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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월호 | 작가 리뷰 ]

젊은작가 신이서
  • 편집부
  • 등록 2021-07-30 13:03:01
  • 수정 2021-07-30 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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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

 

 

월간도예가 주목하는 도예가 ⑥

표류하는 것들의 아름다움
도예가 서이브

서이브 작가는 학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도예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조소와 달리 흙과 불, 유약에 집중하는 도예는 작가에게 새로운 ‘항해’이다.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한 작가는 망망대해에서 크고 작은 해류에 기꺼이 몸을 맡기며 ‘자발적 표류’를 이어가고 있다.


글.박진영 객원에디터 사진.작가제공

 

 

 

도예 작업을 한 지 오래인 어느 도예가는 전시를 열 때마다 바다 위에 떠다니는 작은 배 그림을 그려 낸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가야할지 막막한 도예가로서 자신의 상황 과 감정을 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배로 은유하는 것이다. 중견 작가도 이러한데 신인 작가가 느끼는 막막함과 두려움은 어떨까.

나는 현실 속 환상을 향해 표류하고 있다고 느낀다. 동시대 미술 흐름 속에서 내 작업을 바라볼 때 흙을 구워 구상 작업을 한다는 것이, 소조의 기본인 인체 작업을 한다는 것이, 도자도 아니고 조각도 아니라는 것이 어느 한 곳에 귀속되지 못한 채 방향을 잃고 헤매는 중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그 바다는 ‘망망대해’이고 내가 몸을 실은 작은 배는 ‘종이배’라는 현실이다. 언제 찢어질 줄 모르는 이 작은 종이배를 붙잡고 나는 기약 없는 표류를 하고 있는 것이다.
_ 첫 개인전 <자발적 표류> 전시글 중에서


 

도예가로 새로운 발을 내딛은 서이브 작가는 예술가의 이런 숙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에 마련한 첫 번째 개인전 <자발적 표류>에서 그는 그간 표류하며 절절 히 느낀 생각과 감정을 조형 작업에 담아 선보였다. 전시장에서 작가의 표류에 동참하 며 처음 만난 작품은 「라미아Lamia」이다. “라미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원래는 예쁜 소녀였는데 제우스와 사랑에 빠져 아이들을 낳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를 질투한 제우스의 부인, 헤라 가 아이들을 모두 죽이고 라미아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해요. 기가막힌 현실에 울부짖는 라미아에게 제우스가 라미아의 두 눈을 뽑아 현실을 잊고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해요. 정말 엽기적인 이야기이지만 작 업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저에게 정말 필요한 ‘능력’ 같 았어요. 현실의 어떤 부분에서는 눈을 돌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몰두해야 작업을 할 수 있겠더라구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요강」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이 붙은 항아 리는 작가의 애처로운 경험을 유쾌하게 승화시킨 작품이 다. “작년에 개인 작업실이 없어서 이천까지 작업하러 다 녔어요. 집이 있는 안양에서 대중교통으로 왕복 5~6시 간이나 걸렸어요. 차도 없고 작업실도 없는 처지에서 이 동하는 순간 순간, 표류하는 것 같았어요. 작업실을 오가 는 일 자체도 힘들었지만 화장실이 급할 때에는 가장 기 본적인 인간의 존엄도 지키지 못하면서 작업을 해야 한 다는 것이 정말 난감하고 서러웠어요. 그 순간을 기억하 며 저와 같은 떠돌이 작업자들을 위해 진짜 화려하고 아 름다운 요강(화장실)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메인 작품은 「환상을 사냥하는 방법」이다. “고대의 전설 속에 존재하는 ‘맨드레이크’라는 식물은 뽑 히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에 반경 100미터 안에 있는 생물이 다 죽었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맨드레이크를 사냥했는데 그 이유 는 이 식물이 환각제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은 환 각에 빠지기 위해(환상을 얻기 위해) 맨드레이크가 필요 했던 거예요. 그래서 고안한 사냥법이 굶주린 개를 맨드 레이크와 밧줄로 연결한 뒤 개를 먹이로 유혹해서 뛰게 하는 겁니다. 개가 먹이를 향해 뛰면 맨드레이크가 뽑히 고 그 순간 식물이 지르는 소리에 개는 죽게 되죠. 결국 어떤 환상을 얻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한 거예요. 저 는 이 이야기에서 지금의 저를 보았어요. 작업을 한다는 것이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 각이 들었거든요. 저와 저 같은 무명의 작가들이 환상 혹 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달려가는 동안 누군가 희생하고 있으며, 그들이 결국 가족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위해 작 은 제사를 올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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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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