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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월호 | 작가 리뷰 ]

한국의 혼불, 진사백자의 명장 항산 임항택의 예술세계
  • 편집부
  • 등록 2010-03-17 16:11:53
  • 수정 2010-04-01 20: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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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지엽 경기대학교 국문과 교수, 시인

흙과 불의 빛나는 예술혼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일이 많다. 인간은 그 불가사의를 파헤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존재가 아닐까. 나는 가끔 조선 백자의 하얀 숨결을 보고 있을 때 그런 착각이 들곤 한다. 백자의 문양 방식은 보통 청화靑華, 回靑, 回回靑, 철사鐵砂, 진사辰砂 등의 안료로 모필을 주로 사용하여 문양하는데 이들 중 진사辰砂백자는 숨을 멎게 하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피를 뱉어놓은 듯한 선명한 그 붉은 색은 한마디로 울음 그 자체다. 한국의 혼불이다. 그러나 심홍색의 진사辰砂:산화동(酸化銅)는 12세기 중엽 단정학의 정수리 꽃의 화심 등 중요한 부분에 간간히 발색되기 시작했으나 13세기 고려왕조의 몰락과 더불어 그 기술의 전수가 단절되었다. 그 후 400여년의 공백을 둔 후 17세기 후반 일부분 나타나기는 했지만 또 다시 그 명맥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그런데 그것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한 분이 계신다. 항산恒山 임항택林恒澤 명장이 바로 그분이시다. 완벽할 뿐만 아니라 예전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선명하면서도 깊이와 세련된 격조가 있다.
임항택 명장은 충청북도 음성 출신으로 음성종합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주공업고등전문학교(현 충주대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대한철광, 흥한화학 등에서 선반, 기계 제도를 하기도     했다. 도道 A급 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음성 한일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중 1973년 운보·이당 선생이 조선백자전을 열게 됨을 알고 지금까지 끊긴 줄만 알았던 조선 백자가 이천 등지에서 전승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급기야 29세 되던 해 학교를 뒤로 하고 도자의 길에 뛰어들었다. 당시 조선 백자 세계에 선진 지식을 갖춘 덕망있는 백석 이정하 선생白石 李貞夏 先生의 문하에서 수학하기 시작한다. 남다른 열정으로 밤을 낮 삼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보고 배울만한 책이 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 막막한 현장에서 몇 달을 허송세월로 아까운 시간을 보낸 후 깨달은 것은 남보다 더 많은 시간 연구하고 실험하고 밤새워 가마터 현장에서 스스로 익히고 터득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후에 백석 이정하 선생과 많은 지인들의 도움과 조언으로 연구의 성과가 두터워지기 시작한다. 이후 30년간 지속된 항산 특유의 진사 연구는 마침내 대한민국 진사의 명장으로 특허 0506119호 「조선 백자 진사 안료의 제조 방법 및 그 안료」로 진사 채·발색의 선구자로 우뚝 서도록 한다.
그는 오는 7월 1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진사백자전을 연다. 이 전시는 일 개인의 전시 차원의 작은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동안에 끊임없이 연구해온 진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는 학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욱이 금을 안료로 한 황금진사에 대한 연구 결과까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 최고의 전시설비를 갖춘 <예술의 전당>이 도예분야에 정식적으로 관문을 개방한 것이어서 도자 분야에 대한 일반인의 새로운 관심을 재고하고 이에 따른 초석을 놓는 중차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대가 되거니와 무엇보다 잃어버린 한국의 혼불을 재현해낸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불모에서 이루어낸 흙과 불의 빛나는 예술혼에 우리가 경의를 보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한국의 혼불, 진사백자
항산의 작품에는 곳곳마다 그의 예술혼이 그대로 아로새겨져 있다. 휘어져 내린 선은 끊긴 듯 이어지고 매화와 국화에서는 향기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하다. 이미 모든 사람이 경탄하는 바와 같이 붉은 선혈을 떨군 듯한 진사는 가슴을 뛰게 한다. 앞서 나는 이를 한국의 혼불이라고 하였다. 이는 결코 과장의 말이 아니다. 한국인의 특특한 슬픔의 정서는 주지하다시피 한恨이다. 이 한의 울음이 구체화 된 것이 바로 진사辰砂이고 이것이 갖는 상징이 나는 한국의 혼불이라고 보고 싶은 것이다. 한恨에 대해 절창을 노래한 시인 이동주는 한은 ‘당당한 휴머니티’이며 ‘생에 대한 열원’이라고 하였다. 수동적이고 허무적인 것이 아니라 ‘얼음 밑의 미나리 순’과도 같은 역동적인 실체의 한을 얘기했던 것이다. 항산의 진사辰砂작품에서는 이러한 생의에너지가 느껴진다. 생명력으로 타오르는 울음이면서 떨리는 신비감이 있다. 어둠을 밝히는 자유와 힘의 선율이 느껴지며, 기립하는 갈채소리와 타오르는 기도 소리가 있다. 이는 항산이 1975년 경 처음으로 진사에 대한 매력을 얘기하고 있는 다음의 말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09.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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