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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8월호 | 작가 리뷰 ]

흙에 자연을 담아 위로를 빚다 <엄미희>
  • 편집부
  • 등록 2020-06-01 16:48:05
  • 수정 2024-06-27 16: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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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흙에 자연을 담아 위로를 빚다
엄미희
글.사진.김은선 기자

 

엄미희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지난 4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2019디자인아트페어’였다. 벽면에 설치된 작업들은 민들레, 담쟁이 넝쿨, 버드나무 등 들꽃, 들풀이 희미하지만 섬세하게 새겨졌다. 작품 사이사이에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메시지를 적었다. ‘잠시 멈추고 멀리 바라보세요. 햇살이... 바람이... 그대로 전해옵니다’, ‘조금 느리게 천천히... 당신의 속도로 살아가도 괜찮아요.’

글귀와 작품을 바라보니 그의 작업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쫓아가다
푸른 숲과 강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충남 아산의 어느 마을. ‘쓰담’이라 편안한 필체로 쓰여진 흰색의 단 층 건물은 자연을 소재로 작업하는 엄미희 작가의 작업실이다. 작업실 명 ‘쓰담’은 ‘쓰다, 담다’, ‘쓰담쓰담’이 란 의미를 갖고 있다. 쓰고 담는 도자기가 있는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공간이다. 작업실 앞 들풀 사이 에는 집모양의 오브제들이 옹기종기 마을을 이룬다. 내부에는 식물을 흙에 찍어낸 도판작업과 청화 작약이 그려진 컵, 커튼 대신 창가에 달아놓은 모시천 등 자연과 동행하는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엄미희 작가의 고향은 충남 홍성이다. 경희대학교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8 차선 도로 앞 시흥동 작업실에서 10 년을 보내며 서울에 자리 잡았다. 작업실에서 매일 보는 풍경이라곤 매연을 뿜어내는 차들과 건물들이었 다. 도시의 삭막함과 치열함에 지쳐서인지 작가의 작업은 자연의 그리움을 담고 있었다. 그는 첫 개인전 〈 庴 움막움 〉 2007 년 을 준비하며 자연을 더욱 갈망하게 됐다. 흙에 연꽃과 목련을 상감하며 ‘과연 내가 원하는 것,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생각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작업 실은 이미 자리를 잡았고, 저는 작품활동의 시작점에있던 터라 서울을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사실 대담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였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하는 삶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2016 년, 그는 전원주택단지인 ‘예술이 꽃피는 재미난 마을 (이하 예꽃재 마을) ’로 집과 작업실을 옮겼다. 예술과 함께 재밌고 행복한 일상을 꿈꾸는 젊은 부부들이 만든 자립마을로, 현재 33 가구가 모여 살고있다. 작가는 작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웃들과 소통하며 작업하는 이유를 매번 확인 받는다고 말한다.

그 날의 감정을 찍어내다
작가는 자연의 한 순간 또는 자연이 주는 위안을 작업으로 표현한다. 작업실 뒤편 산책길을 비롯해 근처의 궁평 저수지, 봉곡사 천년의 숲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한다. 햇살, 바람, 향, 식물 등 피부가 느끼고 눈에 담 기는 모든 것은 작업의 영감이 된다.

작가의 작업변화는 예꽃재 마을 입주를 기다리며 옆 동네에 잠시 머무를 때였다. 작업하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의 걸음과 시선에 맞춰 천천히 그리고 가까이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제각기 다른 식물구조와 조형미에 매료됐다. 서울에서는 꽃을 그리고 상감했다면, 아산에서는 식물을 작업도구로 사용했다. 그 날의 색과 향기를 닮은 색화장토를 흙 판에 넓게 펴바르고 산책할 때마다 모아놓은 식물들을 눌러 찍었다. 잎맥, 가지마디, 작은 솜털까지 세세하게 표현됐다. 식물과 함께 모시천도 그의 작업 소재이다. 모시풀로 만들어진 천이자 천연재료로 염색된다는 점에서 자연과 일맥상통한다. 모시의 질감을 찍어내고 조각보의 색감을 작업에 차용하기도 한다. ‘쓰임’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으로 서울에서는 주로 식기를 제작했지만 지금은 도자회화 오브제에 집중한다. “작품용도 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정되는 작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쓰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렸어요. 감상 자체가 주는 감동 또한 쓰임의 역할이 아닐까요?” 그의 작업은 계절감을 담고 있다. 날씨에 따라 꽃과 풀, 풍경이 변하고 바라보는 작가의 감정이 때마다 다르니 작업의 형태도 모두 다르다. 흙의 사용도 달라진다. ‘ 봄-여름 ’ 에 는 백자에 찍어낸 식물의 흔적 위에 수채화 표현을 하여 초록 식물의 생명력을 담는 다. ‘ 가을-겨울 ’ 은 철분이 다량 함유된 거친 흙을 사용해 차가운 기운을 표현한다. 자주 사용하는 식물이 있냐는 질문에 작가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해당 식물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처음엔 식물명, 특징, 꽃말 등 상세히 찾아봤습 니다. 작업소재로 사용하는 식물에 대해서는 잘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어느새 가슴이 아닌 머리로 자연을 바라보는 저를 발견하고 고민에 빠졌어요.” 이어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 ‘당신은 이름없이 나에게 오면 좋겠다’라는 구절을 읽고 모든게 정리됐죠.” 작가에게 자연은 단지 표현하려는 대상이 아닌 감정을 전하는 수단이다.

치열해지지 않으려는 노력
“시골로 내려오면서 일상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과거 서울의 삶은 자연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현재는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발휘한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위로를 전한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빌려 관람자들이 잠깐의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작품을 통해 위로 받았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아요. 제가 전하고자 하는 감정을 함께 느꼈다는 것만큼 기분좋은 일이 있을까요.” 그의 작업에서 메시지를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자연을 사랑하는 진실된 마음이 전해지 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에는 많은 여백이 존재한다. ‘시간을 잠시 멈추고 생각과 마음을 비워보자’는 메시지이다. 또한 작가는 여유로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편안한 위 로를 선물하고 싶다면 저부터 평온함을 채워야해요.” 그는 마음이 복잡하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면 산책을 하고 인터넷 원단매장에서 모시천을 사거나 그 위에 바느질로 수를 놓는다. 급해지는 마음과 여유롭길 바라는 마음이 충돌하지만 그는 작업의 원천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치열해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자연은 저에게 ‘잠시 긴장을 내려놓아. 편안해도 괜찮아. 천천히 가도 괜찮아.’라고 말을 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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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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