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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3월호 | 작가 리뷰 ]

키라 슈피커
  • 편집부
  • 등록 2018-04-10 18:09:44
  • 수정 2018-04-11 09: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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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무한한 공간 안에서


키라 슈피커
Kyra Spieker


이윤경 독일 리포터

 


키라 슈피커는 독일 중부 서쪽 숲 지방이자 전통도자 로 유명한 도시인 훼르 그렌츠하우젠Hoehr-Grenzhausen에 자리 잡고 있는 대학에서 예술도자를 전공했다. 이 지 방에는 유리, 도기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유명한 산업 도자 회사와 맥주잔을 비롯한 다양한 생활도자를 전통 방식으로 제작하는 크고 작은 공방이 가득하다. 필자는 예술도자 분야에서 활동하며 슈피커 작가의 작 품을 접했다. 그녀의 작품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고 기억한다. 20여 년의 타국 생활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 온 후, 도예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첫 번째로 찾은 케 라미온 도자박물관에 그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 다. 오랜만에 찾은 박물관에서 키라 슈피커의 작품은 놀라움과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작가는 케라미온 전 시가 자신의 도예의 길을 풍요롭게 해주는 영광스럽고 뜻깊은 전시라는 말을 시작으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키라 슈피커 작가의 초기 작품은 그 당시 도예계를 놀 라게 하는 동시에 물레성형의 형태에 익숙해져 있는 감상자의 시각을 조금은 불편하게 만들었다. 날카로 운 선과 엄격한 면의 조화는 안정감과 긴장감이 공존 하지만, 불안감은 자아내지 않는다는 평을 받으며 새 로운 형식의 도자로 인식되었다. 대부분 판 조립으로 작품을 제작했는데 반듯한 면을 둥글게 만들고, 사선 으로 면을 자르거나 이어붙인 형태는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잘라진 면과 그로 인해 생겨난 예리한 선은 공 간 속으로 퍼져 나가 무한을 느끼게 해주고, 주변 공간 을 인식시켜 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을 구상하며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動’이다. 즉 율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옛 벽돌 을 비롯해 도기, 백자, 플라스틱, 아크릴, 유리, 비닐거 울, 종이 등을 사용한다. 그녀는 벽돌을 이어붙인 사각 형에서 부분적으로 삼각형의 형태를 잘라내는 방식으 로 만들어진 작품은 어려서부터 건축가인 아버지의 건 축현장을 따라다니며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움직이는 직선의 느낌을 곡선으로 변화시키며 작가는 물결을 연상시키는 선의 흐름을 정방형의 입체에 담아 정靜과 동動의 만남을 통한 ‘무한’이라는 연속성을 담아 내고자 한다. 곡선, 정방형의 입체를 이어 나가거나 자 유롭게 배치시키며 그룹이라는 개체가 이루어지는 부 분이 전체가 된다. 그 전체가 또 다른 부분이 됨으로써 끝없이 이어갈 수 있다는 암시를 준다. 정방형의 평평 한 형상을 다른 물질과 조화시켜 건축적인 느낌을 자 아내기도 한다. 안이 비어진 형상의 다른 두면을 막아 색유를 입힌 후 빛에 의해 유약색이 강조되는 효과를 시도하거나, 유약을 다른 물질로 대체한다. 예를 들면 비닐거울을 부착시켜 주변의 사물과 빛에 의해 형성되 는 반사효과를 강조해 보기도 한다. 그녀는 빛이 더해 지면 4차원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라며 도자의 영역 에 변화를 가해주는 강한 요소가 ‘빛’이라고 말한다.

“작품의 구상은 처음부터 선명한 아이디어로 출발한다. 새 로운 생각은 ‘조화’라는 큰 명제 하에 시작된다. 형태가 반 드시 대칭적일 필요는 없으며, 긴장감과 운동감을 동시에 담으려고 한다.”
자신의 도자에 대한 구상을 흙과 다른 물질로 꾸준히

2 「기억」 10 x35x35cm, 백자, 색유, 2014
3 「다른 곳에서」 10 x45x45cm, 백자, 크롬비닐, 2016
표현해 보고자 하는 노력에는 ‘끈기와 고집’이 커다란 힘이 되었다며 슈피커 작가는 살며시 웃는다. 자신의 작품은 건축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 있어서 규모를 크 게 변형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장소와 재 료비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작은 형상에 담 겨있는 강한 힘과 섬세함은 이떤 크기의 형상으로 변 형시켜도 전혀 문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효 과와 느낌을 가져다줄 듯하다. 자신의 작품이 큰 형상 을 만들기 위한 표본이라는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 런 생각을 미리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건축물과 그 안 에 담긴 다양한 형태나 재료를 분리하여 볼 수 있게 된 계기는 건축가인 아버지의 작품에 사용된 재료를 어려 서부터 자연스럽게 접하며 성장했기에 가능했다며 자 연석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벽돌이 조화된 자신이 살 던 집의 내부가 하나의 예라고 말한다.

“하나의 형상이 구체화되면 즉시 종이를 이용하여 3차원적 스케치라고 말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 본다. 그리고 형상 화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기법과 재료를 구상한다. 도자 분 야는 흙이라는 꽤 까다로운 물질로 표현되기에 자신의 생 각에 맞는 기술을 찾아 실현시켜 보려는 일을 시작한다. 이 과정은 집중을 요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작업이다.”
키라 슈피커 작가는 학부 때 흙과 타 물질을 조화시키 려는 호기심이 시작됐다. 과반 형태의 도자를 투명한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고정시키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자신은 전형적인 도예가는 아닐 수 있다고 한다. 1980 년대에는 흙과 다른 물질의 조합이 낯설었고, 자신의 작품은 소속이 불투명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으나 지금 은 작가 자신의 유일한 특성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 게 되었다. 그녀는 ‘환경 도예’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4 「시리즈 작품인 일상적인 입체의 하나」 15 x33x33cm, 도기, 색유, 2017
5 「전망」 33 x33x33cm, 도기, 색유, 2017
있다. 작품의 성격이 건축적이라는 평으로 인해 건물 과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 를 지속적으로 받는다. 그 장소만이 가진 특성과 서있 는 건물의 자재, 그곳에서 행해지는 일의 성격과 사람 들의 복합적인 개성을 고려해서 환경도예 작품을 만들 었다. 특히 밖에 설치되는 환경도예 작품의 장점인 ‘자 연빛’을 통해 달라져 보이는 효과는 다양하므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 는 빛은 보는 이의 시각을 변화시켜 준다는 확신을 가 지기에 빛에 대한 생각과 관심이 좀 더 풍요로워진다 며 작가는 도자와 빛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케 라미온 박물관에서의 작품전시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 각을 여기에 옮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나는 하얀 건물을 좋아한다. 율동적인 빛의 흐름이 휘어 진 기둥을 감싸는 듯 박물관 내부는 환상적이다. 밝고 선명한 선으로 이루어진 이 전시장소를 오래전부터 매력적이라 고 생각했다. 유리벽을 통해 보이는 정원의 풍경은 건물 내 부를 자연스럽게 밖으로 이어주기에 열린 공간이라는 느낌 이 강조된다. 하지만 나의 작품을 여기에 설치하는 일은 쉽 지 않았다. 둥글게 이어지는 건물의 형상과 정방형이 지배 적인 작품의 조화는 어려울 듯했으나, 건물 내부에 흘러넘 치는 빛이 작품들을 동적으로 만들어주며 서로의 부딪힘을 완화시켜준 듯하다. 특히 도자 표면과 만나는 빛의 반사작 용으로 인한 시각효과는 계절과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다. 이는 단순하고 선명한 느 낌의 작품 안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이끌어 내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작품이지만 전시장소의 변 화가 가져다주는 느낌으로 인해 스스로도 작품에 담긴 의 미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나는 율동적인 공간에 작품 설치를 하는 동안 차분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움직임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이기를 바란다.”

 

이하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8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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