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is」 h38~56cm, ø18~30
세키노 료는 일본 내에서도 섬세한 작업으로 정평이 난 유망한 유리공예 작가다. 용광로 속 유리를 불어 형태를 만드는 블로잉기법으로 작업을 하는 그는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순도 높은 유리를 주로 사용하며 투명한 성질을 극대화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Q 한국에서 전시를 하게 된 계기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일본작가 기획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한국에처음 방문했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구마노 선생님(오사카예술대학교수)이 일본에서 성장한 젊은 공예작가들의 작업을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하셔서 흔쾌히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작업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겠어요.
사람들의 반응보다는 작가로서 유리가 가진 다양한 성격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큽니다. 제 생각에 유리분야가 아직 한국에서는 예술로서 많이 인식되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블로잉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쓰임도 있지만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Q 제작할 때 추구하는 것
특별히 형태에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유리가 가진 한계를 찾기 위해 노력해요. 깨졌을 때는 깨진대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려고합니다. 그래서 유리가 가진 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업을해요. 예를 들면 유리가 깨진 상태를 보통은 가장 취약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전 이것이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합니다. 단순하면서도 섬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작품을 보고 백자냐고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Let it be”, 무언가 억지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두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특별히 어떤 것을 테마로 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것은철저히 쓰임에 충실하게 어떤 것은 예술품처럼 만드는 정도의 구분만 두고, 유리가 가진 표정이 어디까지 나올 것인지를 기대하며 “네가 얼만큼 표현될지 볼거야!”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유리로 만든 그릇은 여름에 더 많이 소비되는 것같아요. 상품제작시에 계절을 고려하기도 하나요?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일본에도 투명한 유리는 여름에 써야 제맛이라는 사람이 있지만, 오히려 스웨덴은 겨울에 유리를 많이 쓴다고 합니다. 겨울의 눈과 얼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은 국민성에 따라 다른 것이죠. 저도 몸으로 체화된 습관이 있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여름, 겨울을 나눠 제작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Q 일본에서 활동하는 유리 작가들의 현황이 궁금하네요. 개성이 구분된 작가들이 많이 있나요?
일본 내에 유리공방은 굉장히 많아서 누구나 유리공예를배우고 싶다면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대학에서는 공방을 운영하거나 제대로 된 작가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시스템도 갖춰져 있고요.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유리공예길에 들어선 후로 18년째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모든 공예 분야가 그렇겠지만 유리공예 역시 기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생각을 펼쳐갈지가 뚜렷해야 합니다. 전업작가로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은일본도 예외는 아니에요. 작가마다 유리가 가진 성질과 조형성, 추구하는 것을 조화롭게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개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것을 작업에 얼만큼의 열정을담아 만들고, 그 마음을 이어나갈지가 작가 생활을 지속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처음 유리공예를 하게끔 동기를 부여했던 일화가 있나요?
대학입학시험에 실패하고 뭘 해야하나 고민하던 중에 뭔가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걸 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던중 우연히 어떤 학교의 제품디자인과에 대해 알게 됐어요.이걸 해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한게 유리를 하게 된 계기일수 있겠네요. 그 학교는 2년제인데 1년은 디자인만 배웁니다. 1주일에 두 번은 유리에 대한 공부를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디자인을 배워요. 거의 책상 위에서 하는 공부밖에없다가 2학년이 됐을 때 블로잉을 처음 하게 됐습니다. 당시 블로잉 하는 사람에 대해 제가 생각한 이미지는 장인스러운 옷을 입고 다니고, 힘이 좋아서 뭐든 할 수 있을것 같은 사람이었어요. 근데 그 학교 선생님은 스타일도좋았고 굉장히 멋졌어요. 그 분이 블로잉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세계도 있다는 것을 알고 완전히 매료됐습니다.블로잉은 금방 굳기 때문에 빨리 불어야 해요. 작은 컵이나 볼은 10분만에 만들고, 큰 것들은 길어야 2시간이죠. 승부를 내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완성하는 엄청난 기술을 갖지 않으면 안됐는데 저한텐 그 속도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