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이세용
:작가의식에 관하여
2018.12.6~2019.1.5 조은숙갤러리
글_서정걸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
나는 내 작업을 통하여 내가 살아온 역사를,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그리고 내가 꿈꾸는 미래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풀어내는 일을 하고 있고 또 그런 내 작업을 이해하거나 좋아하는 분들과 교감을 나누고 사는 까닭에 뭐 감추고 에두르고 치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본지 기사 중 -
고민하지 않기로 한다. 글쓰기를 멈춘 지가 꽤 오래되어 선뜻 첫마디를 쓰는데 수일을 소모했다. 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글로 정리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의 작품을 오랫동안 보아왔지만, 그냥 감상자의 느낌으로 보았지 분석하거나 해석하려는 눈으로 보지 않았다. 볼 때마다 그냥 좋았다.
예술은 자꾸만 의미를 부여하면 복잡해진다. 오랫동안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해오면서 내린 결론은 ‘얼마나 좋은가’이지, ‘무엇을 주장하는가’를 따지는 것이 별로 유익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품들을 볼 때 그냥 감성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보고 좋으면 좋은 것으로 만족한다. 좋은 것은 자꾸 보아도 좋다. 그의 작품들이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그의 작품에 담긴 심오한 뜻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한다. 심오한 뜻은 나도 모르게 그 안에 배어 있는 것이어서 굳이 그것을 꺼내어 ‘이런 것이다’라고 외치지 않아도 된다. 하찮은 사물에도 심오한 뜻은 있는 것이다. 그 심오함은 느끼는 사람의 몫이다.
그의 작품들에 대한 느낌을 곰곰이 되새겨 보니 한마디가 떠오른다. ‘거침없음’이다. 작품에서 머뭇거림을 찾아볼 수 없다. 밑그림을 그리거나 미리 계산한 흔적이 없다. 커다란 인물상도 모델링없이 한 줌의 흙으로부터 시작해서 느낌대로 완성하였다. 회화도 그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물 흐르듯 그려 넣었다. 무언가를 겨누고 따지고 가르지 않는다. 그냥 거침없다. 거침없음은 자연스러움을 좀 더 강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의 삶이 또한 그러하다. 말과 행동과 생각과 작품을 제작할 때의 모습, 그리고 그의 글에서도 그런 점이 느껴진다. 거침없음은 대범함이나 관용 같은 말들과 연관된다. 그리고 그 궁극에는 자연스러움 이란 개념이 있다. 그는 글을 쓸 때도 싸매고 들어앉아 고민하지 않는다. 그의 글을 읽어보면 그냥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술술 나온 글 들이다. 술술 나왔지만 앞뒤가 꼭 맞는다. 그의 작업도 마찬가지다.
그의 작업은 대범하지만 거칠지 않고 오히려 정교함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러한 수월함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를 생각해본다. 아마도 그러한 세계에 도달하기 까지 치열하고도 반복된 과정들이 있었을 것이다. 기술적 기법적인 부분은 물론, 재료공학적인 것까지 모 든 것들에 대한 오래고도 깊이 있는 천착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적 기질과 세상을 관찰하는 탁월한 눈을 가지고 있다. 〈거침없음〉의 내면에는 바로 그러한 내공이 작용되어 있는 것이다.
이하 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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