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은 10년 정도 했다고 승부가 나는 작업이 아니다. 더 오래 해야 누적된 시간이 갖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Q. 모든 작품의 제목은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다. 같은 의미를 담은 다른 명사들도 많았을 텐데 이 제목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A.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워낙 좋아하는 희곡이자 연극이다. 원래는 연극을 좋아해서 그런 쪽에서 일을 하고 싶었으나 군대를 다녀오고 학교에서 졸업을 하려다 보니 작업을 하게 됐다.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느라 작업은 스물 여섯 일곱 살에 본격적으로 했으니 늦게 시작한 편이다. 당시에는 연극에 미련이 남은 터라서 전공을 하면서도 나에게 재밌는 방식으로 뭔가 해볼 수 있는 게 없을까 하다가 연결한 작업이 「고도를 기다리며」시리즈의 첫 시작이 됐다.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8년 정도 이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Q. 기록의 여러 방식이 있을 텐데 도자블록에 일련번호를 찍는 방법을 선택했다.
A. ‘기록’(지속과 반복)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을 생각하던 중에 숫자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압인을 하는 건 도자 역사에서 오래된 방법이고 흙이라는 재료에 가장 적용하기 쉬운 방법이다. 반대로 이런 방식 때문에 작업이 제한되기도 한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은 넘버링을 하고 조각이 작아서 숫자를 새기지 못하면 다른 종이에 새긴다거나 하는 나름의 규칙을 만들었다. 건조중에 부서지거나 너무 많이 깨지면 다시 흙으로 돌리고 다음 번호를 찍는다.(한번 쓰여진 번호는 사라지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태도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그것을 넘어서는 조건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간다는 것이다. 최대한 규칙을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와 맺은 신뢰의 문제다.
“규칙은 내가 계속 이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지 좀 더 편하고, 쉽고 빠르게 작업을 하기 위해 바꾸는 것이 아니다. 작업을 하면서 한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하지 못하는 것은 도움을 받지만 그 외에 모든 공정은 다 직접 한다. 만약 누가 과정의 한 부분을 도와주기 시작하면 그 다음엔 다른 것, 그 다음에는 또 다른 것을 부탁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내가 하는 행위와 시간의 기록’이라는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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