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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4월호 | 작가 리뷰 ]

도예가 정진철
  • 편집부
  • 등록 2003-03-18 16:22:35
  • 수정 2018-02-14 09: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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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정진철

산업도자 디자이너에서 도예작업으로 기능,

감각강조 ‘여토도예’서 상감 생활옹기류 주로 작업 맨살이 드러날 정도로 얇게 시유된 옹기

새 영역 전개 충북 옥천에서 작업하는 도예가 정진철(47)씨를 찾았다.

 

 그는 옥천에서 태어나 홍익공업전문대(현재 홍익대학교 조치원캠퍼스) 공예과를 졸업하고 82년부터 88년까지 한국도자기 디자인실에서 근무했다. 그는 산업체에 근무하면서도 자신의 공방을 갖고 싶어 이천과 여주 지역의 공방을 자주 다녔다. 같은 회사 연구실에서 근무하던 손영미(41)씨를 만나 결혼하고 퇴사 후 아내와 함께 대전에 ‘미도 크래프트’라는 이름의 공방을 열었다. 6년정도 미도크래프트를 운영하다가 옥천으로 내려와 현재는 자신의 호이기도 한 ‘여토(女土)도예’라는 이름의 작업장을 마련 상감을 넣은 생활 옹기류를 주로 작업하고 있다. 기자가 지난 가을부터 취재를 청했으나 전시장 단장으로 미뤄오던 터였다. 새로 단장한 전시장은 내부 공사를 마치고 작품들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작가는 아직 맨땅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마당에 잔디와 나무를 심을 계획으로 마음이 분주한 모양이다. 이곳에서 오는 가을 즈음에는 개관을 기념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도자기꽃 수출로 한 때 재미

관광기념품경진대회 수상작 술병 주류사와 계약

 작가 정진철은 “도예가로서 자신이 의도한 디자인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완비해야 합니다. 모든 기법을 알고 자신의 의도에 가장 잘 맞는 기법을 선택해야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완벽한 기능과 더불어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감성을 키우는 훈련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며 기능과 감각의 균형을 강조한다. 그가 산업도자 업체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할 때에는 제형사와 디자이너 사이의 견해차와 상대편 일에 대한 무지로 디자인개발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제형사들이 퇴근한 후 제형물레를 돌리며 캐스팅 기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본차이나가 연구 단계에 있었던 80년대 중반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캐스팅과 본차이나 생산과정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지금 하는 작업은 모두 수작업으로 캐스팅과 큰 연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때의 경험은 그의 작업에 남아있다. 소지에 따라 다른 축소율을 적용한 기물의 용량 계산도 그때 배운 것으로 생활자기를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된다. 공방 운영초기에는 캐스팅기법을 이용한 도자기 꽃을 만들어 선진국으로 수출해 많은 수익을 남겼다

. 한참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에 대만 제품의 가격에 밀려 좌절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다시 작업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생활옹기를 만들었다. 그는 전통적인 기법으로 작업하지만 상품연구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각종 공예품 경진대회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지난해 관광기념품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장승모양 술병으로 주류회사와 계약을 맺었고, 양산 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태토는 옹기토와 산청토이고 돌이나 칼을 이용해 상감한다.

 제주도 여행에서 주워온 현무암으로 성형한 기물표면에 질감을 내고 화장토를 채운다. 일반적인 옹기기법은 초벌을 하지 않는데 비해 정진철 도예가의 생활옹기는 화장토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초벌을 거친다. “보통 옹기하면 무조건 숨쉬는 그릇으로 알고 있는 데, 같은 재유 옹기라고 해도 유약이 너무 두꺼우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맨살이 드러날 정도로 얇게 시유된 옹기가 정말 숨쉬는 옹기이고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을 좋아합니다.” 한국전업도예가회의 회원이기도 한 그의 작품은 얼마 전 이천 사기막골에 문을 연 ‘전업도예가 콜렉션’ 매장에서도 전시 판매되고 있다.

 지난 11월 미국 뉴욕의 재미교포 박태준씨가 운영하는 ‘갤러리 넥’의 전시를 위해 작품을 미국에 보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작가는 3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99년 서울 인사동의 통인화랑에서 열린 1회 개인전에서는 외벽은 옹기로 돼있고 내벽은 토분으로 돼있는 이중 난분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바깥그릇에 물을 채워 토분을 담가 놓으면 난이 자라기 좋은 습도를 유지해주는 실용적인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다른 분청이나 옹기에 비해 가볍고 손에 닿는 느낌도 편안하다.

 그는 “흙 작업을 통해 흙의 진솔함을 배우게 됩니다. 농사를 짓는 일처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손길을 필요로 하고 나태함은 이내 결과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라며 작업에 임하는 자신의 마음을 표한다. 작가는 산업도자를 연구했던 영향으로 아직까지도 다듬고 매만지는 데 익숙하다. 그의 작품은 ‘전통도자의 기법’에 현대도자의 ‘기능적인 디자인’이 결합된 새로운 느낌을 갖고 있다. 또한 공방의 수공도자와 산업 도자가 융화된 모습이기도 하다. 정진철씨는 대전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천지간(天地間)’의 회원이기도 하다. 이모임은 각기 다른 분야별 예술가들이 모여 서로의 분야로 시야를 넓히고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특별한 회칙이나 운영방식은 없으며 자유롭게 만나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모여 전시를 열기도 한다. 요즘은 이 모임에서 만난 서예가와 함께 작업하기도 한다.

꽃 생리에 어울리는 화기

 “제가하는 돌 느낌의 작품이미지와 화기가 잘 어울리는 같아 요즘은 화기를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중 화기와 작은 식물을 심을 수 있는 화분들, 꽃병을 많이 연구할 계획입니다.” 이중화기 안에 들어가는 토분은 적절한 온도가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도예가 정진철은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해 이번에 전시장을 만들면서 볕이 잘 드는 곳에 작은 온실을 만들었다. 다음 전시에서는 그의 작품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화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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