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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월호 | 작가 리뷰 ]

박윤정 Park Yoon Chung-현재, 그리고 과거
  • 편집부
  • 등록 2013-03-07 17:28:52
  • 수정 2013-03-07 17: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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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 Park Yoon Chung

현재, 그리고 과거

 Malia Serrano 그로스몽 대학 미술학, 인문 학과장 및 미술사 교수

 

 

우리가 지난날 벗어 버리고저 하는 묵은 전통, 과감히 대항하려는 사회적인 격식이 어찌보면 지금의 우리를 있게 만든 중요한 결정 요소일지도 모른다. 개개인에게 부여된 환경이나 상황에 대한 반항의식이 먼 훗날 우리 인생의 구명선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거를 공부하고, 그러나 순종하지 않으며 다시 정리해 보며 바꾸고자 하는 의도가 박윤정 작품을 이해하는 고리가 된다. 그의 작품은 지적이고도, 기술면에서도 빈틈없다. 또한 새로운 영향력을 갖고 상반된 것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수준 높은 작품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박윤정은 서울대 미대 재학시절, 전통적인 기물형태를 배우는 도예 교육의 중심에서 열심히 도자기를 배웠고 대학원 논문도 ‘고려자기와 이조자기의 비교’ 를 쓸 정도의 관심을 보였다. 허나 그는 젊고 의욕 넘치는 미술학도로써 또 다른 미지수의 새로움을 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미국 도예계에서도 혁명적이라 불리는 UC Berkeley로 유학을 와 또 다른 석사학위를 받으며 다른 각도에서 도예를 접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후 40년간 수많은 현대적인 작품을 만들어 왔다. 그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그가 작품을 대할 때는 항상 완벽성을 추구하며 깔끔하게 처리하는데 있다. 작가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전통에 도전하고, 풍자적으로 가볍게 처리하기도 하며 때로는 그 전통을 타도하는데 획기적인 천재성을 보여주고 있어 보는 이의 관심이 지속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한국에서 갖는 개인전2012.5.30~6.12 서울 통인화랑에서는 최근 그의 연작들을 선보인다. 「청자의 메아리」를 보면 조화가 잘 이루어진 청자가 직사각형의 벽면 작품에서 마치 꽃 봉오리가 피듯 피어 나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원형이 그리는 물결무늬는 마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듯 하다. 「역사 속으로 II」는 잘 만들어진 자기를 누르고, 치고, 두드려서 흡사 바다생물처럼 만들고 그 뒤에 도벽에는 도자기들이 멀리 떠나가듯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을 단순히 전시대 위에 놓여 진 도자로 보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야 할듯하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한국 전통도예의 개념이 직육면체의 상자모양에서 솟아 나는 것 같은 「백자의 그림자」, 「청자의 그림자」 를 보면서 또 한번 도전을 받는다. 작품을 보면 외관상 부드럽고/딱딱하고, 둥글고/각지고, 자연적이고/기하학적인 같은 상반 된 것들을 한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좀 더 자세히 통찰하면 이러한 상반된 것들의 조화로운 배치와 함께 작가의 석사논문을 얽히듯 배경으로 처리하는 등 작품에 좀 더 미묘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과거에 작가가 받았던 보수적인 미술교육에 대한 애증이 전통도예를 공부하고, 익히며, 자신의 내면깊이 품고 있는 작가에게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계기와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국보, 손대지 마세요」, 「백자, 현대와 과거」는 잔잔한 물결이 일어 조금씩 이동하듯 층층히 잘 쌓아 올린 파도무늬 같은 윤곽은 조선백자의 조용함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나 마지막 위에 놓여있는, 못으로 둘러싸인 도자나 바다 속에서 건진 것 같은 도자형은 작가가 전통을 존중하나 그것을 해학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통을 내면에 간직하면서도 전통에 대항하는 그의 작품은 새로운 시리즈인 「Detangle」로 이어지게 된다. Detangle series는 배우자의 죽음을 겪으며 인생의 중요한 것을 잃은 작가의 내면적인 생과 감정을 주제로, 경험하지 못한 망망대해를 돛이 없이 항해하는 듯한 심적인 방황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사방으로 혼란스럽게 얽힌 제스츄어같은 선들은 서로 밀치며, 가로지르며 화면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또 선의 집합체 같은 「타래」들이 천장에 걸려있어 마치 그 영향이 화면에 미치는 듯 혹은 화면에서 빠져 나온 듯 하다. 이 작품은 작가의 전작보다 더욱 박력이 있다. 「타래」 시리즈는 인간이 가장 힘든 경험을 통해 불안정의 세계를 인식하게 하는 작은 설치 작품이다. 강한 구도를 통해 우리에게 정해진 한계 안에서 작품을 보게 강요하는 시각적으로 매우 강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정신적인 불안정을 이미 정리하고 새로 소생한 불사조를 대하는 듯 하다.

박윤정은 작업을 통해 항상 새롭고 강렬한 새 생명을 작품에 불어넣고 있다. 상습과 혁신, 영원과 순간, 장난기와 중후감등 여러 상반 된 것 들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에게 더 깊은 차원에서 작품을 되짚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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