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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월호 | 작가 리뷰 ]

남영인_유머를 통해 성숙해지기
  • 편집부
  • 등록 2010-04-30 11:59:01
  • 수정 2010-05-13 08: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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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인 _ 유머를 통해 성숙해지기
| 김진아 홍익대 미술비평 박사과정

2007년 남영인은 자신에게 ‘유머humor’라는 새로운 숙제를 던졌고 어느새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적극적이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우리나라 도예계에 무언가 획을 그으려는 작가적 의지는 충만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에 대해 비교적 반성적이며 수용적’1)인 남영인은 그동안 과연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2010년 정월, 지난 과제를 청산하고 다시 자신에게 새로운 숙제를 내주려는 이 시점에서 남영인은 필자에게 자신이 찾아낸 답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다. 그러나 필자는 그가 제시한 답안의 정오를 가리고 이에 대해 날카롭고 신랄하게 평가하기 보다는 그저 그가 어떻게 답을 찾아냈고 얼마나 풀어냈는지 필자가 지닌 짧은 학식과 경험에 근거하여 그의 숙제 과정을 정리해 주는 정도로 남영인의 의뢰를 해결하고자 한다.
한 인터넷 백과사전에 의하면 유머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가가대소呵呵大笑하면서 그것이 자신을 포함한 인간들의 슬픈 천성이라는데 연민과 사랑을 던지는 약간 복잡한 웃음으로서 하나의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인생관조의 한 태도에 직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유머라는 웃음은 보이는 것이 웃긴다고 마냥 웃는 직관적인 웃음이 아니라 그 웃음의 대상에 대한 동정이 수반되어 있는 정적情的이고 경험적인 웃음인 것이다. 때문에 유머는 여유를 가지고 눈앞의 사물을 대하여야 하며 때로는 체념이 필요하기도 하다. 즉 다시 말해 유머는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비추어볼수록 더 유머스러워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머humor라는 주제는 쉬워 보이나 결코 쉽지 않은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영인이 이 유머라는 쉽지 않은 숙제를 자신에게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를 비롯해 그가 이뤄온 여러 역할들과 그의 작품들을 훑어보았을 때 그 이유는 아마도 결국 자기 자신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남영인의 초기작업인 를 보면 2006년 시작한 시리즈와는 달리 작품에서 나타나는 감정이 매우 대립적이고 우울하며 어두워 보인다. 작가는 이 작품들에서 ‘다리bridge’라는 조형언어를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 인간과 사물 사이, 인간과 세상 사이의 대립과 혼돈으로부터 화해를 중재하고자 하였다고 하지만 결국 그가 이 ‘다리’를 놓기 위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인간과 사회의 이면 즉, 분열과 괴리의 이중구조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남영인은 삶이 지닌 분열과 괴리의 이중구조 속에서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보게 되었고 자신을 포함한 이들의 아둔함을 감싸주고 덮어주며 치유하기 위해 웃음이라는 새로운 ‘다리’를 찾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삶 속에서 여러 고난과 모순들을 맞닥뜨리면서 또는 웃지 못 할 일들도 겪으면서 그것들을 역으로 웃으며 넘기고자 했던 작가의 힘겨운 노력이 를 넘어서 한 단계 위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래서 등장하게 된 것이 시리즈이다. 남영인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면서 에 등장시켰던 획일화, 기계화 또는 인공물의 상징으로 제시했던 장난감 블록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작고 각진 레고 블록이 아니라 3세 미만의 영, 유아들이 가지고 노는 크고 둥근 블록 이미지를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어린 아이들만이 지닐 수 있는 상상력을 유머의 코드로 도입한 것이다. 또한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toy을 매개로 예술과 공예 사이의 근원적 문제인 미적 유희와 실용성의 문제에 동시에 접근함으로써 그의 작품이 쓰이든 쓰이지 않던 보는 이로 하여금 자그마한 웃음이라도 자아내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의 첫 유머는 우주비행사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주복이 아닌 비키니를 입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사람이 테트리스 조각처럼 여기저기 짜 맞춰진 지구행성을 탐색하다가 깃털이 무거운데도 훨훨 날고 있는 스톤버드를 만나고 달에 살던 상상토끼도 우주인을 따라 지구행성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닌다. 그야말로 작가의 허무맹랑한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초현실적 세상, 초현실적 물건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그의 작품을 보면 피식하고 어느새 실소가 흘러나온다. 그것은 바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슬픔과 번민, 이에 대한 동정과 연민, 보다 따뜻하고 행복한 세계를 향한 동경이 극도로 절제된 인간 혹은 동물의 형상으로 치환되어 그 속에 해학과 풍자, 익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남영인의 머그나 주전자, 접시, 그릇 등은 완벽한 포름과 비례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것으로서 그의 유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실소가 아닌 홍소哄笑가 일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유머들이 슬픔과 동정, 연민을 넘어 온전한 사랑과 기쁨으로 나타난 것은 지난 2009년 12월 15일부터 1월 31일까지 뿡 갤러리에서 있었던 《모두모두 웃어요-웃는 사람들》전이다. 수 천 개의 장난감으로 가득 찬 공간 한 켠에 마치 새로 들어온 장난감인 양 걸려있던 남영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이 밀가루를 주물러 만든 것 같은 단순한 형태의 웃는 사람들이다. 이전 전시에 종종 등장했던 주전자나 잔, 접시나 그릇, 거울이나 오르골 같이 실용성이 있어 뵈는 작품들은 없었지만 그야말로 작가가 웃으면서 만든 작품의 결정체라 할 만큼 모든 것이 정화되고 순화된 순수한 웃음만 남아있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형태는 더욱 단순해지고 상상 스토리도 바닥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작품에서 무엇인가를 더 기대한다는 것은 남영인이 작가노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져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유머의 절정을 찾아낸 작가의 기쁨을 같이 즐겨주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남영인이 2006년 자신에게 던진 ‘유머’라는 숙제를 어떻게, 얼마만큼 풀어왔는지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한 교수는 남영인의 작품들을 보고 “그에게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작품을 하는 뚜렷한 주제와 목적의식”이라는 평을 남겼다. 그만큼 작가에게 있어 ‘유머’라는 주제는 간절했었고 이 유머를 이끌어 내기 위한 목적이 뚜렷하였다는 뜻이라 이해된다. 이것은 필자도 동감하는 부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의 이 뚜렷한 주제와 목적의식 때문에 오히려 ‘유머’라는 숙제를 조금 일찍 마치게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4년이라는 유머탐구 기간 동안 작가의 여러 가지의 상상 스토리들을 읽을 수는 있었으나 우주비행사와 스톤버드의 더 이상의 변신은 목격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이들의 변신에 새로운 이유가 생긴다면 다시 작가는 뚜렷한 주제와 목적의식으로 분명 또 다른 모습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2010년 남영인이 고민하는 새로운 숙제가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작가 남영인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시절 반장과 회장을 역임하며 똑순이의 이미지로 남학생들의 시선이 뜨거웠다. 그러나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여자들만 통과할 수 있는 교문을 드나들며 늘 애정의 결핍을 느꼈다. 여의도여고 정규열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미술공부를 시작하고 홍대앞 미술학원 면학시 홍대ROTC오빠들을 바라보며 미대입학의 결의를 다짐했다! 성신여대입학이후 긍정의 여인들을 만나고, 불타는 예술혼을 가진 몇몇 스승들을 통하여 예술놀이가 최상의 가치라고 여기며 더듬거리며 따라가게 되었다. 대학원졸업이후 유럽과 일본을 넘나들며 지구별의 사이즈를 측정했다. 수많은    아리스트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배우고 견문을 넓혔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강의하고 인기강사로 인정받았다. 축복 속에서 결혼하고 아기가 생겼는데, 낳다가 죽는 건줄 알았다. 그러나 아기가 너무 예뻐서 사람들은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놀라고 있다. 대단히 많은 단체전에 참가하고 해외전, 개인전 등을 이루었다. 홍익대학교 박사과정에 입학하고 대학교수의 꿈을 가졌으나 자신의 크기가(55size) 이 사회에 이바지하기에 많이 부족함을 판정함과 동시에 집안에 있었던 파랑새를 찾는 행운아가 되었다. 파랑새를 키우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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