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Artist of the Month
여름밤처럼 시원한 만남, 도자×유리 협업 프로젝트
권은영&이정원
글_이연주 기자 사진_ 편집부, 조은숙 갤러리
도자와 유리는 가마를 이용하는 제작방식 뿐만 아니라 재료의 본성을 뛰어넘어 조형예술을 완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견고하고 실용적이며 아름다운 공예를 위한 도자와 유리의 협업은 오랜시간 이어져왔다. 도자 작가 권은영과 유리 작가 이정원이 빚어낸 특별한 협업에 주목해보았다.
특별한 협업으로 완성한 테이블 웨어
두 사람은 ‘테이블 위 오브제’를 주제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유리돔과 와인잔을 선보였다. 권은영의 울퉁불퉁한 돌기와 날선 가시를 장식적 패턴으로 표현한 도자손잡이는 모 한 조형성이 돋보이고, 골드와 블랙, 화이트 컬러를 결합해 시선이 단번에 꽂힌다. 이정원이 블로잉 기법으로 제작한 유리돔과 잔은 수공예적으로 알맞은 형태와 크기를 가지며 보는 각도에 따라 제각기 다른 곡선을 그린다. 표면을 작은 도트로 섬세하게 표현한 동시에 물방울처럼 가볍고 투명하게 마감했다. 이번 협업은 손잡이의 기능성과 조형미를 강조하여 ‘손 안의 감촉’을 도자로, 유리 자체의 투명감과 이를 반사하는 ‘빛의 속성’을 유리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돔과 잔은 매일 사용하는 용기에서 매일 마주하는 오브제로 쓰임과 성격을 달리한다.
도자와 유리가 협업하는 방법
이번 협업을 위해 두 사람은 1 년 전부터 색다른 시도와 실험을 거듭하며 꾸준히 변화무쌍하고 진화된 협업물을 선보여왔다. 두 작가는 형태의 미감과 비례, 참신한 스타일을 위해 기획부터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제품을 여러차례 업그레이드했다. 크기, 색상, 디자인 등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협의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고 조합해 보았다. 그 결과 유리잔과 도자손잡이의 균형감과 조형성을 고려한 다양한 조합이 도출되었다. 완성된 작품은 현대의 식문화를 염두해 조금 작고 가볍게 만들었다.
“유리돔은 2018 년에 한국도자재단의 프리미엄신상품개발사업에 참여하며 처음 기획됐어요. 그런데 유리만으로 마감해보니 손잡이에서 많이 아쉬운 생각이 들더라고요. 손에 잡았을 때 미묘하게 차갑게 느껴지고 매끈한 질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정원 작가는 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고 지내던 권은영 작가에게 공동작업을 제안했고, 권은영 작가의 참여로 작업이 확장될 수 있었다. 협업은 유리돔 시리즈를 시작으로 현재는 와인잔 시리즈까지 이어졌는데, 이때 조선숙 디렉터가 전시를 제안해 차례로 전시장에서도 선보이게 됐다.
두 가지 소재 잇기
두 사람은 손수 만든 도자 손잡이와 유리볼을 결합해 100 여개의 제품을 조합했다. 특히 도자와 유리 두 가지 소재를 묶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컸다. 재료 수축률을 맞춘다는 것은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 끝에 에폭시 접 착제로 붙이기로 했다. 이러한 방법은 직접 입에 닿는 식기가 아니라 가능한 대안이었다. 단단히 붙여도 오래가지 않을까 우려되어 시중에 나와있는 브랜드별로 에폭시를 모두 구입해 테스트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솔직한 흔적이 엿보이는 아쉬움이 있어 접합에 대해 더 고민하고 개선하려고 한다.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이번 협업물이 다른 테이블 웨어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손잡이다. 권은영 작가는 돔 위에서든 와인잔 아래에서든 뚜렷이 드러나는 형태를 만들었다. 뾰족한 가시처럼 작은 원뿔을 무한히 이어붙인 듯한 독 특한 형상은 그가 손으로 하나하나 말아 만든 것이다. 그는 경희대 학부 시절 작업 소재를 일상이나 자연에서 찾았다고 한다. 선인장, 가시, 꽃잎, 줄기 등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시각적으로 자극이 되고 실용기에 일탈이 되는 가시를 기하학적인 구조로 처음 형상화했다. 작품 속에 가시를 담는 작업 스타일은 협업물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작가는 “작 업의 고유함을 유약으로 나타내 다양한 변화를 끌어들이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가 사용하는 결정유에서 이런 의도를 더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결정유 結晶釉 , crystallineglaze 는 번조 후 표면에 결정체가 문양과 색으로 ‘피어나는데’ 가마가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옛 전통가마에서는 화력과 시간을 조절해 결정문양을 만들어냈지만 현대 전기가마에서는 열이 잘 전달되는 재임 위치에 따라 조절하고 있다. 불이 가장 활발한 곳은 바닥 쪽으로 결정유가 안정적으로 피는 위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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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