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연 <From Invisible to Visible> 전 미국 메릴랜드 컬럼비아 하워드 커뮤니티 대학 갤러리
기억이란 유연한 것이다. 동일한 사건을 두 사람이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도 하고, 어떤 사건은 기억하려고 애쓰지만 떠올리기 힘든 경우도 있다. 작가 전신연은 이러한 혼란스러운 기억을 작업의 주제로 삼고 있는데, 작품에서 이야기가 관념의 소용돌이를에워싸거나, 무작위하게 보이는 순서로 오브제를 일렬로 쌓아 올리기도 한다.
그녀는 1992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1996년 미국으로 와서 2003년에 메릴랜드 프레드릭Frederick의 후드Hood대학원에서 도예를 공부한 뒤, 타우슨Towson 대학에서 2007년 도예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현재 예술가, 선생, 저술가,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균형있게 유지하면서 여기에서 오는 여러 가지 요소간의 관계를 기반으로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예술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가고 있다.메릴랜드 컬럼비아Columbia의 하워드 커뮤니티 대학Howard CommunityCollege에서 <From Invisible to Visible>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최근의 개인전에서, 그녀는 갤러리의 전체 공간을 작은 좌대에 올라간 소품들, 우뚝 높이 치솟은 토템 작품들, 그리고 표면이 이야기와 추억으로 덮여 있는 둥그런 항아리들과 받침있는 잔goblet등으로 가득 채웠다. 작가는 “감정이나 느낌과 같은 인간의 일시적이고 찰나적인 측면이 항상 일상생활에서 나를 자극한다. 나는 이들을 나에게 부여된 보이지 않는 동기라고 생각하고 그것들을 나의 도예 작품의 형태과 표면에 반영시키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억의 잔상들」이라는 작지만 강력한 시리즈 작품들에서는 얼굴과 여러 오브제를 뒤섞어 기억이 발생되는 순간을 재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시리즈의 작품들은 큰 스케일의 작품보다 더 재빠르고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을 전달하는 효과를 지닌다. 그것들은 질감있는 슬랩, 슬립, 그리고 성형된 얼굴들이 복잡하게 어우러져 있는 구조를 이룬다.
「기억의 잔상들-I」은 얼굴과 팔다리, 그리고 자그마한 구멍들이불길해 보이는 동굴을 만들어내는 리본 같은 모양의 석판들로 작고 단단한 소용돌이 폭풍처럼 보인다. 색상은 약간 메슥거리는녹색으로, 유약은 인물과 얼굴을 삼키듯이 흘러내리는데, 어두운청동 유약과 러스터는 부풀어 올라서 터지기 일보직전처럼 보여굴곡있는 작품을 미약하게나마 화려하게 보이게 한다.반면, 「기억의 잔상들–II」는 빛바랜 폴라로이드 사진이나, 천천히잊혀져가는 오래된 날들처럼 조용하고 창백하다. 파편과 조각들은 기억 사이의 간극을 의미하는 여백과 그림자를 형성한다. 작품 속의 얼굴은 숨이 막힐 듯한 놀라움, 동경하는 눈길을 표현하고 있다. 해골 형상의 인물은 작품의 뒤쪽에 도사리고 앉아서 우리에게 낭비할 시간은 없음을 상기시켜준다.
작가의 「헤드 토템」시리즈는 평화스럽기는 하지만, 여전히 잃어버린 기억, 혹은 그랬다가 되찾은 기억들에 대한 불안정한 분위기,즉, 기억해 내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확한지 알 수 없는 상태에대한 서술이다. 구성 요소들은 안정성을 위해 강철 막대 및 받침의 도움으로 중력을 거스르는 자연스럽지 않은 수직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여성성 혹은 여성의 생산성을 의미하는 가슴 형상,알 모양, 여성 흉상 등의 오브제가 작품에서 자주 발견된다. 그녀는 여러 소성 온도와 표면 처리를 통해서 표면을 다양한 그림과무늬로 덮는다. 여성의 표정은 미묘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한 작품에서 관객은 갈등의 해소, 심사숙고함, 염려, 공포 등을 느낄 수도 있고, 조명과적당히 어우러진 배치는 관객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의 가능한 감정 상태 사이를 오가도록 하기도 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