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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5월호 | 작가 리뷰 ]

이지숙 Lee Ji Sook
  • 편집부
  • 등록 2011-07-12 16:35:33
  • 수정 2011-07-13 08: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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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덟 개의 계절

김민

darii 큐레이터


여정
이지숙(42)에게는 작업을 하는 것도 여행을 떠나는 일도, 다른 이의 작품을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미래의 어느 날 자신이 서 있고자하는 한 장면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매일 아침 작업실로 들어가 해질 때가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의 연속은 그녀가 취하는 작업에 대한 태도 뿐 아니라 그녀가 대하는 삶의 태도를 일면적으로 보여준다.
그녀는 작업에 대해 냉정한 태도를 갖고 있다. 작업은 생각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며, 한 순간의 영감에서 나오는 것 또한 아니다. 많은 양의 작업 속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도예를 전공으로 선택했던 이유는 흙을 만지는 촉각이 작업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기도 했으며, 하면 할수록 작업이 작업의 꼬리를 무는 흙이 가진 매력을 감지했던 탓일 것이다. 작가는 시간의 중첩에서 오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매시간 노동이 갖는 가치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흙작업에서는 마음이 급하다고 서두르면 번조 과정에서 터지고 갈라져 한 달의 작업이 허사가 되며, 하루 이틀의 결과로 작업이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린다고한다.  
작가는 번조의 과정 전까지 휘거나 갈라지지 않도록 흙을 다스리지만 번조가 끝나고 가마의 문을 열어 결과를 확인하면 그 후 테라코타 도판 조각들을 붙이고 갈라진 곳을 메우고 휜 곳을 갈아내며 원래 완성하고자했던 작업을 향해 더욱 치열하게 작업한다. 삶을 대하는 모든 이들이 마땅히 그러해야하듯이 작가는 작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위한 그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지난 4월 전시에서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대형 작업들을 하나의 피스로 보여지게 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여주었다.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그녀가 지나온 치열한 30대를 겪고 난 결과일 것이다. 작가는 나이 듦이 나쁘지 않다고 한다. 2009년 아름다움을 주제로 가졌던 개인전에서 「대기실에서」와 「나는 아름답다」라는 작품으로 그녀의 성찰에 대한 태도를 나타냈다. “20대의 긴장감과 30대의 치열함을 넘어 이제는 존재만으로도 아름다운 40대를 맞이했다. 과거의 나는 세상이 부여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온갖 장식물로 치장하며 보여주기 위한 아름다움을 추구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움츠러들기만 하던 젊음의 시절-마치 거센 폭풍우 한 중간에 서 있는 듯한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난 오늘, 나는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깨닫는다.”고 작가는 말한다.
「대기실에서」라는 작품의 배경이 된 공간은 배우가 무대에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을 점검하는 긴장의 장소이다. 이곳에서 배우는 웃을 여유도, 마음의 자유도 잠시 접어둔다. 그렇기에 틀 속에 갇힌 여인의 모습에서 웃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작품 속 40명의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 여인들은 2009년 마흔을 맞이한 작가의 지나온 삶을 상징한다. 「나는 아름답다」에서 보여주기 위한 긴장된 아름다움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음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100명의 여인은 자신을 구속하던 틀을 박차고 나와 세상을 향해 활짝 웃고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여기서 100이라는 숫자는 무엇인가 잘했다는 의미로 “100점짜리다”라고 하는 칭찬의 의미가 담겨있으며 특히 작가 자신의 용기를 북돋는 자기암시적 의미를 담고 있다. 2011년 여덟 개의 계절에서 보여준 「나는 아름답다-춤」은 42세를 맞이한 작가가 ‘모란이 활짝 핀 봄에 자신의 흥에 겨워 춤을 춘다’라고 하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자신이 자신의 삶을 축제로 만들며 축제의 장에 주인이라는 심정이 담겨져 있어 많은 여성들로부터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사물로부터
작가가 과거와 현재의 사물들의 표현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첫째, 자신의 테라코타 작업 출발점에 대한 부분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꽃담은 기와를 비롯한 테라코타로 자연과 어우러진 형식으로 집안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염원을 담았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현대주거문화에서 초벌의 자연스럽고 단순한 형식이 담는 간절한 염원은 더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지숙의 예술적 실험은 현대 도시 환경이 상실한 전통적 매체를 새롭게 복원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의 테라코타 채색작업은 표현의 형식적 접근으로 본다면 현대 주거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꽃담을 실내로 들여와 테라코타 도벽작품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잊혀진 과거의 문화적 향수를 불러일으킴과 더불어 현대 공간에 새로운 미적 감각을 이끌어 들인다. 그의 테라코타 작업으로 꽃담이 갖는 문화적 향수와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현대건축에 과거 문화의 적용 가능성과 환경도자의 영역적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둘째, 작가 자신이 품어야할 가치에 대한 부분을 담아내는 사물에 대한 시각이다. 조선 민화 중 책거리 그림을 연상하는 작업실 풍경 도판시리즈에는 아름답고 우아한 내적 가치를 품은 옛 사물과 색과 향을 담은 현대의 사물이 한 화면에 펼쳐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는 과거 책거리 그림 속 문방사우와 사물로부터 사물이 품고 있는 가치를 찾아내어 표현함으로써 작가 자신의 깊이를 찾아가는 매개체로서 사물을 선택하고 표현한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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