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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월호 | 작가 리뷰 ]

악보 없는 즉흥곡, 옹기 예술 이강효
  • 편집부
  • 등록 2018-01-02 16:09:41
  • 수정 2018-01-02 18: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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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원형병」 2017

 

세월의 바람을 가슴에 담고 신명 나게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거친듯하지만 작가의 얼굴은 평온하며, 자유분방하지만 작가만의 절제된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무작위의 미’이다. 고유섭 선생의 한국미론 중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무작위의 작위’, 즉 너무 천연스러워 인위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실감나는 순간이다.

작가의 손끝에서 기를 잇는 흙띠가 만들어지고 순간순간 리드미컬한 한국의 사물놀이 가락은 작가의 에너지를 내면으로부터 일깨워 끌어내고 있다. 작가의 손끝에서 뿌려지는 흙물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옹기와 혼연일체가 되어 춤을 춘다. 장단과 연주 분위기에 몰입해 그때그때의 감흥을 손짓 몸짓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얼굴은 어린아이처럼 해맑다가 갑자기 노기를 띤 고집 센 노인처럼 변하기도 하고 슬픔도 기쁨도 없는 무표정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내재된 생명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옹기에 표출되고 있는 놀라운 광경이다.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to Croce는 ‘예술은 곧 직관이고 직관은 곧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즉 인간의 내면세계를 밖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예술의 창작임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춤사위는 옹기와 하나가 되는 예술 과정이다. 작가의 주관적 내면성이 옹기로 옮겨가는 자유로운 몸부림이다.

 

예술이란 전통을 고수하고 전수하는 것만이 아니다. 오늘날 현대 미술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그 광범위한 확장성은 보다 개혁적인 가능성 앞에 서 있다. 시나위의 음악을 듣고 춤사위를 벌이는 옹기 마스터 이강효의 퍼포먼스는 파격적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앞서가는 자들이다.

 

이강효, 분청 퍼포먼스

 

자연의 에너지와 감각적 필치
어린 시절 별 생각 없이 손으로 그린 옛날 옹기 항아리가 좋았다는 이강효는 지난 30년 동안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그는 일본에서 만난 코이에 료지Koie Ryoji 선생의 권유로 자신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이루어내게 된다.

흙과 불의 에너지. 그리고 모든 자연의 에너지와 소통하며 현대와 전통을 절묘하게 구성하는 이강효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한국의 옹기 기법으로 형태를 만들고 추상회화와 같은 감각적인 필치를 띠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현대 추상미술이 전통적 옹기 속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듯한 모습은 작가의 독특한 시각을 보여줄 뿐 아니라 감정의 근원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작업은 산과 들과 하늘에 대한 외경심의 표현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흙덩어리를 주물러 어떠한 덩어리를 만들고 백토를 칠하고 그려나가는 작업은 내 꿈에 대한 표현이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 자신이기도 하다. 작업이란 내 마음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내 작업의 주제는 ‘존재하는 모든 것’ 에 대한 표현이며 ‘내 삶 자체’이다.”
-작가노트에서 발췌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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