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지
Zhang XiZhi
중국 고대 상형문자의 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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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형문자는 ‘형상을 본뜬 문자’라는 뜻으로 이집트의 문자 ‘히에로글리프’와 중국의 초기 일부 한자를 말한다. 갑골문자라 불리기도 하는 고대 중국의 상형문자. 지난 8월 중국 출신 유학생 장희지(30)의 전시에서 선명한 색채장식기법을 이용해 중국 고대 상형문자의 조형을 미화, 추상적 조형물로 완성시킨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추상 조형예술로 승화한 한자의 기원
장희지는 문자를 만든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고대문자의 흔적을 제시하고 자신만의 문자로 재현해 조형물로 완성한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그의 박사학위 청구전이자 한국의 첫 개인전에서 중국 고유의 고대문자인 상형문자를 응용한 독특한 형식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 작품을 응시하니 코를 말고 있는 코끼리와 그 안에 숨어있는 귀여운 아기코끼리가 글자로 보이고, 손님을 맞이하듯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서 있는 사람형상은 제비를 뜻하는 문자로 나타난다.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는 형태에 돌 모양의 텍스쳐와 색채장식기법을 덧입혀 재미를 주는 요소 또한 빼먹지 않았다.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총 00점. 물고기, 개, 사슴, 호랑이, 고라니, 제비, 코끼리, 돼지 등 작가는 주로 동물을 주제로 한 상형문자 조형작품을 선보였다. 신비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고대문자를 독특한 조형작업으로 완성한 그의 작품은 재미난 형태와 튀는 색감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그는 “한자는 과거 중국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 널리 써왔던 문자입니다. 한자의 기원인 상형문자를 이용한 이번 전시는 한국 관람객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도예기법 중 가장 기초적인 기법들로 완성됐다. 먼저 아이디어스케치를 통해 상형문자의 주제가 될 글자를 결정, 이후 판 작업을 통해 몸통을 제작하고 물레와 캐스팅 작업으로 머리, 꼬리, 다리 등을 만들었다. 각각 따로 제작한 부위를 연결하고 기물이 어느정도 마르는 동안 화장토와 고운 안료가루를 섞어 색감을 입혔다. 성형된 기물을 가마에서 1200도로 번조, 단벌로 때어 작품을 완성했다. 작업 기법 상 특이할만한 점은 없지만 색채장식기법을 통해 입혀진 선명한 색감은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자칫 단순할 수도 있지만 고대문자 형상의 조형물 부분 또는 전체에 칠해진 원색계열의 색감은 관람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나의 디자인은 근원을 찾는 시간여행
장희지가 상형문자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국 경덕진도자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 부터다. 학부 시절 수 만자가 넘는 엄청난 영역의 한자에 늘 관심이 많았고 한자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패턴을 만드는 등 문자디자인에 대해 꾸준히 학습했다. 경덕진이라는 도시 자체가 도자기로 유명하듯 그는 당연히 자연스럽게 문자를 이용한 흙작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같은 학교 도예전공생인 친구가 함께 작업실을 해보자고 제의, 함께 생활도자기 제작을 위한 작업실을 학교 부근에 차렸다. 본격적인 흙작업과의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작업실에서 그는 주로 디자인을 담당했다. 친구가 만든 컵이나 접시 등에 자신이 만든 문자, 그림, 패턴 디자인 등을 그려 넣었다. 상품가치를 인정받은 이들의 도자기들은 하나, 둘 팔려 적잖은 판매수익까지 올렸다. 졸업이 다가오자 진로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이 됐다. 마침 경덕진도자대학교 주최 한국 대학탐방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겼고 그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 한국을 처음 방문하게 됐다. 다양한 대학과 한국 내 각 지역의 명소를 들러본 그는 한국문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결국 한국에서 도예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교수의 추천을 받아 2006년 단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예학과에 입학했다. 기초부터 시작해 다양한 흙작업 기법을 배웠다. 작업의 주제로 활용할 중국 한자의 기원에 대해서도 틈틈이 연구했다. 그는 “문자는 우리 생활 속에서 가장 오랜 시간 다듬어지고 만들어져 온 가장 가까운 디자인의 집합체입니다. 특히 중국의 고대문자인 상형문자에 대한 연구는 내게 중국문화의 근원을 찾는 시간여행과도 같은 즐거운 일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5년간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고 상형문자를 이용한 조형작업을 완성, 첫 전시에서 선보일 수 있었다.
吃的苦中苦 方为人上人
장희지는 고대 상형문자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다. 지난 전시에 선보인 상형문자 작품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중화민족문화의 기원을 소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때 동북아시아 전역에서 사용됐던 한자의 기원을 통해 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 알리고자 한 것이다. 현재 중국내에서 상형문자는 일부 언어학자나 역사 전문가, 미술 계통으로는 시각디자인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그 결과물로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엠블럼과 칭화대학에서는 로고제작에 사용됐다. 그는 “중국문자는 각 세계 문자 중 그림 특성을 갖춘 독특한 문자입니다. 형태구조 또한 독특한 심미적 가치와 예술창조가치를 갖고 있어 흙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5년간의 유학생활을 대부분 마친 장희지는 박사과정이 끝나는 대로 고향인 중국 주해시로 돌아간다.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위해 고향에 작업실을 차리고 상형문자에 대한 연구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전시를 펼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중국어로 “흘적고중고吃的苦中苦, 방위인상인方为人上人. 고생을 많이 할수록 더 큰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의 경험과 추억을 기반으로 열심히 작업한 만큼 중국에서 더 좋은 작업을 펼쳐 보이겠다는 젊은작가 장희지 작가. 더욱 매력적인 상형문자 작품으로 다시 한번 한국을 찾아 선보일 다음 전시를 기대해 본다.
김성희 기자 masader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