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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1월호 | 작가 리뷰 ]

기하학의 세계-박정일
  • 편집부
  • 등록 2020-12-01 14: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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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기하학의 세계
박정일
글・사진. 이수빈
기자

박정일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9월 그의 첫 개인전<점.선.면으로 잇다>에서였다. 달항아리, 청자향로, 자라병 등 전통을 단순한 패턴으로 만든 형태에서 독특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작품을 보고 젊은 작가로 추측했지만, 몇 해 전 평생직장에서 은퇴했다는 중년의 신인 작가였다. IT 전공의 회사원 출신인 그가 도예를 시작한 계기와 기하학 조형의 작업세계를 듣기 위해 작가를 만나 보았다.

전통과 모던의 기하학
갤러리밈에서 열린 <점.선.면으로 잇다>전은 다면체, 전통의 재해석, 입방체를 주제로 새로운 조형적 시도를 선보였다. 그의 작업은 기하학의 세계와 같다. 기하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거나, 전통적인 곡선을 단순화하고, 입방체를 도열해 반복적 요소를 강조한다. 그의 작업은 고대 철학자 플라톤Platon의 기하학 이론에서 시작한다. 플라톤은 ‘흙·물·불·공기가 만물을 이룬다’ 는 4원소설을 믿었고, 각 원소의 모양은 기하학적으로 이 상적인 정다면체 여겼다. 흙과 물로 빚은 덩어리를 공기로 말려 불로 굽는 도자예술과 플라톤이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여긴 기하학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플라톤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내 작업의 모티브가 되었다. 무질서한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면 기하학의 규칙이 숨어있다. 나는 기하학이라는 언어로 자연과 사물을 해석하고, 그 느낌과 이미지를 흙으로 풀어낸다.” -박정일 작가노트 중에서

그의 작업에서는 대칭과 반복이 연속되는 특징이 눈에 띈다. 작업의 모티프가 되는 다면체가 반복되는 양상은 순수 기하학적 형태와 원형의 재해석을 거친 형태로 나타난다. 순수한 기하학의 비례미를 표현한「플라톤의 다면체」 2019~2020 , 「대칭Symmetria」 2019 , 「아르키메데스의 사과」 2020 에 이어, 유물의 아름다움에 기하학적 미를 더한 <New Old> 연작은 옹기 항아리, 자라병, 칠보투각향로 등 한국의 전통 유산을 다면체로 재현했다. 그의 작업은 간결한 비례미를 강조하기 위해 표면의 광택을 과감하게 지우고, 직선적 조형세계로 인도한다.

대칭과 반복의 연속
그의 작업은 유물의 치수와 각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제작할 형태를 도면으로 그려 각 면의 넓이, 모서리의 길이와 각도를 계산하고 결과값을 도표로 정리한다. 작가는 실물 제작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모델링을 만든다. 모델링 작업은 작품의 비례와 균형을 미리 확인해 오차범위를 줄이는 작업이다. 사전 모형으로 형태를 확 한 후 필요한 치수대로 삼각, 사각, 오각형 등의 템플릿을 제작한다. 얇은 플라스틱 판으로 만든 템플릿은 실물을 제작할 때 모양자 역할을 한다.
실물 제작은 도판 제작 및 재단, 조립, 다듬기 단계로 나뉜다. 도판은 8mm내외로 밀고, 템플릿 형태를 따라 자 른 후 접합할 각도에 맞게 경사면을 재단한다. 이때 흙은 표현하는 형태에 따라 백토, 흑토, 산백토 등 다양하게 사용한다. 수십 개의 도판을 조립하는 단계에서는 촘촘하게 흠집을 내서 붙이고, 접합면 안쪽에 흙을 덧대 보강하는 등 기물이 휘거나 갈라지지 않게 주의한다. 완성된 기물은 천천히 건조하고, 다면체의 선을 살리며 표면을 칼과 사포로 다듬는다. 예리한 각을 강조하기 위해 내부에만 유약을 바른다.
그의 작품은 많게는 86개의 조각을 이어 붙인다. 작은 실수가 형태를 무너트리기 때문에 집중이 필요하다. 까다로운 작업 과정이지만, 마지막 조각이 들어맞는 순간의 기쁨이 피로를 잊게 한다.

중년의 신진작가
박정일 작가는 <New Old>시리즈로 익산한국공예대전 2020 과 대한민국공예품대전 2020 에서 특선을 수상하고 오는 12월에 개최하는 공예트렌드페어의 창작공방관에 선정되는 등 인정받는 신예 작가로서의 길을 착실히 밟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작가라 부르는 것이 낯설고 부끄럽다고 말한다.
그는 30여 년간 몸담은 직장에서의 은퇴를 앞두고 ‘창작자’로 새 삶을 설계했다. ‘왕년에 말이야’를 반복하며 과거에 머물지 않고 ‘내일은 무엇을 만들까’라며 미래를 그리는 삶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여럿이 하나의 목표를 향하기 때문에 몰개성적인 집단일 수밖에 없어요. 반면 창작은 나의 개성을 드러내고, 오롯이 홀로 서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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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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