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따뜻함을 지닌 백자투각함
| 김성희 본지기자
12월의 매섭고 추운 겨울 속. 홍익대학교 앞 작업실에서 김은주(29)는 그만의 따뜻한 행복을 담은 백자투각함을 만들고 있다. 백자의 깨끗하고 우아한 매력이 맘에 든다며 얼굴에 한껏 미소를 머금은 채 작품을 내보인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란당초문양과 전통가구를 연상시키는 경첩, 상다리의 모습을 닮은 굽이 하나의 예쁜 동양화와도 같다. 기존의 투각 도자기가 주는 날선 기교와는 다른 이질감이다.
젊은작가 김은주. 2006년 건국대학교 공예학과와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예학과를 졸업한 그는 전통문양을 단순화해 백자위에 투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일반적으로 전통백자라 함은 내적 심오함으로 표현되는데, 그의 작품은 우리 전통공예의 대표적인 여러 요소들을 단순화시킨 현대적 감각을 입고 있다.
처음 대학에서 흙작업을 시작했을 땐 전통도자나 투각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안했던 그였다. 캐스팅이나 복잡한 조형물처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은 언제나 뒷전이었고 쉽고 간편한 작업을 찾았다. 그런 그가 대학원 수업시간 중 평소 어렵다고 생각했던 작업을 시도해보라는 교수님의 과제로 「백자투각포도문필통」과 「고리무늬필통」을 만들었다. 물론 덜렁대는 성격 탓에 제대로 완성된 작품은 별로 없었다. 갈라지고 깨지고 가마에 구워질 때마다 엉망이 돼 나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꼼꼼하지 못했던 그의 성격은 꼼꼼할 수밖에 없는 작업을 하게 되면서 바뀌게 된다. 또한 투각과 음각, 양각기법으로 전통을 재현하는 우리 전통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젠 너무 꼼꼼한 탓에 어려움을 겪기까지 한다. 조각칼로 손을 베고 찔리는 밤샘작업에, 올 겨울에는 심한 독감까지 걸릴 정도다. 그러나 오히려 작업에 대한 열정은 날로 커진다. 그는 “예민한 백토 위에 투각기법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초벌 전에 많은 관리가 필요해서 손이 많이 가요. 그만큼 실패율도 많기에 재벌에서 갈라지게 나올 때면 속상하긴 하지만 크게 동요되진 않으려 해요.”라며 긍정적인 사고로 오히려 좋아하는 작업을 할 수 있단 점에서 늘 행복해 하고 있다.
2009년 11월 서울 관훈 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으로 선보여진 김은주의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전통목가구와 금속장식품이 지닌 요소들이 혼합된 형태의 백자함으로 표현됐다.
<일부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년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