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영
Cho Won Young
오브제 위에 새겨진 분청상감
|김성희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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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분청상감기법은 고전적인 형태의 청자 위에 문양을 새기는 전통기법이었다. 당시의 도예가들은 이 기법을 통해 자연과 동물, 문자 등을 기면 위에 새겼다. 오늘날의 현대 도예가들 또한 분청상감기법을 즐겨 사용한다. 전통문양을 그대로 인용해 작업하는 작가들이 있는 반면 나름 변형시켜 자기만의 그림을 작품에 그려내는 경우도 있다. 작가 조원영(44)은 도자오브제 위에 분청상감기법으로 작업하는 도예가다. 전통복에 꽃 문양을 그려 넣고 의자와 항아리에는 문자를, 인간을 닮은 조형물에는 꽃과 새, 말 등을 새겨 넣는다. 현대조형물에 분청상감기법으로 다양한 문양을 새기는 그를 만나보기 위해 여주군 산북면에 위치한 작업실을 찾아가 보았다.
70×140cm, 1회 전시작
분청상감이 서술하는 삶의 이야기
지난 3월, 서울 인사동의 통인화랑에서 조원영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전시장에는 인간의 두상을 형상화한 10여점의 연작들이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듯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작품을 살펴보면 자유롭게 그려진 빗살(귀얄)문과 한자, 그리고 자연을 의미하는 꽃과 새, 말, 풀잎 문양들이 상감기법으로 새겨져 있다. 자연스레 드러난 태토와 백화장토의 색 대비는 흡사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와 현대적인 컴퓨터 그래픽 문자체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서로 다른 생각과 행동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작품으로 담아냈다. 과거에도 오늘날도 대부분 성공에 기준을 한 방향에 세우고 고집하고 사고하는 인간의 본능을 표현한 것이다. 옆에는 1m가 넘는 전통한복을 주제로 한 조형물과 탑, 의자, 긴 항아리가 함께 전시돼 있다. 그가 제작한 모든 작품에는 상감기법으로 그려진 그림과 문양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종교적 차원을 넘어선 작가의 바램을 문자와 그림으로 작품 위에 풀어낸 것이다.
그는 이렇듯 분청상감기법을 통해 인간사회와 자신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풀어낸다. 독특한 점은 모든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전시를 펼칠 때 작품에 제목을 달지만 그는 작품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담는다. 분청상감기법으로 그려낸 문양들이 곧 그가 하고 싶은 말이자 작품의 제목이다. 대부분 즉흥적으로 작품을 제작, 완성하기 때문에 억지로 제목을 붙이는 것은 거짓이라는 것. 그렇게 그는 자유롭게 완성된 모든 작품에 의미를 붙이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풀어낸다.
조원형 2회 개인전, 2013.3.13~3.19, 서울 통인화랑
첫 개인전을 초대전으로
조원영은 올해까지 두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첫 번째로 전시를 선보인 곳은 2005년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공화랑 이었다. 당시 첫 개인전을 펼치기 전까지는 전시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한 개인 작업에 충실했었다. 판매를 위한 생활도자기를 제작하는 것도 아니었고 마땅한 거래처도 없었지만 언제나 원하는 작업에 매진할 수 있었기에 행복했다. 하지만 자신의 작품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고픈 생각 또한 간절했기에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개인전을 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마침 아는 지인의 소개로 적절한 전시공간을 소개받게 됐고 포트폴리오와 작품제작에 관한 서류를 화랑 측에 제출했다. 작품이 마음에 든 화랑 측은 그에게 초대전을 제의했고 ‘무사武士’를 주제로 한 첫 개인전을 갖게 되었다. 갤러리의 1층은 조형물 위주로, 2층은 조형과 그릇을 함께 전시했다. 특히 1층에서 선보인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무인에게 필요한 장신구 및 복장, 말 등의 오브제가 분청상감기법으로 새겨진 작품들이었다. 즉흥성에 기인해 새겨진 문양들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오브제 작품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작품이 판매됐다. 나름 첫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통인화랑으로부터 다시한번 초대전을 제의 받았고 올 3월 자신의 두 번째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60×70cm, 2회 전시작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관객과 소통
평소 독서를 좋아하는 조원영은 작업에 관한 아이디어를 주로 책에서 얻는다. 책 속에서 얻은 다양한 상상력을 스케치로 표현 한 후, 곧바로 성형을 시작한다. 제작과정에 있어 특별함은 없지만 책을 통해 작품을 표현하고 그려내는 것이 그만의 작업방법이다.
유년 시절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그는 대학 진학 당시 문학관련 학과에 입학하려 했다. 하지만 대학진학에 실패했고 재수 후 문학과는 전혀 다른 방향인 홍익대학교 산업공예과에 입학했다. 목표로 했던 학과가 아니었기에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어영부영 한 학기를 마친 후 곧바로 군입대를 했다. 도예작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건 제대 후 부터다. 같은 과 동기가 도자기로 유명세를 타는 모습을 보고 욕심과 오기가 생겼다. 그는 “으스대던 그 친구의 모습이 얼마나 보기 싫었는지 6개월 안에 따라잡겠다라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며 당시의 일화를 전했다. 그렇게 도예작업 시작했고 졸업 후 고양시에 첫 작업실을 차린 후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의 작업실을 갖게 됐다.
조원영은 “어떤 예술작품이든 그 아름다움에는 극이 있다”고 말한다.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만 그 극에 가까이 도달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자신의 작품을 전시로 선보이기 위해서는 확고한 작업의지와 완성도가 보여져야 한다”며 내용과 형식이 잘 맞는 전시는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감정을 이끈다고 한다. 진지한 마음으로 임한 작업만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두 번째 개인전을 마친 그는 현재 다음 전시를 위해 두 가지를 구상중이다. 한 가지는 벽이다. 또 한 가지는 복잡한 기계적 형태의 조형이다. 벽은 중의적 성격이 있어서고 기계적 형태의 조형은 작업에 있어 조금 더 심오하게 파고들 수 있는 복잡한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감동을 표현하고자 하는 도예가 조원영. 그 열정이 앞으로도 그를 새로운 창작으로 이끌어 나갈 동력이 될 것이다.
작가 조원영은 1997년 홍익대학교 산업공예과를 졸업하고 2005년 서울 인사동 공화랑에서 첫 개인전, 올 3월 통인화랑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그 외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다. 현재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에서 개인 작업실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