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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6월호 | 작가 리뷰 ]

최재훈-찻잔에서 찾은 유희적 본능
  • 편집부
  • 등록 2013-03-07 17:26:52
  • 수정 2013-03-07 17: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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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 Choi Jae Hoon

찻잔에서 찾은 유희적 본능

김효진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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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의 찻잔은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사람의 눈길을 끌만한 어떤 색이나 진기한 형태로서가 아닌, 대상 그 자체로 보는 이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찌보면 둔탁한 돌덩이 같기도 하고 깎아진 절벽의 일면과도 같은 그의 작품은 항상 그 자리를 지키는 산과 같이, 조용하지만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그 찻잔 안에, 묵묵하고 고집스럽게 그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는 작가 최재훈(46) 자신이 투영돼있다.

 

평생 함께 가는 동반자, 찻잔

찻잔이 그저 좋다고 말하는 최재훈에게 그것은 인생의 동반자 같은 관계다. 많고 많은 그릇 중에 왜 하필 찻잔이냐는 질문은 그에게 우문이다. 마치 결혼한 사람에게 왜 그 사람을 선택했냐는 말처럼, 찻잔과 그의 만남은 운명과도 같았다. 그가 찻잔연구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약 7년 전부터다. 물론 이전에도 찻잔을 만들었지만 이때부터 오직 찻잔에만 힘을 싣기 시작했다. 이후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특징을 지닌 찻잔의 모습을 찾게 됐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의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는 한시의 머무름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해 달려왔다. 그에게 찻잔은 가깝고도 가장 애착이 가는 존재다. 최재훈은 “찻잔은 그릇, 다관, 항아리 등 다른 생활자기가 갖지 못하는 친밀감이 있어 작가와 좀 더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됩니다. 이는 차를 마시기 위해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인체의 민감한 부분인 입술이 잔에 직접 닿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찻잔 간의 불가분의 관계처럼 그의 흙과의 인연 역시 친밀감에서부터 시작됐다.

 

 

흙과 함께 걷다

경상북도 경주시에 위치한 작은 항구 감포에서 태어난 최재훈은 여느 예술가들과 같이 어린 시절 그림 그리는 것과 만드는 것을 즐겨했다. 어릴 때부터 흙을 만져본 그는 만졌을 때 손안에서 느껴지는 감촉과 손으로 조물락거려 나오는 결과물들로 인해 흙에 푹 빠지게 됐다. 체계적인 도예수업을 받기전이라 성형된 작품을 가마에 구워야 한다는 것도 모른 채, 그대로 말려 페인트칠을 한 일이 있을 정도로 그는 흙 맛에 흠뻑 취해있었다. 그리고 그는 경일대학교 산업공예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지만 진정한 자신만의 색을 갖고 한층 더 성숙되고 거듭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 1996년 단국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게 된다. 서울로 상경하게 된 그는 그동안 도예에만 빠져 살던 생활에서 벗어나 제대로 삶을 즐겨보고자 서울 이곳저곳을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이 도예인생의 쉼표라는 생각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그리고 서울의 다양한 문화들을 보며 예술가로서의 많은 내적인 채움을 얻었다. 그리고 그 안에 쌓이고 엮인 내재된 측면들을 투영시켜 작품을 다시 빚기 시작했다.

 

연염煙炎기법과 기립起立성형

최재훈의 작품 대부분은 덤벙분청기법을 사용한다. 또한 그가 운영하는 과천요의 인근 산에서 채취한 흙, 그리고 참나무로 정제한 유약과 장작가마만을 고집한다. 그는 전통을 답습하되 철저하게 시대성이 반영된, 그러나 무엇보다 독창성이 묻어나오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즉 기법 상으로는 전통을 보여주며, 색과 형태로 현대적 조형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덤벙분청찻잔이라고 하면 보통 전통적인 면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의 작품의 형태는 도조작품처럼 자연스러운 물성을 내포하며 백토를 기반으로 한 흰빛깔은 미니멀리즘을 연상케하는 현대적 색감이다. 그는 “나의 작품의 조형성은 일부러 만들어서 나오는 것이 아닌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숙련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수천, 수 만개씩 만들어진 개체 중 내손에서 흐르듯이 나온 한 작품을 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나무가 자라듯,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 독창적인 조형감각은 엄청난 작업의 양과 노력 끝에 나온 것이다. 이런 과정 가운데 그는 독특한 작업 방법을 개발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연염煙炎기법과 기립起立성형이다.

연염煙炎기법이란 그가 명명한 것으로 장작가마에서 순수 소나무 장작으로만 번조 한 후, 직접 제작한 특수 집게를 사용해 가마의 온도가 약 1300℃에 이르렀을때 기물을 꺼내 왕겨, 나뭇잎, 톱밥 등의 천연재료를 이용해 연을 입히는 기법이다. 기법의 난이도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에 완성하기가 매우 어렵다. 1300℃의 온도에서 외부로 꺼냈을 때 기온의 급강하로 인한 파손율이 높으며 온도가 뜨겁기 때문에 가마 입구의 30여개 작품에만 연을 입힐 수 있다. 장작가마에 들어가는 사발은 1000여점에 달하지만 연염기법으로 완성되는 것은 결국 10여점 남짓이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가 연염기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로인해 기물 표면에 생기는 보석을 박은 듯이 반짝 거리는 결정과 오묘한 빛깔 때문이다.

기립起立성형은 그가 사발의 형태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를 하던 중, 앉아서 성형하는 것과 서 있는 자세로 성형하는 것이 형태에 미묘한 차이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요장 근처에서 채취한 사토질이 많은 거친 태토를 사용하기 때문에 앉아서 성형을 할 경우 기물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찢어지는 현상이 빈번한 것이다. 결국 성형할 때 서있는 자세로 온몸으로 흙을 감싸듯 손에 넣고 물레질을 해, 기립성형기법이 생겨난 것이다.

최재훈은 작업의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그의 작품 중 겉 부분에 유약을 바르지 않은 찻잔들을 두고 어떤이는 실용성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는 “거칠어 보이지만 입 닿는 부분은 전혀 거칠지 않습니다. 실용성만을 생각하면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봅니다. 실용자기 속에 조형성을 나타내는 부분은 포기할 수 없는 내 작품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여섯 번의 전시와 독창적 변화

최재훈은 오는 6월 12일부터 7월 1일까지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에서 6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초대전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덤벙분청기법을 사용한 생활식기전으로 그동안 찻잔을 주로 보여준 것에서 벗어나 식기류에 힘을 실은 테이블웨어로 선보인다. 2007년 서울 공예갤러리 나눔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 이후, 그는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특징을 유지한 채, 작업의 변화를 꾀했다. 일례로 지난해 4월 대구 대백갤러리에서 열린 4번째 개인전에서는 처음으로 적색, 녹색, 청색 등의 색깔을 넣은 현대적 찻잔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또한 내년 봄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갖게 될 개인전에서는 덤벙분청을 이용한 달항아리를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5년여전부터 덤벙분청의 경험을 기반으로 덤벙분청달항아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법상 큰항아리에 덤벙분청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백토를 덤벙하는 과정에서 기물이 크기 때문에 번번이 덤벙분청이 기물표면에 융착이 안되고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유의 고집으로 지속적인 실험을 시도했고 이제는 안정적인 데이터를 통해 덤벙분청달항아리를 완성시키고 있다. 그는 “계속적으로 에너지를 집중하다 보면 결국에는 좋은 그릇이 나오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조금씩 찻잔의 색감에 변형을 주며, 태토를 바꿔 투박하지만 이전보다 더 현대적인 작품을 표현해볼 계획이다.

 

찾잔에서 희망을 보다

최재훈은 작품활동 중 침체기가 있었냐는 물음에 덤덤한 어투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흙 만지는 것이 좋아 작업을 할 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하기에, 오히려 시간이 모자랄 정도라 한다. 그토록 흙에 몰두하고 흙과 유희하며 살아온 것이다. 그는 도예가란 작품 속에 자신의 색깔이 나타나야하기에 더도말고 지금처럼 자신만의 색깔이 묻어나오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흙 외에 다른 부분을 바라지 않고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세상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 부분들을 바라보며, 작품으로 표출해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고집스런 도예의 길이며 또 걸어갈 길이다.

사람들이 항상 찾고 손이 많이 가는 찻잔, 어쩐지 편하고 눈에 밟히는 것이 좋은 찻잔이라는 것이 작가 최재훈의 지론이다. 좋은 찻잔으로 많은 사람들의 삶속에서 자신의 작품이 살아가길 바라는 그는 찻잔은 사람과 평생 함께 간다고 믿는다. 그의 믿음대로 우직하고 투박하지만 동시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흙의 물성을 나타낸 그의 찻잔에서 그 희망을 엿본다.

 

작가 최재훈은 경일대학교 산업공예학과와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예학과를 졸업했다. 총 5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으며 현재 한국미술협회회원, 한국사발학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천 문원동 문화교육센터와 과천문화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 ‘과천요’는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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