을 붙이는 과정에서 불상과 끊임없이 마주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