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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월호 | 작가 리뷰 ]

젊은작가 신이서
  • 편집부
  • 등록 2021-05-04 10:00:32
  • 수정 2021-07-29 10: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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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


 

월간도예가 주목하는 도예가

도자 조형으로 담아내는 물의 감성
신이서


글. 박진영 객원에디터 사진. 작가제공

 

얼마 전 가회동 예올 전시장에서 신이서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샘>이 열렸다. 줄곧 ‘물의 감성’을 주제로 작업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물이 지닌 신성함, 물이 전하는 안정감에 초점을 맞추었다. 물의 유기적 형태를 직접적으로 담아낸 식기부터 물의 상징성을 풀어낸 조형 작업까지 한 가지 주제를 점점 더 깊고 넓게 탐구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전시장 한켠의 작은 분수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소리다. ‘샘’이라는 이번 전시 제목을 되새기면서 물 소리를 따라 다가가니 원형 수반의 물 안에 동전들이 잠겨 있다. “작업하면서 여러 이미지를 찾아 보다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트레비 분수 사진을 봤어요.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서 소원을 비는데 이런 풍습은 우리나라에도 있잖아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물을 신성한 존재로 여겨 소원을 빌죠.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관람객들이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물에 동전을 던지며 마음 속으로 각자의 소원을 빌고, 그러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희망을 품어 보는 거죠.” 생명의 근원이자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하는 물은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다. 작가는 세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물이 지닌 상징성, 그 중에서 ‘정서적 안정과 순환으로서의 치유’에 집중했다. 전시장 2층에 전시한 또 다른 작품 「come from」도 같은 맥락이다. 물이 잔잔하게 흐르는 영상 위에 물의 유기적인 형태를 표현한 식기들을 배치한 이 작품은 가만히 ‘물멍’하기에 좋은데 그러다 보면 마음이 잔잔한 물결처럼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 ‘샘’은 마음의 소원을 바라며 희망을 품는 계기를 갖게 하는 하나의 제의적인 형태이다. 모두의 바람이 있어 아름다울 수 있으며 물을 통한 정서적 안정과순환으로서의 치유를 기원해 본다.”  -작가의 글 중에서-

물의 형태는 곧 마음의 형태
신이서 작가는 대학원 때부터 ‘물’을 주제로 도자 작업을 해오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간 그는 작업 주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작업 주제를 한번 정하면 오랫동안 이어가야 하니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그 동안 모아 놓은 이미지들을 살펴봤는데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 같은 유기적인 형태가 많더라고요. 내가 이런 이미지에 시선이 많이 머문다면 본능적으로 끌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유기적인 형태를 작업에 담아내려고 보니 이걸 가장 잘 함축하고 있고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는 주제가 ‘물’이더라구요.”

처음에는 물의 유기적 형태를 담아 식기를 만들었다. 물이 흐르거나 튀어오르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듯한 우아한 라인의 식기는 기본적으로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기器의 형태이지만 그 자체로 조형성이 강해 오브제로 보이기도 한다. “일정한 형태도 색도 갖고 있지 않은 물은 외부 환경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데 사람의 마음도 이와 똑같더라고요. 물의 형태는 곧 마음의 형태이고 이를 ‘물의 감성Sensibility of Water’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물의 감성’은 저의 여러 작업을 아우르는 가장 큰 주제입니다.”

작가는 물의 형태를 표현하는 식기 작업을 하다가 점점 물의 의미에 대해 파고들었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작업은 자연스레 확장되었다. “물을 떠받치는 지형도 물의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막의 와디wadi처럼 물이 흘러가고 땅에 남긴 흔적은 물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물(의 형태)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는 거죠.”

작가는 주로 슬립캐스팅 기법으로 작업한다. “물레를 돌리거나 손으로 빚는 작업보다 갈고 깍아서 형태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좋아해요. 덩어리를 두둑하게 만들어 놓고 점점 깎거나 갈면서 물의 유기적인 라인을 잡아가는데 이 과정이 재미있어요. 그런데 주제가 확장되면서 작업 방식도 그에 맞게 다양해졌어요. 물이 지나간 지형을 담아낸 도판 작업은 눌러 찍기도 하면서 텍스처를 표현하죠. 식기 외의 작품은 여러 개를 만들 필요가 없으니 캐스팅을 꼭 고집하지도 않고요.” 작가가 대표작 중 하나로 꼽은 「W.spill」은 도자와 유리를 접목한 작품이다. 물이 낙차에 의해 떨어지는 모습은 도자로, 물의 투명함과 빛을 반사하는 성질은 유리로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새로운 물성과 방식을 시도한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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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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