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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5월호 | 작가 리뷰 ]

사카이 요시키酒井芳樹 송지섭
  • 편집부
  • 등록 2018-01-29 2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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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정진하는 도자의 길: 도자 동행 道者 同行 · 陶瓷 同行

꽃비 내리는 봄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는 가족을 만났다. 단 하나의 우연이라도 어긋났더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족이란 인연은 신비롭다. 운명처럼 만난 이들은 ‘도자’라는 강한 공통분모로 묶여있다. 서로를 아끼고 염려하는 마음에서부터 깊이가 남다른 장인 사카이 요시키酒井芳樹와 사위 송지섭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카사마 도예촌에 피어오르는 아득하고 깨끗한 아침안개가 그려진다.

“한국인 사위가 도자를 배우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사위와 함께하는
한국에서의 전시를 기대해왔습니다.”
-사카이 요시키

“함께 전시를 한다는 사실이
두렵고도 기쁩니다.”
-송지섭

 

일본 이바라키현茨城縣, 카사마笠間 도예촌에서 도자 장인匠人으로 일컬어지는 도예가 사카이 요시키는 국내에서는 만화가 허영만의 책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에서 일면 소개된 바 있다. 일본의 근·현대도예를 이끌어간 이바라키현 카사마 지역. 사카이 요시키는 산업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 당시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생산되는 도자기들 틈에서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작품을 이어온 도예가다. 지역의 맛을 살린 전통 도자를 현대적인 미감으로 풀어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끊임없이 정진해온 도예가 사카이 요시키. 하나의 스타일을 완비하기 위해 40여 년 이상을 끊임없이 정진해온 그에게 아주 특별한 제자가 찾아왔다. 한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던 딸과 함께 돌아온 한국 사위 송지섭은 서투른 일본어 실력 탓에 겁 없이 도예의 길로 성큼 들어섰다.
시인을 꿈꾸던 청년 송지섭은 손에 잡히지 않는 막막한 관념의 세계에서 헤엄치다 마침내 두 손에 흙을 쥐어 들었다. 늘어가는 실력과 함께 점점 자신의 미감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도예는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장인어른과 사위의 사이가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이어지는 데에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가 송지섭에게 가족으로서 장인丈人이지만 스승으로서 도자 장인匠人인 사카이 요시키는 여느 제자들에게나 그랬듯 처음에는 도예의 길을 반대했다고 한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충분한 준비와 각오 없이 뛰어들기엔 스승이 겪어온도예의 길은 험난했다. 작업을 이어가면서 부딪치는 한계와 좌절, 나아가 경제적인 상황까지 현실적인 면을 두루 알려주고 다짐을 받은 후에야 배움을 향한 사위의 의지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모든 반대가 사위에게 와 닿았던 것은 아니다. 사실 당시 일본어에 서툴렀던 송지섭은 장인어른의 염려 섞인 반대를 전부를 알아들을 순 없었다고 한다. 덕분에 용기 있게 도예의 세계로 뛰어들었다는 후일담에서 겸손한 미소가 그려진다. 장인어른이 지역에서 손꼽힐 정도로 대단한 도예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도 그로부터 어느 정도 시일이 흐른 뒤였다.
“지금은 장인어른의 스타일에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시기에 쉽게 영향을 받게 되지만, 지금은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저만의 색을 단단하게 갖춘 다음에 장인어른의 스타일을 나만의 방식대로 소화하고 싶습니다.”
일본도예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나가는 것을 제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도예가라는 타이틀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작가 고유의 색을 알아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 매번 새로움을 추구하며 자기복제를 경계하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작년과 올해와 내년의 작품이 모두 비슷한 모습인 경우가 많다. 끊임없는 반복으로써 한 가지 재료와 하나의 스타일을 완비해나가는 예술가의 모습은 도인道人의 경지에 가깝다.
“도예가가 된다는 것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갖춘다는 것입니다.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제자들에게 계속 반복하라고 지도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위해 정진하고 있는 카사마 지역. 타 지역에서보다 예술가들 간의 교류가 활발해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쉽게 이루어진다.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쌓아가는 작가들을 보며 송지섭은 주눅이 들 때도 있다고 한다. 독창성을 지닌 뛰어난 작품들을 볼 때면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지만, 때때로 높은 경지의 작품 앞에서는 쉽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송지섭은 뛰어난 작가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작업하는 그는 스스로가 일본과 한국을 이어주는 가교가 되기를 소망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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