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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월호 | 작가 리뷰 ]

김시만 Kim Si Man-식탁위 작은 오브제
  • 편집부
  • 등록 2013-03-07 16:24:20
  • 수정 2013-03-07 16: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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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위 작은 오브제

김시만 Kim Si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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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선 통인화랑 관장

 

 

얼마전 김시만 교수의 개인전이 있었다.(김시만 <5월의 식탁>전 2012. 5. 9- 5.15 통인갤러리) 평소에도 누구 못지않게 자주 전시장을 방문하곤 했었는데 다행히도 가까이에서 전시준비에서부터 진행을 눈여겨 볼 기회가 있었다. 김교수는 현대도자의 중심작가로써 몇 차례 초대전 제안도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면서 대관전시를 하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김교수는 어렵고 능력있는 젊은작가에게 보다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만 되풀이 한 기억이 인상에 남았다.

김교수는 70년대 중반 우연치 않게 마산도자기 시험소를 통해서 도예에 입문하게 되고, 제도권 교육을 뒤늦게 받은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현대도예가 질풍노도疾風怒濤와 같은 격변기 속에 있을때 대학을 다니게 된다. 당시는 어느 학교 그 누구에게도 ‘오브제 도자’라는 몽환夢幻에서 헤어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고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갖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했던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형식이 다를 뿐 전통의 현대화 작업에 매진한 것을 보면, 어쩌면 자기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치고 잘 맞는 양 으스대지는 말자라는 신념 하나는 지키고 싶었던 모양이다.

사실 그 무렵 물레를 이용한 그릇 나부랭이를 만들어서는 신촌 근처에서는 얼쩡거리지도 못했을 시기에 “저는 참 용케도 살아남았지만, 생계를 위해 공방에서 학생들 몇 가르치고, 컵 몇 개 가슴에 묻어 백화점을 기웃거려야만 했다”는 가슴 짠한 시절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김교수는 분청의 현대적 재구성에 매력을 갖게 된 것은 중국의 사상가 노자老子를 알고부터라고 하는데, 2011년 한국공예가회 정기전 세미나 유인물의 일부에서 다음과 같이 본인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는 조선 초 성행했던 분청사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20여년 줄곧 해온 작가이다. 사실 분청의 현대적 재구성에 매력을 갖게 된 것은 중국의 사상가 노자老子를 알고부터인데, 노자는 주나라 황실 도서관장 출신으로 춘추와 전국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며, 노자의 명성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공자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

공자는 먼 주나라로 가서 노자를 만나고 온 뒤 제자들에게 “나는 새가 날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다...(중략)... 날아다니는 놈은 주살로서 잡을 수가 있다. 그러나 용에 대해서만은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용은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한다. 나는 오늘 노자를 만났는데 그는 마치 용과 같은 사람이었다.” 노자를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노자는 생애 지식과 이름을 뽐내지 않았으며 자연을 경외하는 그의 사상 근저와 조선시대 분청사기의 이해는 매우 유관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자는 자연에 대한 남다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도덕경道德經』 책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중 45장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고사故事에 주목을 하게 되었다. “매우 아름다운 것은 졸한 듯하다” 이 신선한 충격은 아마도 사물의 원형에 구속되지 않고 표현의 일차적 충동을 억제한 가운데 그 원형을 삭히고 되새겨서 깨달은 자연의 이치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정황으로 김교수가 추구하는 분청세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작품에 내재된 내용이 어떤 시적인 요소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테이블웨어 전시는 더욱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분청과 백자의 어울리지 않는 조화를 어떤 사유로 풀어 올 것인가 기다려졌다.

전시장 입구에 붙어 있는 전시를 소개하는 글에서 이렇게 전한다.

 

‘중략.... 한국의 주부들은 가족을 위해 매일 애써 상차림을 하지만, 일상이어서인지 그다지 즐겁게 준비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맛있게 준비한 음식이 적당한 그릇에 놓여져서 가족들이 즐거워하고, 주부들도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하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기존의 기성품보다는 사용상에 편리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그동안의 정제된 경험과 물성의 이해, 현대인의 정서 등을 고려하여 제작에 임하였으며, 사용자의 용도에 따라 골라 취합해서 사용한다면 식탁위에서 작은 오브제를 경험할 것이라는 기대도 가지고 있다.

재직하고 있는 직장 캠퍼스에는 두 그루의 목련나무가 있다. 매년 목련이 필 때면 잠시지만 나무 밑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맑은 하늘 식탁에 하얀 백자를 놓아둔 것처럼 아름답다. 내가 만든 도자기가 그렇게 구성되어 향기까지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전시 준비를 하였다..’

인용문을 보면 비록 백자로 그릇을 만들지만 생각은 여전히 자연 속에서 노닐고 있는 그 만의 유연한 사고를 엿볼 수 있다.

김교수의 테이블웨어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고 음식문화가 퓨전fusion화 되는 것과 그리고 한식에 대한 기대 등 매우 긍정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기획의 의도는 제작자의 일방적인 조형의 행위를 여과할 기회 없이 구매자가 사용한 경우에서 제작자가 사용자의 정서를 고려하고 책임질 수 있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교수의 전시작품에는 정성이 묻어 있고, 진실이 보인다. 작품의 양은 물론 작은 일 하나에서도 소홀하지 않는 근면성과 작업자로서 근성은 도자기가 말을 하게하고 시를 읊게도 하는 것이다. 주전자 금속손잡이나 청화 그림의 소재 같은 것도 매우 흥미롭게 보았으며, 굽이나 조각 등도 쉽게 공유하지 못할 그만의 특징을 묻어내고 있었다.

근간에 보기 드물 만큼 많은 방문객이 전시를 관람하였고, 작가 역시 한명 한명에게 자세히 작업의 동기나 제작과정을 설명해준 모습은 갤러리 운영자로서 귀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도예시장은 지금 심한 불황의 진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불황인데 도예가들은 여전히 한가로이 유희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도예계의 역량있는 작가들이 좀 더 분발하는 모습을 통해 도예문화의 대중화에 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대학 도예교육도 여전히 걱정이 된다. 교수들은 하나 같이 대학도자교육의 위기라고 한다. 많은 대학 도예관련학과에서 폐과나 축소운영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으니 말이다. 모르기는 하지만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의심하지 않지만, 대학은 여전히 매우 둔감하다. 고사故事에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는 말이 있다. 현악기는 연주할 때마다 튜닝Tuning을 해야 하는데 한번 제대로 튜닝을 하면 아예 아교풀로 붙여 고정을 시켜 사용한다는 그런 뜻의 말이다. 작금의 대학도자교육이 그러한 것 같다.

김교수는 이런 형식적이고 구태적인 것을 빨리 청산하고,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변화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의 이번 전시기획의도가 어쩌면 일생의 오류가 될 수 있는 사례에서 홀연히 살아나오기를 기대한다. 과거에 천착한 우리들의 모습은 분명 김교수의 생각과 도전은 반대쪽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교수와 같은 기인奇人(?)이 많이 나와서 도예계가 즐거워졌으면 좋겠고, 그가 재직하고 있는 성신여대의 변화된 모습이 도예계에 좋은 표본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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