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
월간도예가 주목하는 도예가①
자유로움이 빚어낸 조형미
백경원
글·사진. 이수빈 기자
공예의 매력 중 하나는 만든 사람의 손길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백경원의 작품은 흙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흔적에서 자연스러운 성형감각과 시간의 축적이 느껴진다. 작가는 도형의 조합이 이루는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그만의 기器에 공간과 기억을 담아낼 방법을 모색한다.
해체와 결합으로 만드는 ‘기’의 새로운 해석
백경원의 작품은 공간을 담는 ‘기器’의 변형이다. 원뿔과 원기둥, 직육면체 등 다채로운 도형을 조합한 그의 기器는 시선에 따라 도시의 실루엣을 떠올리는 오브제가 되기도, 다식과 찻잎을 담는 일상의 용기가 되기도 한다. 도형이 일정하게 나열된 형태에서는 규칙과 안정감이, 크고 작은 원뿔과 원기둥이 결합한 형태에서는 긴장감과 리듬이 느 껴진다. 이러한 조형은 주변 환경을 ‘낯설게’ 본 결과로, 덴마크 생활에서 시작된 발상법 이다. 이방인의 눈에는 북유럽의 오래된 건물들이 더없이 새로웠고, 작가는 마주한 장 면을 단순화해 기하도형으로 구성했다. 머릿속에 형태가 그려지면 흙가래를 쌓아올리 고, 기벽을 꼬집어 얇고 가볍게 만든다. 손으로 제작한 모든 작품은 유사한 형태일지라 도 각기 다른 흔적을 입었다.
핸드빌딩의 테두리 안에서 선보이는 폭 넓은 변화
그의 작업은 ‘핸드빌딩’이라는 공통점 아래 다양한 조형으로 변주해왔다. 「덴마크의 작 은 교회에서」를 비롯한 2014년 무렵의 작업은 장작가마번조의 요변을 입고 손성형의 자유로움이 강조된다. 이후 2016년을 중심으로 선보인 「건축적인 기」시리즈는 도형간 의 결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으로, 직육면체, 원기둥, 육각기둥 등 도형의 원형 에 가까운 기를 이어 붙여 건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2017년의 「스페이스 오디티」 시리즈는 ‘기’를 만든다는 부담을 벗고, ‘나를 위한 장난감’을 만들듯 자유롭게 흙과 노닌 흔적이다. 조형의 재미를 추구한 작품들은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최근작 「단상」시리즈 는 ‘기’로 다시 돌아왔지만, 조형적 안정감과 긴장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상단 을 과감히 막거나, 팽팽한 무게중심으로 조합한 불친절한 작품은 사물이 아닌 ‘공간’을담는 기다. 긴장감 있는 결합의 조형성과 작가의 손길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백경원의 작업은 핸드빌딩의 흔적에서 그만의 개성이 느 껴진다. 작가는 자유분방함과 규칙성, 장작가마의 거친 요변과 백자의 정제미를 오가는 과정에도 계속해서 핸드 빌딩 방식을 고수해왔다.
“작업 방식에 대해서는 고집스러운 편이에요. 급격하게 ‘짠~’하고 변신하는 작가도 있지만, 저는 점진적으로 변 화하는 사람이거든요. 묵묵히 쌓아가는 제 작업방식의 아우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작가로서의 삶에 자신감을 얻은 시간
2014년, 백경원 작가는 낯선 곳에서의 경험을 얻기 위해 덴마크의 레지던시에 지원했다. 굴라야고guldagergaard 레지던시는 수도인 코펜하겐과 1시간 거리로, 바닷가에 접한 작은 마을의 세라믹 특화 스튜디오다. 전 세계의 유 명 가마축조자Kiln builder를 초청해 지은 다양한 장작 가마를 사용할 수 있고, 고택을 수리한 숙소에 머물며 작 업할 수 있는 곳이다. 그는 2014년에 6개월, 2017년에 2 개월 간 2회에 걸쳐 이곳에서 작업했다.
덴마크 거주 기간 중 보딜 만츠Bodil Manz의 작업실을 찾아가기도 했다. 도자 작품은 물론, 평소 즐겁게 작업 중이라는 회화와 샌드캐스팅 작업도 볼 수 있었다. 다양 한 분야에 호기심을 잃지 않는 원로작가의 일상에서 작 업자의 열정을 배웠다.
덴마크에서의 나날은 ‘이것도 아름답다고?’의 연속이었 다.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은 확고한 미의식으로 자신의 이상향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미’는 제작과정에 서의 행복이 가장 중요했다. 이 경험은 백경원만의 아름 다움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계기가 된다.
다양한 전시를 통한 작업의 다변화
지난 2020년, 작가는 <소사로운>, <다함께차차차>, <시대교감> 등 여러 전시에 참여하며 다양한 콘셉트의 작업을 선보였다. <소사로운>전과 <다함께 차차차> 전에서는 비눗갑, 차도구 등 기능에 집중한 작업을 소개 했다.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fritz hansen의 ‘릴리체 어’를 주제로 한 <무브먼트 인 사일런스Movement in Silence-불완전한 아름다움>전에서는 3D 원뿔 형태의 도자 유닛을 겹쳐 의자 다리를 만들고, 어울리는 등받이를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등 새로운 소재를 시도했다.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기획전 <시대교감>은 출 수 유물에 따개비가 잔뜩 붙어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 아, 형태를 조합하는 제작법을 강조한 작품을 선보였다. 2020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휴가예감>에서는 기器 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여행지에서의 휴식’ 콘셉트에 맞 는 이국적인 조형과 밝은 색상의 거울, 수반 등을 선보였 다. 다양한 기획전을 통한 새로운 주제 경험은 작업을 다 각화하는 계기가 됐다.
.
.
.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