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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월호 | 작가 리뷰 ]

현대의 도예가 루시 리 Lucie Rie
  • 편집부
  • 등록 2011-04-12 11:18:50
  • 수정 2011-04-13 10: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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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_ 카네코 켄지 일본 이바라키현 도예미술관 관장

자료제공 _ yidogallery (www.yido.kr)

 

루시 리Lucie Rie, 1902-1995는 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도예가로서, 영국의 문화예술진흥공헌자에게 수여되는 「데임DAME」(대영제국 2등훈장) 칭호를 받았다.
루시 리는 190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고 1921년 빈공업미술학교Vienna Kunstgewerbeschule(Arts and Crafts School에 입학하여 도예를 배웠다. 이 학교는 현대어로 바꾸면 디자인학교인데, 당시에는 아직 미술과 공예와 디자인이 지금처럼 확실히 분립되어 있지 않았고, 지금의 도예가와 도자디자이너의 성격을 갖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리의 선생인 미하엘 포보르니Michael Powolny는 물레와 유약의 화학적 지식에 탁월했다고 한다. 리는 입학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물레로 도자기를 만들 때 미하엘이 보여주는 훌륭한 솜씨와 기술에 매료되었고, 그것을 본 순간 도자기를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미하엘의 풍부한 유약기법 지식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리의 유약노트가 몇 권 남아 있는데, 그 중 재학 중에 실험한 과정과 결과를 기록했다고 보여지는 것들이 있다. 거기에는 다양한 성분을 수 십 종류나 조합해서 실험한 흔적이 보이고, 이후에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풍부한 유약과 색을 만들어 냈음을 알 수 있다.

리가 빈에 거주했던 시기, 즉 1920~30년대는 윌리엄 모리스로부터 발생한 모던디자인 사상이 유럽대륙에 전파되어 독일공작연맹, 빈공방 그리고 바우하우스가 등장하며 모던디자인의 이론과 실천을 확립한 시대였다. 리도 그 시대의 영향을 충분히 받았다.
학생 시절과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시기에 리가 제작한 작품에서 나타나는 바우하우스풍, 빈공방풍은 그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시기 리 작품의 중심이 거기에 없었다는 점이다. 리의 작품의 중심은 마치 유약실험과 같은 것으로, 갈색이나 흰색의 색화장과 망간이 녹아 융합한, 저화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녹지 않아 까칠까칠하다거나 너덜너덜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결코 「모던하다」라고는 하기 어려운 독특한 표면의 작품이다. 이후 이것은 용암유라 불리며 리를 대표하는 표면처리라 일컬어지게 되었는데, 흡사 시대에 역행하는 듯이 보이는 「유약실험적 표면」에서는 늘 자신을 관통했던 그녀의 강인한 의지가 느껴진다.
유대인이었던 리는 1938년 영국으로의 망명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망명 초기에는 폭격의 위험에 노출되거나 하여 경제적으로도 곤란한 상황이었지만, 단추제작 등을 하며 견뎌냈다. 그리고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와 얼마 후 리 공방의 일원이 된 한스 쿠퍼Hans Cooper 등의 협력으로 점차 도예가로서의 제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1950~60년대는 새로운 작풍의 형성기였다. 그녀가 제작한 작품 전반에서 보여지는 긁어내기, 황, 녹, 갈, 흑 등 자유자재로 변환되는 유색 등을 다양하게 고안하며 엮어내기 시작했던 것도 이 시기였다.

그리고 70년대 이후에 드디어 원숙기를 맞게 된다. ‘루시 리라면 이 작품이다’라고 할 수 있을 발과 화기가 이 시기에 하나의 스타일로서 세워지게 된다. 발은 굽이 좁고 약간 높게 만들어져, 몸체의 아웃라인으로부터 심플함과 산뜻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형을 하고 있다.
세계의 도예나 기물에 매우 풍부한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었던 리는 그것을 자신의 작품 스타일로 도입했다. 이 발도 필시 고려다완의 높은 굽, 송宋대의 백자나 청자사발의 아름다운 아웃라인 등을 참고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을 감상할 때 그러한 뿌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개성 강한 스타일을 확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점은 화기에서도 보여진다. 리의 화기는 입 부분이 나팔형으로 벌어지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인데, 몸체는 크게 두 종류의 것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부드럽게 부풀어 방수형으로 팽팽한 것이고, 또 하나는 실린더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는 명백히 송이나 료遼 시대의 반구병의 형을 이용한 것이고, 후자는 그리스의 레퀴토스역주: lekythos, 기름의 저장에 사용된 고대 그리스의 도기. 특히 올리브오일을 담는 데에 사용되었다의 형을 따 온 것이다. 그러나 사발형처럼 전혀 그러한 뿌리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리 고유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리의 제작기법이나 작품의 양상은 도예 내지는 공예에 있어 개성표현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예술에 있어 창조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모방’을 예술표현이라 착각하고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도예 내지는 공예표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 _ 박수아 근현대공예이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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