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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월호 | 작가 리뷰 ]

강경연 <누구의 손도 아닌>
  • 편집부
  • 등록 2020-11-05 12:23:20
  • 수정 2020-11-11 09: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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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준 선물, 변화와 원숙
강경연 <누구의 손도 아닌>
글. 김진아
한향림도자미술관 전시팀장 사진. 편집부

2020.9.1~10.11 한향림도자미술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2-37
T. 070.4161.7275

 

감정感情/Emotion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등과 같이 주관적인 느낌이나 기분을 말한다. 인간의 감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철학자들의 관심의 대 상이었으며, 이성理性/ Reason과 함께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중요한 두 가지 성향으로 끊임없이 사유된다. 감정은 또한 예술작품의 생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정감주의적 미학자인 카를 라우릴 라Kaarle S. Laurila에 따르면 감정의 묘사는 예술의 중심 과제이며,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는 감정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은 예술에 대해 작가와 관객이 모 두 갖고 있는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누구의 손도 아닌> 시리즈와 일련의 작품들은 하나의 대상 또는 어떤 상황에 대해 대립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여성의 심리학적 현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강경연 작가의 신작이다. 20여 년 동안 여성의 인체와 반려동물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과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하며 소통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모노톤의 차분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강경연은 지금까지의 작업에서 행복을 꿈 꾸면서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염원하지만 이상향과 괴리된 현실과 조우함으로써 느 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상상 또는 몽상이라는 과정을 통해 치유하고 타협하고 극복해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비교적 밝고 단순한 조형으로 풀어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감정은 밝음 보다는 세련된 차분함이다. 그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만 봐도 까르르 웃던 소녀가 성장해, 바람이나 나뭇잎에 대해 인지하고 사유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 느낌으로 ‘원숙하다’라는 말로 표현하면 가장 적당할 듯하다. 원숙圓熟은 시간時間이 주는 새로운 에너지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변화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어느새 작가 는 주관적인 세계를 떠나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세계로 들어서는 50대가 되었고, 자신의 감정에 생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자신에게 생긴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안정을 깨는 것이기에 두려움과 불안함을 수반한다. 그렇다면 작가에게 생긴 새로운 변화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 그녀에게 가장 두려웠고 불안한 감정을 일으켰을까.

순수미술의 목적은 소통이다. 개념이든 감정이든 표현이든 기분이든 간에 보는 이들에게 ‘전달되는’ 무엇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언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소통을 시도한다. 지금 까지 강경연이 선택했던 소통의 방식은 내가 꾸는 행복의 꿈, 내가 하는 즐거운 상상 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작품 속 주인공인 나의 감정에 공감하고, 그것이 공유되길 바라는 1인칭 시점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내가 꾸는 꿈이 아닌 관객들이 꾸는 꿈, 관객들의 다양한 상상을 유도하기 위해 자아를 타자화 하는 3인칭 시점의 소통 방식을 선택했다. 지워진 팔과 가려진 입, 감춰진 눈을 통해 또 다른 언어 수단인 몸짓을 차단함으로 써 그동안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던 주인공의 감정을 쉽게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관 객들은 오롯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기대어 작품 속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읽어내야 한다.
또한 작품의 구상과 제작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작가는 주로 등장 인물의 모습과 상황 묘사를 통해 의식적으 로 꿈, 공상, 백일몽 등을 통해 얻어진 삶의 원동력을 표현하였다. 때문에 소재의 사물들이 등장인물의 부수적인 감정으로 읽혀지는 부분이 분명 있었으며, 작가 또한 사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어색함을 느낄 정도라고 회고한다.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한 변화가 작가에게는 가장 큰 변화이자 부담으로 작용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개인전에서 <누구의 손도 아닌> 시리즈와 함께 선보이는 사물들, 즉 미로 상자와 자물쇠, 접시와 경대위에 놓인 구겨지고 녹아내리는 책들은 이번 전시에서 당당히 독립적인 감정의 사물들로 제시되고 있다. 오히려 사물과 함께 조합되어 있는 손이 부수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사물들이 전하는 감정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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