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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1월호 | 작가 리뷰 ]

멕시코 장인,호세 가르시아 안토니오
  • 편집부
  • 등록 2020-09-07 17: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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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멕시코와 흙 ⑤
눈이 되어주는 손, 세상을 보여주는 흙
멕시코 장인,호세 가르시아 안토니오
글·사진_홍 은
자유기고가

‘네가 꼭 만나보면 좋을 사람이 있어’
멕시코 예술가 친구가 몇 번을 강조해 추천한 사람은 멕시코의 장인 호세 가르시아 안토니오 José Garcia Antonio , (이하 돈 호세)였다. ‘인어의 남자 Elseñor de las sirenas ’, ‘보이는 손 Las manos que ven ’이라고 불리는 장인의 이야기가 궁금했기에 멕시코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그를 찾는 길로 정했다. 정확한 주소는 없었지만 와하까 주의 산 안토니오 까스티요 벨라스코 San Antonio Castillo Velasco  마을 입구에 도착해 ‘돈 호세’라는 이름만으로도 그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흙은 나의 놀이
반쯤 열려 있는 대문을 밀고 들어가 마주한 풍경은 거대한 흙인형들이었다. 조형작품들은 실제 크기의 사람부터 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돈 호세와 그의 아내 테레시따 Teresita 가 텔레비전 채널과 인터뷰 중인 모습이 보였다. 딸인 사라 sara 가 인터뷰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그의 집을 둘러보았다. 인터뷰 후라 피곤했을텐데 돈 호세는 기꺼이 시간을 내어 필자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장난감이 없었죠. 무엇을 하고 놀까 매일 찾아야 했어요. 비가 오면 흙이 젖어요. 젖은 흙을 만지다 보면 이런저런 모양이 되기도 했죠. 친구들과 이렇게 놀았어요. 대여섯 명의 친구들이 찰흙으로 모양을 만들었지만 그 중 완성하는 사람은 나뿐이었죠." 돈 호세에게 흙은 어린 시절의 ´건강한 장난감´이었다. 상상하는 것들을 흙으로 만드는 것이 마냥 좋았다고 한다. 탑을 빚거나 동물들을 만들었다. 그에게 흙은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는 친구였다.

한 걸음 가까워진 흙

옥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또르띠야를 만들어 파는 어머니의 삶은 풍족하지 않았다. 15 살이 된 그는 일을 해야 했고 돈을 벌기 위한 기술을 배워야 했다. "도축일을 배웠어요. 그리고 그 일을 한동안 했죠. 힘 들고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도 시간이 날 때면 항상 흙으로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죠. 흙을 가지고 보내는 시간이 어른이 된 뒤에도 유일한 휴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당시 유행하던 작은 코믹 캐릭터를 빚어 여동생 부부에게 선물해주었다. 동생부부는 꽤 마음에 들어 했고 건조된 흙이 혹 부서질까봐 근처 마을의 가마가 있는 곳에 직접 찾아가 구워왔다. 이것이 불로 구워진 그의 첫 흙작품인 셈이었다.

"그게 시작이었어요. 그 후 작은 가마를 만들었고, 일도 하면서 흙 작업도 했죠. 주변에서 하나 둘 무언가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생기고, 그러다 차츰 흙만 남게 되었어요.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으로 남은 거죠. 그건 칠십여 년간 변하지 않아요."

인어를 빚는 도예가
그는 와하까 지역의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을 흙으로 빚었다. 술 메스칼:멕시코 전통술 을 보관하는 인어 모양의 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아 상상 속 인어를 빚기 시작했다. 작은 촛대를 받치는 인어를 비롯해 주제와 형태는 다양해졌다. 〈바다의 사랑〉,〈바다의 결혼식〉 등 인어 시리즈는 풍성해졌고 크기도 점점 커져 실제 사람만한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돈 호세의 인어 작품이 유명세를 타며, 사람들은 그를 인어의 남자 El señor de las sirenas 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내게 바다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물어요. 사실 바다에는 세 번 가봤어요. 알지 못하는 것을 상상 하는 것이 더 즐겁죠. 바다와 인어를 꿈꾸는 것은 가능성이 무한한 상상의 세계예요. 아직도 만들고 싶은 것 들이 머리에 가득합니다.”
그의 작업들 가운데 흙으로 빚은 인어를 만날 수 있었다. 땅의 흙으로 빚어진 바다의 인어, 왠지 아이러니하 면서도 특별한 조합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눈을 대신하는 손
그는 17 년 전 시력을 잃었다. 언제부턴가 점점 시력이 나빠졌고 결국 치료에 실패했다. 볼 수 없다는 것은 그 에게는 절망이었다. 흙 작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손은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다. 상실의 시간을 보내고 흙을 조심스럽게 다시 만져보았다. 그때 눈을 대신하는 다른 감각이 살아났고 계속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손은 곧 내 눈이예요. 흙만드는 일을 할 수 있는 또 다 른 이유는 아내 테레시따가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기 본 형태를 만들면 디테일은 아내가 마무리해줘요. 색을 입히는 작업도 아내의 몫이죠. 지금은 함께 작업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완성작품은 아내만 볼 수 있지만 아내가 생각하는 것과 내가 상상하는 것이 같을 것이라는 걸 나는 알아요”

돈 호세의 눈은 이제 그의 손이, 그리고 그녀의 눈이 대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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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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