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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2월호 | 작가 리뷰 ]

원복자 _ 손끝으로 그리는 자유
  • 편집부
  • 등록 2013-03-04 16:23:02
  • 수정 2013-03-07 09: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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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이홍원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 컨텐츠개발팀장

독일 일렉트릭 클레식 그룹 ‘Cusco’의 ´Desert Island´가 흐른다.

고즈넉한 새벽녘 이슬 한 방울, 잔잔한 호수를 두드린다. 강력한 파동의 입자는 원에서 원을 그리면서 끝간데없이 평온으로 퍼져간다. 무한의 파장은 같은 동심원을 그리면서 규칙을 만들어낸다. 그 파장은 호수를 넘어 사막에 닿아 불규칙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규칙적인 파장의 전달은 무한을 향해 가고, 무한을 향해 가는 파장은 규칙적인 동심원을 그린다. 동심원은 울림의 에너지이고 소리다. 작가 ‘원복자’가 그리는 동심원은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이자 《The Tao Physics - 번역서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을 저술한 양자물리학자 ‘프리쵸프 카프라Cafra, Fritjof’의 이론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현대 물리학적 입장에서 움직임을 발견하고 원리를 밝혀냈다라고 한다면, 작가 ‘원복자’는 상상력과 직관력으로 입자와 에너지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한다. 또한 ‘프리쵸프 카프라Cafra, Fritjof’는 그 원리를 밝혀내는데 집중하지만, 작가는 그 반응과 원리를 자신의 철학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뉴턴’이래 서구의 물리학은 ‘一’에서 ‘多’를 향하는 것이지만, 동양의 철학은 직관적 명상을 통해 ‘多’에서 ‘一’을 보는 것이다. 서구 300년 과학이 양자물리학과 소립자 물리학이 기계적 원리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동양의 직관적 철학에 구원을 청할 수밖에 없게 됐다. 즉 코스몰리지Cosmology의 세계를 다루게 된 소립자 물리학은 물질세계가 극미로부터 극대에 이르기까지 부단한 생성과 소멸의 연속임을 깨닭게 됐고, 유기체적 입장에서 세계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객관적, 중립적 사고를 통해 주관을 배제한 자세로 발전해온 서양의 과학은 스스로 이기적 현대 사회의 병폐를 만드는데 한 몫 했다고 인정한다. 때문에 자아수련을 통해 선에 도달해서 학문을 완성시키려는 동양의 사상을 연구하고 현대 과학 이론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일게 된 것이다. 세상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한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에 있다.

 

 

작가 ‘원복자’는 이전에 페르소나persona나 에로스Eros와 같은 인간의 욕망에 대해 깊히 고찰한 바 있다. 인간의 내면보다 사회적 생활을 통해 바라본 외적인 ‘나’의 존재성을 고찰하면서 아마도 진정한 ‘자유’에 대해 목말라 했던 것 같다. 사회적 관습이나 통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과 ‘틀’은 가끔 우리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숨막힘이 될 때가 있다. 자유를 찾아서 예술행위를 하지만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일반적 잣대는 예외 없이 예술에 있어서도 적용이 된다. 때문에 그 속에 갇히게 되고 그것들을 의식하게 된다. 참 이 세상은 호 불호不好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살기 힘든 세상임에 분명하다. 작가는 그 모두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저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제 작가는 말한다. ‘자유롭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미 자유로우며, 작업 자체가 바로 자유다.’라고... 그렇다면 어디에도 얽메이지 않고 속박 받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얘기인가? 결국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속박을 풀고 ‘자유’를 찾아 가고 있는 셈이다. 아니, 자신의 방법과 색으로 자유를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도자陶瓷는 ‘흙’과 ‘불’이 만들어내는 미학이라고 규정짓는 일도 이 작가에게는 부질없는 수고다. 그래서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중에는 ‘흙’의 속성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혹자는 아마도 전통적 입장에서 ‘불에 굽지도 않은 작품이 무슨 도자陶瓷냐?’고 반박 할 수도 있겠으나 이미 작가는 그런 속박을 스스로 풀어 버린지 오래다. 그가 만든 작품은 이미 그녀 자신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 속 자유를 방해하는 모든 규정과 틀을 깨고 부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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