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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월호 | 작가 리뷰 ]

안미애 An Mi-Ae
  • 편집부
  • 등록 2018-02-08 13: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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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산에서 영감을 얻어제작한 머그 손잡이

 

학생이 아닐지라도 ‘3월’이 다가올 때면 많은 이들이 자신을 한 번씩 다잡고는 한다.새해 소망과는 다른, 일종의 ‘근면에 대한 다짐’이랄까.경기도 이천에서 작업하는, 3월 같은 작가 한명을 만났다.
작업에 대한 불안함을 즐길 줄 알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안미애 작가의 작품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묵직한 무언가’가 담겨있다.

 

Q. 작업 중 거울 시리즈가 인상 깊었어요.
거울 시리즈는 제가 가장 힘들었을 때 훌쩍 떠난 경북 청송 주왕산의 ‘주산지’에서 느낀 것들을 담은 작업이에요. (그녀의 작업실 한쪽벽면에는 거울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다른 쪽에는 영감을 받았던 여행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사진 속 단풍든 산이 ‘주산지’에요. 제가 여행을 떠난 날은 날씨가 매우 좋아서 호수 면에 산과 하늘이 모두 비쳤어요. 그 모습을 작업에 담았어요. 흔한 말로 스스로에게 힐링을 줄 수 있는 작업을 만든 거예요. 작업에 특별한 의도를 담은 메시지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죠. 제 작품은 전공자들보다는 일반 관람객들이 더 좋아해주세요. 아마 그분들에게도 비슷한 추억들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 특히 색감이 돋보여요. 거울 작업은 묵직한 느낌이 좋아서 조합토로 제작하고 3벌을 하죠. 던컨의 붕붕 뜨는 색감을 철이 잡아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철로 꼭 밑 작업을 해요. 3벌을 하는 이유는, 저화도에서 철은 더 붉게 올라오거든요.(이렇게 작업과정을 모두 공개해도 괜찮은가 물었더니 작가는 상관없다며 쓱 웃어보였다.) 철 작업 이외의 색감 배치에는 저만의 컨셉이 있어요. 제가 작업하는 이곳 이천에는 산이 많아서 1년을 지내다 보면 사계절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돼요. 분홍으로 표현한 것은 벚꽃이고요, 다른 거울의 노르스름한 바닥은 추수하는 모습을 담은 것이에요. 또 푸르스름하게 어두운 색은 작년 유성우가 떨어지던 날의 하늘에서 가져왔어요.(작가는 벽에 진열된 거울 작품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설명한다.) 그날, 40분 동안 목 꺾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는데 별들이 엄청나게 떨어지더라고요. 그렇게 제 눈으로 본 자연의 색을 여기 담았어요.

 

Q.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업 작가의 길에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던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결정적으로 제가 작업에 흠뻑 빠지게 된 계기가 있어요. 3년 전에 ‘작업 VS 나, 어디한번 끝장을 보자’라는 생각으로 이천에 들어왔어요. ‘이천행’이라는 선택이 작업을 계속해야 할지, 도태되어 나가떨어질지를 가리는 최후의 보루였으니 마지막으로 작업을 할 수있는 기회였죠. 마지막 작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거울 시리즈였기에 어떻게든 전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Arthub(전시홍보사이트)’에 올라온 대관전시 중 딱 세 곳에만 지원서를 넣었는데 그중 한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신사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갤러리 ‘암보르시아’에서 첫 초대개인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시 공간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내 작업을 지켜봐 주는 어느 한 사람이 생겼다는 것’, ‘누군가 나를 선택했다는 것’, 이 점에 홀딱 빠져버렸어요. 또 전시를 마치고 허한 마음이들 때쯤 이천 창작공방 레지던시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이에요. + 작업만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른 이들에게는 좋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작가들은 하루라는 시간을 생계형 일 50%, 자신의 작업 50% 정도의 비율로 사용할거예요. 저도 처음에 이천에 들어올 때는 아는 선배 작가 공방에서 어시스턴트로 차도구와 식기를 만들며 작업을 병행했어요. 하지만 머릿속에 만들고 싶은 것은 넘쳐나는데 손은 다른 것을 하고 있으니 못 견디겠더라고요. 혼자 욱하기도 하고, 울기도했어요. 다른 일을 그만두고 작업에만 몰두한 게 첫 개인전을 준비했을 때였어요. 물론 매달 작품 수익으로만 백만 원을 넘길 수는없어요. 그래서 가끔 아르바이트처럼 일하기도 하고요. 요즘은 주문생산을 받아볼까도 해요. 올해가 양띠해라서 인지 양을 제작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거든요. 그런 인맥들이 다 3년 전 초대 개인전 할 때 알게 된 분들이에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에게 있어 그때가굉장히 중요한 타이밍이었구나, 새삼 느끼고 있어요.

 

Q. 작가로서 현재 자신, 혹은 작업의 위치는어디쯤인가요?
먼저 마음의 위치가 조금 변했어요. 레지던시에 들어오면서 작업을하고 있으면 매일 관람객 분들을 접해요. 작품에 대한 반응이나 판매되는 모습을 보면 자신감까지는 아니지만 ‘앞으로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작품에서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조형작업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만들었어요.어떤 메시지를 담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렇게 만든 작품들이 다 ‘공예’였구나 라고 자각하게 되었어요. 그 후로는 ‘쓰임’에 더 중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어요. + 작업스타일을 바꾼다는 게 힘든 일인데요, 어떻게 변했나요? 대학원시절까지는 주로조형작품을 만들었어요. 게다가 영험성과 같은 주제를 다루었기에분위기도 무거웠었죠. 사실 그때는 제가 누군가와 자주 말을 하는사람도 아니었는데 사회에 나오면서 작업도 성격도 많이 변했죠. 요즘은 식기와 데스크용품들을 제작하고 있어요. 지금 작업은 판매를 위한 제품과 제가 그동안 해오던 조형으로 나누어져있지만 식기나 데스크 웨어에서도 그동안 사용해 왔던 산과 구름 모티브를 덜어낼 거예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고 다루어왔던 진짜 ‘흙 맛’, 흙의질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제품과 조형의 간극을 줄이는 시도를 할예정입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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