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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월호 | 작가 리뷰 ]

정인혜-겹으로 쌓인 기억
  • 편집부
  • 등록 2020-09-01 13:11:10
  • 수정 2020-10-02 21: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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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ARTISTS

2020월간도예가 주목한 도예가 ⑦
겹으로 쌓인 기억
정인혜

글. 이수빈 기자 사진. 편집부

회전의자, 소화기, 공병, 장화 등 갖가지 사물이 같은 색을 입고 고요한 풍경을 이룬다. 관람객은 먼지가 쌓인 듯 뽀얗게 바랜 사물을 보며 저마다 관련된 추억을 떠올린다. 정인혜 작가는 물건에 대한 기억을 재현하며 사물의 의미를 되짚는다.

사물을 아끼고, 떠올리는 과정
정인혜 작가는 기억 속 사물을 주제로 작업한다. 기억의 시간은 유년시절부터 현재의 순간까지 포함한다. 그가 재현한 사물은 모두의 기억 속에 있을 법한 일상적인 물건으로, 작품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생각한다. 오래된 뻐꾸기시계는 어린 시절 살던 집을 연상하게 하는 추억의 물건이다. 작고 하이얀 실내화를 보면 초등학교의 교정이 그려진다. 우산과 장화는 비오는 여름날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옛 기억을 되짚는 것이 즐겁고, 또 뿌듯하다고 전한다. 추억을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모습, 일행과 공통의 추억에 관해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에게는 큰 기쁨이라고. 작가 역시 기억 속 사물을 만들며 각 물건을 향한 감상을 곱씹는다.
“작업실을 오가는 길에 많은 사물을 마주칩니다. 이때 만나는 사물을 꼼꼼히 들여 다보고 그들 나름의 삶에 공감하려 노력해요. 누워버린 소화전, 버려진 석유통, 망가진 선풍기처럼 자기 역할에 힘썼던 물건을 만들며 제 나름의 방식으로 이들을 위로합니다. 고생했고, 애써줘서 고맙다고요.”

하얗게 바랜 기억 너머의 사물
그가 만든 사물은 다락방의 뽀얗게 먼지 쌓인 오래된 물건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기억 속 사물을 찾기 위해 다락방 대신 어린 시절 사진첩을 펼친다. 일상에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사물을 만나면 사진을 찍거나 태블릿PC를 이용해 스케치하고, 실제 사물을 유심히 관찰해 실제 형태와 크기를 최대한 반영한다. 어두운 색의 석기토를 코일링해 형태를 만들고, 그리고 그 위에 묽은 백토 슬립을 여러 겹 덧칠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흑백대비로 입체감을 강조한다. 기물에 슬립을 겹겹이 바르는 기법은 인상주의 회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고흐와 쇠라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남긴 터치 하나하 나가 직접 말을 거는 듯 생생했어요. 작품을 그린 작가는 10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작품 속 터치를 통해 지금껏 살아있는 것이죠. 저 역시 작품에 제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면에 쌓이는 터치는 작품에 남기는 작가의 흔적인 동시에 기억 위에 덮이는 세월이다. 그리고 기물에 흙물을 겹겹이 올리는 과정은 시간이 겹쳐지며 기억이 흐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만든 사물은 전시공간 연출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물을 오히려 함께 배치함으로써 공간과 사물에 주목하게 한다.
최근에는 사물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모노톤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작품의 다양성을 높이고, 색채를 통해 해당 사물의 기억에 따른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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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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