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간접 경험이든 직접 경험이든 자신의 그릇 속에 담겨지고 모아왔던 만큼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 과정 속에 인격이 형성되고 꿈이 생기고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결정되며 가치관이 결정되어 간다. 최승애(47)의 조형작업은 열정과 자유 그리고 휴식의 과정 속에 모든 것이 나르시시즘Narcissism을 끌어안고 있다. 그의 작품은 고요히 앉아 지난 날들의 언어를 회상하며 나를 포기할 수 있는 비움을 배우며 생生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찾아가는 휴식을 나타내고 있다.
무언의 형태와 해학적 자태로 표현된 작품
초여름 햇볕이 따가운 오후 서울 압구정동의 파란네모 갤러리에서 지난 6월 22일 일곱 번째 개인전을 선보인 최승애 작가를 만났다. <나르시시즘Narcissism>을 주제로 전시된 15여 점의 작품들은 작가가 느낀 인간에 대한 솔직한 감성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색 화장토를 이용한 작품들에는 다양한 색 안에 인간의 삶 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내면의 표정이 담겨져 있다. 파스텔 톤의 색감은 원초적이기보다 정적이고 토속적이며 정겨운 느낌을 전한다. 작가가 색 화장토를 택한 이유도 흙의 질감과 어우러져 표현되는 차분함을 살리고 싶기 때문이다. 경박하지 않고 아동적이며 정감 어린 표정들을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에 맞는 재료인 것이다. 고독함과 외로움이 표현된 벽에 기대어 쉬는 모습, 무엇인가를 고민하듯 턱을 괴고 생각하는 모습, 어딘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두 시선, 두 손을 맞잡은 여인의 모습 등 작가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현실세계의 모습이 무언의 형태와 해학적 자태로 표현됐다.
전시에 선보인 많은 작품 중 「굴레」란 작품이 있다. 인간의 삶 속에서 시간이라는 제한 속에 매달려 있는 가치관이나 성취욕들이 표현된 작품이다. 작가는 “나름 2미터가 넘는 크기로 제작하려 했지만 번조 중 형태가 틀어지고 또 다시 제작되는 과정을 거쳐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꽃밭에 앉아 쉬고 있는 여인을 담아낸 「열정과 자유 그리고 휴식」이란 작품은 재벌한 유약이 삼벌하면서 녹아버리고, 작품표면의 무늬가 전사처리 시 변색되는 과정을 겪으며 몇 개월간 애쓰면서 힘들게 완성된 작품이다. 이밖에 따뜻한 분위기의 색감이 어우러진 작품들과 곡선이 아름다운 도조작품들은 인간의 순수성, 삶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작가의 성품을 반영하고 있다.
도예와의 인연, 장르의 벽을 허문 조각가
현재 성남시 산성동에서 작업하는 최승애 작가는 미국 뉴욕의 낙서화가 키스 해링Haring Keith의 역동성이 강한 캐릭터를 담고 싶어 한다. 단순하고 만화 같은 유머러스한, 자유구상의 창조성이 뛰어난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1981년 이화여자대학교에 입학해 조소를 전공한 그는 1988년 대학원졸업 후 특히 조형적 흙 표현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 인체를 조형화한 일련의 작업들은 자연스럽게 도조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어렵사리 지인의 작업실을 같이 쓰게 되고 도예를 전공한 친구의 도움으로 유약 색감이나 번조 온도, 흙의 성질 등에 대한 조언을 얻으며 점차 흙에 대한 매력을 느껴갔다. 지난 2004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의 첫 회 개인전과 함께 다양한 그룹전 등 초반에 선보인 작품들은 여러 인간들의 세밀한 조형적인 동작과 그 속에 표정을 도자를 이용해 담아냈다. 이후 국내에서의 두 번의 개인전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서 열린 3회의 개인전에서는 대부분 그간의 조형작품들을 단순화시킨 기하학적 형태의 도조작품을 선보였다. 최근 열린 단체전 자유미술그룹IN의 <환경과 미술의 만남>전과 개인전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스스로 수많은 선문답 후에 얻은 그의 대답이다. 전시장에 놓여진 정지된 인간들의 모습은 다양한 형태미와 생명감,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재 한국조각가협회, 이화조각가협회, 한국 구상조각가협회, 한국미술협회, 자유미술그룹 in, 다형전과 동국대학교, 서라벌대학교 강사로 다양한 활동하고 있는 최승애 작가는 도예와의 인연에 대해 “흙이라는 재료는 자연으로부터 나온 따뜻함이 있어 좋아요. 늘 내 곁에 있는 재료이며 작업할 수 있는 여건 속에 제게 편안히 다가왔어요.”라고 말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09.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