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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월호 | 작가 리뷰 ]

관계의 의외성 -김유주
  • 편집부
  • 등록 2020-07-29 11:55:49
  • 수정 2020-08-15 17: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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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OF THE MONTH

관계의 의외성
김유주

글. 이연주 기자 사진.  편집부

작가 김유주의 네 번째 개인전 <넥서스Nexus>가 지난 5월 6일부터 12일까지 갤러리 이즈에서 열렸다. 지난 1997년 첫번째 개인전 (인사갤러리)을 시작으로 <선물The Present> (2004, 갤러리 람) <Lyric Frame>( 2014, 누크 갤러리)에 이어 모처럼 선보인 전시였다. 그는 23년간 4회의 개인전을 열며 근면하게 걸어왔다. 좋아서 하는 작업이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다. 작가는 ‘가느다란 실처럼 작업의 연을 놓지 않으려고 느리게 걸었을 뿐’이라 말한다.

그릇은 한 번 깨지면 쓸 수가 없습니다. 깨지지 않더라도 금이 간 도자기는 다시 붙지 않지요. 사람 사이하고 똑같은 것 같습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고 관계 안에서 성장하고 생존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고 소중히 하는 일은 내게 늘 어려운 숙제이고 세상에 대한 경험치가 쌓일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나의 작품은, 늘 어려운 도전처럼 느껴지는 ‘관계 맺기‘에 관한 생각과 자세를 이야기한 것으로, 한 개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도자기, 영상 및 사진, 검프린트 등 여러 가지 언어로 얘기해 본 시도의 모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_작가노트

아이들이 어렸을 땐 아파트 베란다를 작업실 삼아 작업했다. 서울에서 일산으로 거처를 옮긴 뒤엔 방 하나를 작업실로 차렸다. 작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작업들을 하다가 근처에 작업실을 구했다. 현재 그의 작업실은 3호선 마두역이 지척에 있는 상가건물에 자리한다. 집과 평소 자주 다니는 동선에 자리해야 한다는 경험에서 나왔고, 제반시설은 작업을 수행하며 배가됐다. 현재 작업실은 너른 공간이지만 혼자 집중해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마련했다.
“제가 외향적이고, 사람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사람을 만나고 지친 자신을 보고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내향적이고 소심하고 여린 마음이지만 관계에서 성장은 해야 하잖아요.”
그는 이러한 생각을 안고 석고 원형을 깎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표현하려는 목적보다는 고민을 걷어내는 위안의 방식이었다. 작은 개체는 피스가 늘어날수록 서로 맞물리고 옭아매는 관계의 결합으로 나타났다. 혼자일 때는 하지 못 하고 서로 의지해야 하는 사람인人처럼 관계를 형상화했다.

관계의 시작, 컵
관계라는 주제는 컵Cup 시리즈로 연결된다. “마주앉아 컵을 놓고 마신다는 것부터 대화와 소통을 이어가는 시작으로 봤어요.” 이중기벽으로 만든 컵은 실용이나 조형이냐 묻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형태에 구멍을 내며 기능을 조심스레 지운다. 쓰임새를 상실한 의외성을 나타내지만, 구멍을 통해 내면의 속성을 보여준다.
그가 캐스팅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복제가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작업하던 시절, 아파트를 통해 복제된 삶을 바라보았다. 별다를 거 없는 아파트 풍경 속에서 다종다양한 삶을 반영한다. 컵은 그가 경험했던 광경들과 감정들을 담아내는 캔버스 이며, 스케치북이며, 일기장이 된다. 그것은 색상, 질감, 구멍내기 등 변화를 통해 생각들을 드러내고 기록하는 삶의 일지이다.

이는 초기 작업 컵을 새로운 조형수단으로서의 가능성 을 발견하고 다시 꺼내는 계기로 이어지게 된다. ‘홀드 HOLED’ 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컵 연작은 국제도자협의회IAC의 핀란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주제가 되었다. 핀란드 라플란드Lapland지역의 토착주민 사미Sami족이 전통목공으로 만든 컵 쿡사Kuksa가 새로운 자극을 준 것. 그들은 자작나무를 직접 고르고 깎아 만든 컵을 평생을 소중하게 사용한다고 한다. 이번 <넥서스>전에서 선보인 ‘홀드Holed’ 연작은 각각의 개체가 모여 큰 무리를 이루는 설치작업으로서 강한 생명력을 드러냈다. 홀드는 시의적으로 일시정지인 상황을, 벽면에 걸린 형상을, 손잡이를 잡는 다중적인 의미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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