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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월호 | 작가 리뷰 ]

김부선-도자를 위한 패션디자인, Flow
  • 편집부
  • 등록 2013-03-06 13:47:39
  • 수정 2013-03-06 13: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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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KIM BOO SUN

도자를 위한 패션디자인, Flow

 

이홍원 한국도자재단 컨텐츠개발팀장

 

 

갤러리에서 패션숍을 만나다

전시장 쇼윈도우에 마네킹이 서 있다. 갤러리에 범상치 않은 옷을 걸친 마네킹이?... 반투명 유리로 비치는 그 실루엣은 궁금증을 자극하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갤러리 안으로 잡아끈다.김부선 개인전, Flow 2012. 8.15-8.21 갤러리 이즈 갤러리를 들어서는 순간 그 곳은 이미 일반 갤러리가 아니었다. 마네킹들이 V자를 그리면서 도열해 있는 그 광경은 당연히 패션디자인 숍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옷을 보여주는 그런 느낌은 결코 아니다. 마네킹을 감고 있는 의상들이 대단히 럭셔리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가만 보니 그 분위기는 ‘도자 장신구’들이 만들어 주고 있었다. 천위에 수를 놓고 걸쳐진 장신구들은 평범할 수 있는 의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과 포인트에 여지없이 도자기가 보석처럼 들어가 박혀 있었다. 아주 치밀하게 세운 각본처럼 그 작은 도자 유니트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쪽엔 판매 상품들이 좌대 위에 놓여 있었고 일반 관람객들은 작가에게 가격을 물어 보면서 연신 자기 목에 팔에 옷에 도자 장신구들을 착용하기 바쁘다. 작가의 제작 노고에 비하면 낮은 가격이지만 일반 관람객에게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될 텐데도 그들의 지갑은 심심찮게 열리고 있었다. 작가는 돈을 받는 것이 익숙치 않아 보인다. ‘아! 새로운 틈새를 찾아 가는구나, 이것이 블루오션이 아닌가?’ 아마도 패션 디자이너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일 게다.

체계적인 패션 디자인도 전문적 코디네이션도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느낌대로 직접 옷을 리다자인하고 소품을 찾아 코디한다. 이 모든 일들은 일련의 준비작업인 것이다. 결국 마네킹의 스타일, 옷의 스타일, 컬러, 전체 분위기들은 그 작은 도자장신구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 모두의 하모니가 하나의 디자인을 만들어 내면서 도자 장신구의 착용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물레에서 미싱으로

전시장을 들어오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연신 작은 탄성이 새나온다. ‘우~와~ 멋지다!’ 그리고 연신 핸드폰으로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댄다. 행여 사진을 못찍게 할까봐 눈치를 보면서 마네킹 앞에서 옆에서 포즈를 취한다. 아마 이들도 ‘김부선’ 이라는 패션디자인 작가가 전시를 하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참, 기이하고 재밌는 일이다. 물레를 차고 핀칭을 하는 도자기 작가가 옷을 만들기 위해서 ‘미싱’을 잡았다. 아마도 이 작가는 태생적으로 도전적이든가, 아니면 더 늦기 전에 도전하기로 작정한 작가일 것이다.

작가 김부선은 금속 장신구 공방에서 금속 쥬얼리를 다루는 법을 어깨 너머로 배운다. 그리고, 동대문 시장을 누비면서 소재거리를 헌팅 하고 어느 미싱회사가 운영하는 바느질 강습에 나가서 옷 만드는 기술을 습득한다. 때로는 백화점 명품관을 누비기도 한다. 작가는 디자인과 기술, 그리고 유니크함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자신의 일상 에서 작가는 끝없이 시간과 흐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흘러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그냥 흘러가 버리기 싫은 까닭일 게다. ‘Flow´라는 주제는 이것에서 기인한 것이다.

 

 

흐름에 대한 단상

흐름은 순리順理다. 물처럼 시간이 흐른다. 그렇게 흐르는 시간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많은 흔적들을 남긴다. 흐름은 단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의 흐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흐름도 있다. 바로 문화 트랜드가 그렇고 정치가 그렇다. 동에서 서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리고 그 흐름의 속도도 상황마다 종류마다 다르다. 우리는 그 속에 휩쓸리고 편승해서 함께 흘러간다. 때론 바위에 걸리거나 어느 협곡에 닿아 몸을 숨길 때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그 흐름을 거스르진 못한다. 때론 역류의 스릴을 즐길 때도 있지만, 그것은 책임을 담보로 한다. 즉, 흐름은 늘 우리의 삶 속에 시공을 초월해서 공기와 함께 존재한다.

 

흐름을 디자인하다

작가 ‘김부선’은 그 ‘흐름의 미학’을 표현하고자 했다. 우선 시간의 흐름에 주목한다. 소녀 시절의 청순한 모습에서 젊은 시절의 도발적인 모습, 농익은 중년의 세련됨에서 중년의 기 기품까지. 그 때 마다 아름다움의 척도가 달라진다. 애써 젊어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 당시에 풍기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은 당시 이전 이후에 보여 줄 수 없는 본인만의 매력이다. 우리는 그 시절을 흘려보내고서야 그 때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깨달고 아쉬워한다. 작가는 각 시절마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패션과 도자장신구 작품으로 이야기 한다.

또한 작가는 ‘형이상학적 흐름’의 의미를 현상계의 구체적 선과 형태로 디자인 한다. 역동적 흐름의 모습과 완만한 흐름을 보여 주기도하고, 특별한 질감과 컬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흐름의 정점과 중심에 ‘도자’가 자리한다. 대부분 옷을 더 돋보이기 위해 장신구를 착용하지만, 작가는 도자장신구를 받쳐주기 위해 옷을 디자인 한다. 그 역발상과 새로운 시각은 옷과 장신구 모두 새로운 패턴의 디자인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것은 자신의 사고와 철학을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단순히 공예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김부선’이 보여주는 이번 작품이 식상하지 않은 이유이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신선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어색함도 느끼게 된다.

 

어디로 흐를 것인가

이번 작품의 느낌들은 일반적인 패션계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고, 쥬얼리 쪽에서도 찾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눈길이 간다. 그 과감한 도전은 한 분야만 고집하는 장인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시도들이다. 현대는 그러한 생경함과 과감한 시도를 원한다. 아마도 너무도 많은 정보와 문화들을 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 시도들의 성공은 대중의 호응과 출중한 노하우를 기본으로 한다. 어쨌건, 남들이 편승한 흐름에 함께할 것인가? 아니면 흐름을 창조해 낼 것인가? 역시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적어도 작가라면 파동은 한 번쯤 일으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앞서 말했듯 역류는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위험함과 일탈이 주는 스릴은 위험을 무릅쓰고 저지를 수 있는 자만의 보상이고 특권이다. 지난 개인전에서 ‘트랜스포머’ 작품으로 공예계를 주목시켰던 작가 ‘김부선’은 이번 전시에서 또 한 번 저질렀다. 마치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쇄기를 박는 듯하다. 단지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그런 것은 결코 아닐테지만 자연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장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후회 없는 도전, 부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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