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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5월호 | 작가 리뷰 ]

도예가 이사리
  • 편집부
  • 등록 2003-03-18 17:34:56
  • 수정 2018-02-14 10: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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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사리 ‘미친 주전자쇼’로 관심모은 설치작가

자신의 작품철학은 ‘재미’라고

 이 달에 기자가 만난 작가는 올해 나이 서른 여섯의 도예가 이사리씨이다. 그는 각기 다른 모양의 손바닥만한 작은 조형물들을 바닥에 늘어놓거나 벽에 붙여 설치하는 작가, 혹은 제 멋대로 생긴 수십 개의 주전자를 만들어 ‘미친 주전자 쇼(Crazy Teapot Show)’를 선보인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도예가로 알려져 있다. 기자는 경상남도 양산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작가의 작업실은 살림집과 겸하고 있다. 작업실은 나무가 많은 작은 동산의 숲 속에 자리한 살림집의 9평 남짓한 창고방을 개조해 사용되고 있다. 다른 도예가들의 작업 공간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전기가마와 작업대, 작업실 한켠에 모여있는 작은 작품들은 아담한 작업공간과 썩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7회 개인전 20여회 그룹전 참가

부산 태생인 이사리씨는 1987년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 입학해 도예를 시작했다.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2년간 아이오와 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예를 수학하고 96년 귀국한 그는 지난해 헝가리의 국제 도예스튜디오에서 2달간 작업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전개오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7회의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열었으며 20여 차례의 그룹전에도 참가했다. 대학졸업 후인 1992년, 부산에서 가진 첫 개인전과 94, 95년 미국 유학시절 가진 2, 3회의 개인전은 수학을 하는 과정 중 선보인 전시였기 때문에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 실험적인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작품 경향에 대해 “대학재학 시절부터 제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띄고 있었습니다. 외부의 영향이나 다른 작가의 영향을 받지 않은 제 나름대로의 자유로운 영역을 만들고 싶어했습니다”라고 말한다.

98 기획전 ‘TEAPOT’ 2000년 ‘기억들전’

독특한 구성으로 관람객 미술인들의 관심집중

소품류 비정형 조형작품 설치적 구성에서 유연한 공간감 창출

 그의 독특한 작업 성향은 96년 10월 서울의 ‘토·아트스페이스’와 부산의 ‘PS14 갤러리’에서 연이어 열린 4회 개인전을 통해 뚜렷해 졌다. ‘자화상과 다른 얘기들(Self-Portrait and Other Stories)’이란 주제로 열린 이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불분명한 용도를 지닌 단순하고 거칠고 투박한 조형물로 종이, 철사 등 타재료가 접목된 설치형식으로 벽면에 구성되었다. 뭉툭한 나무토막이나 넓적다리뼈, 정강이뼈를 형상화한 흙덩어리는 장작가마 소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묻어난 재유에 의해 처리됐다. ‘문양을 넣거나 뺀 것’, ‘종이나 철사로 묶은 것’, ‘속을 파내 용기같이 생긴 것’, ‘기물 속에 철사나 종이를 넣은 것’ 등의 설치작품은 무척 낯설고 무속적인 느낌을 준다. 그의 전시에 관해 한 평론가는 “육탈된 인체부위를 연상케 하는 풍화되고 낡은 뼈를 철사로 서로 묶은 작품은 작가가 가진 자유로움을 극단적인 단면으로 제시한 듯해 인간의 존재와 시간에 대한 경외감을 일깨운다”라는 심오한 평을 받기도 했다. 1998년 부산시립미술관 기획으로 열려 다양한 미술분야의 작가가 참여한 ‘경계해체와 표현의 확장전’에 참여한 그는 ‘TEAPOT-Installation’이란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다양한 색상의 도자기 파편을 모아 전시장 벽면에 독특한 주전자형태를 구성해 붙이고 바닥에는 테라코타 조각으로 주전자의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사진1> 독특한 구성으로 선보인 이 작품은 전시장을 찾은 많은 지역 관람객과 미술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2000년 4월 부산의 ‘갤러리 누보’에서 가진 5회 개인전은 ‘기억들(Memories)’이란 주제의 전시였다. 이 전시는 작가의 효과적인 전시공간 연출법과 다양한 작업방법이 잘 드러난 전시였다. 전시장 또한 벽면에는 율동감과 리듬감을 지닌 듯한 같은 두께와 30cm 정도 길이의 작품 10여 개가 부착돼있었으며 바닥에는 파스텔톤의 색감을 지닌 수 십 개의 비정형 조형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이곳에 선보인 작품들은 일본식 소금가마를 비롯해 연마, 테라코타, 전기가마 등 다양한 소성 방법으로 만들어져 작가의 폭넓은 작업과정을 보여주었다.

 특히 바닥에 구성된 비정형의 조형작품은 소품류의 작품으로 장식성도 지니고 있어 일반 관람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미술평론가 강선학씨는 그의 작품과 전시 공간 연출법에 대해 “전시되어 있는 각각의 작품이 갖는 공간감과 색상, 제작기법 등에서 작품에 대한 공정과 완결성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또한 각각의 작품이 모여 전체를 이룰 때 설치적 구성에서의 유연한 공간감이 창출된다.”고 평했다.

2001 ‘미친 주전자쇼’

비정형 조형작품 실용적 응용 주전자 20여 점 선보여

설치작품의 새로운 전개 도예계 큰 관심

 그는 지난해 두 번의 개인전을 헝가리와 한국에서 연이어 가졌다. 11월에는 헝가리 국제도예스튜디오 미술관에서 ‘I am and Someday I will be - about women, for all women’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열었다. 이 전시에는 9월 헝가리로 건너가 국제도예스튜디오에서 두 달간 유럽의 도예가들과 함께 생활하며 작업한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된 작품은 지난 5회 개인전에 선보였던 작품인 비정형의 소품류 조형작품을 기본으로 했지만 형태의 난이도를 높이고 원색의 화려한 색감이 가미돼 여성적인 이미지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 전시는 동양인 여성 도예가가 여성의 내재 된 성향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 전시로 지역신문과 방송을 통해 소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헝가리에서 귀국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서울 인사동의 토·아트 갤러리에서 7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미친 주전자 쇼(Crazy Teapot Show)’라는 주제의 이 전시에는 최근 선보여 왔던 비정형의 조형작품을 실용적으로 응용해 만든 주전자 작품 20여 점이 선보였다. 모두 다른 형태와 색을 지닌 제멋대로 생긴 주전자들은 실용미와 재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 강요보다

보는 사람의 견해와 느낌이 중요해요’

자유로움과 변화속에서 주제가 나타난다고

 매회 전시 때마다 이사리씨는 많은 질문을 받는다. 관람자들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많은 질문에 그는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도를 강요하는 것보다 보는 사람의 견해와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작품에 관해 말을 하면 작품을 보는 관람자는 들은 것만큼만 생각하기 때문이죠”라고 답한다. 그는 작업과정에 있어 처음부터 주제를 정한 후 스케치를 하거나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제 작업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움과 변화이거든요. 처음 생각보다 더 좋은 과정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성형뿐만 아니라 소성할 때도 소금, 연마, 전기, 석유, 가스소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한다. 도예가 이사리씨는 작품을 만들 때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만 성형하는 ‘핀칭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작업방법이 자유롭기 때문에 작품도 자유로움을 지닐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작품 철학은 ‘재미’라고 한다.

 “얼마 전부터 작품활동을 하는데 있어 ‘재미’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내 작품이 위대한 철학을 담기보다는 보는 사람에게 잠시동안의 재미와 흥분을 줄 수 있는 것이 가장 기쁘죠. 작품을 만드는 내가 재미를 못 느끼면 보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사리의 비정형 조형작품은 형체를 바꾸며 움직이는 미생물인 ‘아메바’ 같다. 매 회 선보이는 전시를 통해 비슷한 형태의 작품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롭게 변형돼 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아메바’가 다음에는 어떤 재미있는 형태로 변하게 될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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