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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월호 | 작가 리뷰 ]

네덜란드에서 만난 작가들(2)-네티허블
  • 편집부
  • 등록 2013-07-03 10:53:36
  • 수정 2013-07-03 10: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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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만난 작가들 (2)

네티 허블Netty van den Heuvel

최석진 미국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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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 허블은 주로 백토로 속의 뼈대가 훤히 보이는 구조물을 만든다. 가느다란 점토 코일은 매우 섬세하게 접합되어 한올 한올 심은 섬유 조직이나 공간에 그린 3차원적 입체 묘사 같다. 뼈대로 이루어진 건축학적 구조와 부드럽게 돌출되어 보이는 기하학적 형태, 열기에 늘어진 것처럼 보이는 단단한 선들은 작품을 비추는 빛과 벽면에 드리우는 미묘한 그림자로 완성된다. 벽에 걸리거나 공간에 있는 작품들은 흰색의 점토가 주는 시각적 무게의 가벼움으로, 마치 얼어붙은 그림자 같은 형태가 질감 있는 표면에 머무는 빛과 함께 어우러져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허블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도예 서적 『The Ceramic Processes』에서 였다. 필자는 2012년 여름, 3개월간 네덜란드 유러피안 워크센터European Ceramic Workcenter, 이하 EKWC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작업했다. 안톤 레인더스를 인터뷰 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레인더스의 작업실을 방문했는데, 그 작업실에서 허블의 초창기 작품부터 2012년까지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작업실의 책상 위에나 집의 거실 벽에 한 눈에 들어오는 흰색 작품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허블은 레인더스의 부인으로 1912년 한창 도예가로 활동할 나이 그가 사랑하는 가족과 예술을 뒤로 한 채, 암으로 영면했다.

2012년 봄, 암스테르담의 도예 전문 갤러리 ‘드 빗트 붓트De Witte Voet‘에서 그의 회고전을 했다. 필자가 미국으로 오기 전 레인더스와 EKWC 도서실에서 만나 허블의 작품 세계에 대한 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음은 레인더스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허블은 EKWC가 있는 덴보쉬의 아카데미 보크 쿤스트 엔 보릉게빙Academie voor Kunst en Vormgeving을 졸업했다. 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하던 중 점토를 사용하게 되었고, 그 계기로 도자 예술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는 점토가 가진 한계를 부정하며 항상 새로운 방법을 찾아 실험을 하곤 했다. 1980년도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백자토로 작업을 했다. 그는 옷감을 사서 자신의 옷을 즐겨 만들며 점토 이외에 텍스타일에 관심을 가졌다. 섬세하게 이루어진 섬유 조직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1990년부터는 점차 선과 입체 드로잉에 집중하게 되었다.

허블은 학창시절 라쿠 번조로 완성한 기들을 제작했다. 그 기들은 미묘한 청색과 자연의 색이 혼합된 유약이 입혀진 것으로, 유약과 대비되는 완벽한 벽을 가진 형태였다. 레인더스는 그가 항상 세심하게 성형했으며 “그는 작품이 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완벽 주의자였다. 그가 초창기 때 만든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기하학적 형태에 관심이 있는가를 알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작품 표면의 흰색은 매우 중요했다. “작품의 무채색은 관객에게 작품 외에 관심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며, 단지 형태와 빛과 그림자에 집중하게 한다.”라고 레인더스는 설명 한다. 가벼움과 열린 형태는 어떤 것을 연상케 하는 많은 가능성으로 시야를 확대시킨다. 그는 매우 직관적으로 시작해서 한층 한층 쌓아 가는데, 완전히 닫히지 않은 작품의 구조는 어떤 성장의 이미지를 갖기도 하며 투명한 건축과 자연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1998년에는 영향력 있는 전시 중 하나인 스위스의 <Trienalle de la Porcelain Nyon>에서 수상했으며, 1994년도부터는 IACThe International Academy of Ceramics 회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그의 작품은 완벽한 건축적 구조에 유기적 형태를 더한 감성적인 분위기로 변화되기 시작한다. 매우 복잡한 구조와 검은색과 적색의 색소지로 만든 작품을 시도 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크리스탈이나 실리콘 글루를 번조 된 작품에 붙이기도 해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매우 유연한 움직임으로 단단히 번조 된 점토와 대비를 주며 텍스타일이나 레이스와 같은 암시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기하학적 형태에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브제나 토끼 같은 동물 형태를 더해 어떤 이야기를 갖는 작품을 시도하기도 했다. 2008에서 2009년 까지 EKWC에서 작업하며 거의 160센티가 넘는 커다란 작품을 만들며 작품의 표면에 두터운 질감을 주는 방법들을 연구했다. 레인더스는 “허블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부서지기 쉬움’은 그의 작품의 하나의 강점이다. 작품에서 보이는 약하고 유연해 보이는 구조는 관객에게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며, 점토가 가진 매우 휘기 쉬운 재료로 번조 후 고착되는 성격을 잘 보여준다.”라고 말한다.

 

허블은 천천히 세심하게 작업했다. 그는 익스투러더extruder를 이용해 코일을 만들어 사용하는데, 익스투러더를 통해 나온 코일을 비닐 속에 몇 일 동안 저장해 조금 단단해 진 후 이용했다. 물과 식초를 조합한 것을 이용해 조각들을 조심스럽게 붙이기 시작했다. 먼저 작품의 지도처럼, 종이 위에 바닥 부분이 되는 것을 그리고 그 위에서 제작하는데, 작품에 따라 둥근 바닥 면을 만들기 위해 석고 몰드 놓고 작업하거나, 점토 덩어리로 바닥의 둥근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서 작품을 만들었다. 이 점토 덩어리는 작품과 함께 번조한 후 작품에서 분리된다. 초벌을 한 후에는 거꾸로 놓거나 옆으로 놓아 빛과 그림자 그리고 작품과 공간과의 관계를 탐색한 후 작품의 바닥이 될 부분을 정한다. 바닥을 변경함에 따라 단단한 기하학적 구조에서 자연적 입체 구조물로 변화되기도 한다.

작품의 표면은 산호나 거친 나무의 피부처럼 개성을 갖는다. 작가는 주로 초벌 후 매우 낮은 압력의 스프레이로 슬립을 분사해 표면에 솜털 같은 질감을 표현한다. 작품의 구조에 따라 진한 농도의 슬립을 기에 붓기도 하고, 다시 스프레이로 뿌리고 붓는 것을 반복해 형태에 여러 겹의 층이 쌓이게 한다. 슬립을 부은 구조물들을 거꾸로 놓고 번조해서 바닥으로 흘렀던 슬립이 번조 후 단단한 나뭇가지처럼 또는 식물의 가시처럼 보이는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유약에 점토Bone China나 프리트를 사용해 표면에 거품과 같은 질감으로 완성하기도 하며, 주로 1230도에서 번조한다.

 

허블은 항상 도전하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레인더스는 “허블은 재능 있는 독창적인 예술가였다. 작품을 만들며 한 번도 재생산 하지 않았으며 점토에서 느껴지는 촉감을 즐기면서 작업을 했다. 또한 교육센터의 도예 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영감을 주고, 예술이외 삶에서 아름다움과 인간으로서의 엣센스에 집중하며 항상 그가 바라보는 것에 대한 경이와 함께 의문을 가졌다. 언제나 작업을 하며 작품 구조의 연약함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점토 예술이 가진 가능성에 도전했다.”라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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