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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6월호 | 작가 리뷰 ]

cross+over 유감
  • 편집부
  • 등록 2013-07-02 16:33:57
  • 수정 2013-07-02 17: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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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 + OVER>전 2013. 3.28~ 4.15 갤러리이도, 2013. 4. 5~ 4.21 밀알미술관

cross+over 유감

방창현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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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소재로 대규모 전시가 이도 갤러리와 밀알 미술관에서 열렸다. 나는 이번 전시에 작가로 초대받았을 때 사뭇 긴장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것은 2012년에 첫 번째 cross.over전의 참신한 기획력과 갤러리에 전시된 뛰어난 가작들이 아직도 내 의식 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cross.over전에 참여한 작가들은 한반도를 대표할 만한 역량있는 작가들이었고, 짧은 시간 안에 십자가라는 소재를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로 소화할 수 있는 그들의 예술적 기량은 나에겐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십자가의 의미를 다양한 각도로 재해석해서 cross.over의 기획에 철저히 부합하는 일련의 수작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일찍이 한국의 도예가들이 어떤 전문적인 기획과 담론생산을 위한 공통적인 주제로 전시에 참여한 예는 없었다. 늘상 배타적이었고 지역화 되어버린 한국도예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cross.over전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2012년 cross.over전은 작가들의 학교, 배경, 출신, 나이를 넘어 소아적인 한국 현대도예의 현실에 의문을 던졌다. 무엇보다 전시기획자와 평론가, 그리고 감상자의 시각이 각기 다른 프리즘을 통과해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냈다. 그 담론은 ‘빛’이었다. ‘빛’은 담론과 비평이 부재한 척박한 한국 현대도예의 미래를 비춰주는 작은 희망이기도 했다. 단발성 행사로 끝나리라 생각했던 cross.over전은 2013년에 와서 그 규모와 참여 작가의 수가 배가倍加되었고, 다양한 연령과 경력을 지닌 작가들의 참여로 도예계의 하나의 축제적 성격마저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cross+over전은 이미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고 싶은,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에는 꼭 참가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런 의미있는 전시로 짧은 시간 안에 자리메김하게 되었다.

 

십자가cross의 의미

나는 우선 십자가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십자가의 역사적 의미와 종교적 의미, 그리고 그것들을 넘어서 형태만을 추구하는 조형적 접근법까지 다양하게 고민 했다. 역사적으로 십자가는 서양에서 죄인에게 가해지는 책형磔刑:기둥에 묶어 세우고 창으로 찔러 죽이던 형벌죄인을 못 박아 죽이던 형틀을 위한 하나의 사형도구였다. 처음에 나는 십자가를 하나의 형틀로 해석해서 생명을 지닌 유한한 존재자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는 하나의 상징물로 제작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끔직한 도구는 예수라는 인물의 극적인 부활의 사건을 계기로 하나의 죽음을 넘어 인류의 구원할 수 있는 새로운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더해졌다. 십자가의 ‘역사적 의미’는 예수라는 인물의 등장과 함께 너무나 단간이 ‘종교적 이데올로기’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의 십자가는 단순한 기독교의 상징물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들의 마음의 평안을 주고 삶을 위로하는 힐링의 의미까지 확장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힐링의 순간을 한 개인이 경험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하나님의 공의公義가 실현된 종교적인 체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이 없는 십자가의 의미를 파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인 것이다. 십자가의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던 나는 결국 ‘종교적 의미’에 치여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되었다. 다른 선택권은 없는 것일까?

오버(over)의 의미

모더니즘의 탁월한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의 형식주의가 떠오른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주제와 서사가 사라진 오로지 형태와 색채의 결합을 추구하는 형식주의 미술을 차용해서 작업을 하는 것은 어떨까? 역사성과 종교적 의미를 지우고 오로지 색과 선, 그리고 조형적 형태를 가지고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형식주의적 접근법은 2013년 ´cross+over´전에 작가의 신앙적 고백을 담은 작품만큼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뚜렷한 종교관을 가지지 않은 작가들은 이런 형식주의적 방법을 통해서 다양하고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선보였다. 하지만 작가들이 아무리 십자가의 새로운 형태와 색, 그리고 조형언어를 발견한다 할지라도 십자가는 십자가 일뿐이었다. 즉 종교적인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형식주의적인 접근법으로 십자가의 다른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12년 cross.over

2012년 cross.over전은 “십자가의 종교적인 소재에서 상상력을 얻어, 다양한 상징성과 조형성을 도자의 표현력과 내,외재적인 실험을 토대로 도자예술의 영역을 한층 넓히기 위해 기획”(전지나)되었다. “십자가를 테마로 한 전시란 무모하고도 용감한 도전”(최윤정)임에도 불구하고 cross.over전은 도예과 종교의 만남을 통해서 관람객들에게 현대도자의 새로운 위용을 과시했다. 종교적인 입장에서 cross.over전은 ‘도예’라는 예술적 수단을 통해서 종교적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였고, ‘도예’는 십자가라는 친숙한 소재를 끌어들여 관객들에게 현대도예에 대한 이해와 가능성을 설파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되었다. 다시 말하면 종교와 예술 양측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상승되는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전시의 반응과 결과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적어도 한국의 현대도예에 새롭게 시도된 전시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갤러리의 위치와 홍보였다. 일반 관객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갤러리의 위치와 홍보의 부족은 ‘우리들만의 잔치’로 끝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전시가 지속되는 동안 도예계의 사람들과 종교계의 소수의 인사들만이 전시를 관람하고 간 것은 장소와 홍보의 부족을 여실히 증명해준 것이었다. 하지만 도예계의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갤러리에서 실제로 전시를 보지 못한 작가들이라 할지라도 한국의 도예계에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고, 인터넷 공간에서 작품을 접한 비참여작가들에게 다분히 어떤 로망과도 같은 이미지를 심어준 면도 있었다. 무엇보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작가들이나 타종교를 가진 작가들도 ‘십자가’를 예술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에 있어서 특별한 편견이나 부담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듯했다. 그래서 십자가라는 주제는 시의적절하고 산뜻한 느낌으로 작가들에게 다가왔다.

전시의 주제적인 면에서 보면 비평가 최정윤의 말마따나 “십자가가 더 이상 종교적 상징물로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주할 수 있는 테마”, 즉, 도예계에서 원했던 ‘cross’보다는 ‘over’적인 측면이 과연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지만, 십자가를 종교적으로, 역사적으로, 형태적으로, 또는 반종교적으로 재해석한 뛰어난 작품들이 나름 적절하게 구성되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점은 높이 평가할 만했다.

 

2013 ‘cross+over’

_?xml_: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문제는 2013년 cross+over전이었다. 올해 전시는 2012년 전시의 장소적 단점을 고려해 인사동 인근에 있는 이도 갤러리와 밀알 미술관에서 함께 열렸다. 참여 작가도 작품의 퀘러티도 1회보다 더욱 튼실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전시의 기획이었다. ‘크로스 오버cross over’는 틀림없이 도예와 타분야 혹은 예술 안에서 다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서 도예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자는 데 있었다. 하지만 같은 종교와의 두 번의 협업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 간과되는 면이 없지 않았다. 물론 1회의 cross.over의 부족한 부분과 성과를 2회의 전시를 통해서 만회하려는 의도는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십자가와 도자작가의 만남을 통해 형태와 의미가 변용되어 예술로 재탄생”(전지나),“십자가는 신과 인간, 의식과 무의식, 삶과 죽음, 빛과 어두움 등 수많은 양극적인 요소를 이어주는 종교적 속성을 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대표적인 상징적 요소이자 기능적인 아이템로 ‘활용’”(도화진)이라는 명제가 또 다시 전시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다분히 자가당착自家撞着적인 발상이었다. 이런 모토는 1회 cross.over에서 쓰이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십자가’에 대한 해석을 종교적인 면을 넘어서‘동시대의 대표적인 상징적 요소, 혹은 종교적 의미가 배제된 새로운 예술’로 다소 억지적으로 보편화시키는 기획은 한 번으로 충분한 것이었고 또한 충분한 결과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이것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예술이 종교에 예속되는 파국을 가져오게 되고, 전시의도(크로스오버)가 심하게 훼손될 수 있음을 직시하지 못한 면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4년 크로스오버crossover에 바란다

한국의 현대도예가 회화나 설치미술에 비해 작품의 텍스트 비평이나 담론에 관한 열악한 상황에 놓여져 있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교육계를 중심으로 담론의 활성화와 텍스트의 비평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의 ‘New Face’전이나 ‘cross+over’전은 이런 논의가 현장에서 실천되고 있는 중요한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재능있는 도예작가의 출현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텍스트에 대한 비평과 새로운 전시를 위한 담론의 장이 활성화 되어야만 한국의 도예가 세계도예의 중심적인 축으로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국의 현대도예는 경기도자비엔날레나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같은 굴직한 국제적 행사에 의해서 규모적인 발전은 이루어냈지만, 거기에 걸맞는 작가발굴과 지원, 담론을 위한 텍스트의 활성화, 우수한 도예작가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문화융성을 위한 국가적/교육적 사업은 미진하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최근에 자각적인 의식을 가진 소수의 교육자들이 만드는 움직임movement은 조용하지만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도예가 지층화되지 않고 끊임없이 탈중심화해서 종으로 횡으로 다른 분야와 협업을 시도하고, 새로운 탈주선을 만들고, 또한 공예적 전통과 또 다른 차원에서 조우하는 일련의 시도들이 ´크로스오버’전을 통해서 실현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담론이 풍성해지는 현대도예, 새로운 텍스트가 끊임없이 생성되는 그런 미래의 도예를 꿈꿔본다. 그래서 우리는 ‘크로스오버crossover´전에 대한 남다른 기대와 애정이 있는지 모른다. 더 이상 ‘cross,over´ 또는 ‘cross+over´ 도 아닌 진정한 크로스오버crossover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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