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상상하다
코이 리우Koi L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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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미국리포터
필자는 작년 여름, 캐나다의 알베르타Alberta주의 메디슨 햇Medicine Hat시에 있는 마델타 국제 도예 레지던시 프로그램Medalta International Residence Program (www.medalta.org)에 초대 작가로 초빙 되어 한 달간 작업 했다. 핸드폰이나 이메일을 뒤로한 채 작업에만 몰두 할 수 있었던 시간은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나 작가들과의 만남과 함께 작품 세계를 심화할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는데 그곳에서 코이 리우Koi Liew를 만났다. 일 년간의 레지던시 작업의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었던 리우는 실용자기를 만드는 많은 다른 거주 작가들과는 달리 인체와 동물의 형태를 함께 조합한 거대한 점토 조소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조용한 토요일 오후, 텅 빈 건물의 사무실에서 그의 작업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리우는 싱가포르의 전통적인 중국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만화를 좋아해서 홍콩의 무술 잡지와 일본의 애니메이션 같은 것을 즐겨보곤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양 아카데미 오브 화인 아트Nan Yang Academy of Fine Art에 입학해서 드로잉과 회화를 공부 했다. 대학교 2학년 때 도예 과목을 선택해 점토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는 물레로 실용 기를 만드는 시간보다 점토로 인체 조형을 만드는 시간을 즐겼었다. 대학을 다니던 중 싱가포르 국민으로서 의무 복무를 위해 군대에 입대했다. 그는 군대에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동료들을 관찰하게 되었고 시간이 날 때 마다 동료들을 그렸다. 많은 사람들을 스케치 하면서 친구로서, 무언가 제공하는 사람으로, 보호하는 사람으로서의 남자의 역할, 남자에 대한 전통적 기대들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많은 드로잉을 통해 그는 사람의 몸이 모두 다 다르면서 각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군대를 마치고 미국의 로체스터 대학에 편입해 도예를 공부했다.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의 삶의 터전을 바꾸는 것은 그의 창작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그는 다른 사회에서의 전통적이며 문화적 차이가 사람의 의식에 어떻게 자리해 표현되는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갖었다. 그에게 인간의 몸과 의식은 끝없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네브라스카-링컨 대학University of Nebraska-Lincoln 진학해 본격적으로 인체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리우는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형상을 만든다. 이전 만났던 여러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그 감정과 욕구를 반영하며 자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또는 그의 가족과 친구들로부터의 기억을 불러오기도한다. 개개의 특질들을 표현하기 위해 기질을 의인화하며 과장시키기를 즐긴다. 그는 성격을 과장하게 표현하기 위해 인체와 동물을 합친 형태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아취브레이 화운데이션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작업하며 토끼맨 시리즈 작업을 했다. 반은 토끼형상이고 반은 인간형상인 토끼맨은 토끼해에 태어난 자신의 은유적으로 표현으로, 사람과 동물 사이의 동일함과 이중적 특질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묘사한다. 그는 까페나 작업실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이나, 또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영감을 받는다. 작업실에서 그의 숙달된 손으로 점토로 작은 모형을 만들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에게 작품의 크기와 볼륨은 매우 중요하다. 주로 거대한 형상이나 그룹 형상을 만드는데 큰 것은 180센티에서 2미터 가까이 되는 것도 있다. 작품을 점점 더 크게 만들수록 에너지가 넘치며 강한 이미지를 주고 또 작품에 감정을 넣기가 쉽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점토의 특질상 가마로 옮기며 번조하는 것이 참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불이 온도가 높이 올라갔을 때 메뚜기 다리 같은 아주 가느다란 관절부분이 거대한 몸체를 어떻게 지지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는 큰 작품을 만들며 점토를 생각하고 점토의 특성에 맞추어 성형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보통 판조립, 속 파내기 등 도예 성형 방법과 조소의 성형 방법을 함께 사용한다. 철물점을 다니면서 도구들을 탐색하는 것은 작품을 시작하는 과정 중 하나 이다. 미리 작품의 크기를 생각하고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알맞는 장소를 선택하는데 먼저 완성될 작품의 크기를 예상하고 벽에 나무 지지대를 붙이고 천장에 못을 박아 끈을 연결하는 등 작품이 만들어질 곳의 자리를 잡은 후에 성형하기 시작한다. 보통 점토 덩어리로 형태를 만들고 얼마 정도 굳어진 다음 속 파내기를 한다. 작품에 따라 나무로 뼈대를 만들어 성형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쓴다고 하는데 머리 표현을 위해 인조 머리카락을 슬립에 담근 후 붙이기도 한다. 작품을 지지하는 방법을 스스로 고안해 내기도 하는데, 작품의 무거운 손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붕대를 슬립 속에 넣어 점토를 바른 붕대를 무게를 지지하게 될 팔에 감고 함께 번조한다. 나중에 톱을 사용해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기도 한다. 대체로 부분 부분을 따로 만든 여러 개를 이어 붙여 전체의 몸의 형태를 만든다. 그는 점토에 화이버 글라스를 섞어 수축률을 줄이는데, 작품에 따라서 점토의 부드러운 질감 표현을 위해 그로그의 크기를 고려하기도 한다. 리우는 자신이 한번 몰두하면 완성하기까지 집중해서 매우 빠르게 작업한다고 말한다. 한 개의 거대한 형상을 이주 만에 완성한다.
그는 작품을 콘 1,2,3 정도로 적당히 단단하게 될 정도로 번조한다. 보통 가마의 크기를 잰 후 가급적이면 작품의 크기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번조하도록 한다. 가마에서 매우 천천히 번조한 후 샌딩 머신을 이용해 표면을 고르게 하고 에폭시를 사용해 부분 부분을 서로 붙이기도 하면서 계획했던 작업을 완성한다. 유약 대신 공업용 자동차 페인트와 하우스 페인트, 또는 아크릭 페인트를 바른다.
리우는 마델타에서 레지던시 작업이 끝나는 것을 기념해 스튜디오 옆 건물에 있는 돔 모양의, 전통 가마 내부의 거대한 공간을 변형해 만든 갤러리에서그의 작품 전시를 했다. 둥그런 갤러리에 앉거나 서있는 동물 형 인물들은 베이지와 밤색, 회색들의 중간색의 단색 톤으로 입혀져 있어 전체의 형태가 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자세히 보면 공통적으로 작가의 손 텃치로 마무리된 질감이 있는 피부, 거대한 손, 잔 결이 있는 힘줄이 보인다. 불빛이 반사되어 번들거리는 표면이 마치 그리스의 투사들의 경기 후 땀으로 어른거리는 피부 같이 느껴져 인간 사이에서의 드러나지 않는 권력 게임과 투쟁들을 보는 것 같다. 완전히 덮어진 피부가 속을 들어내지 않는 듯한 것이 어떤 권위와 위용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관객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 존재했던 형상들 앞, 기묘한 형태와, 점토의 무게에서의 중압감, 그리고 몸과 표정이 발하는 위용 앞에서 거의 본능적인 반응을 느낀다. 자신의 키보다 휠씬 큰, 서 있거나 앉아있는 인체 동물 형상 조형물들을 한 동안 올려다보며 관객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다. 리우의 꿈은 전업 작가로 계속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계속 꿈을 꾸는 것, 계속 시도하고 절대포기 하지 않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