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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월호 | 작가 리뷰 ]

THE POWER : Art + Sports - 여화선 Yeo Hwa Sun
  • 편집부
  • 등록 2009-07-14 15:59:15
  • 수정 2009-07-14 16: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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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윤민희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조교수, 조형예술학 박사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흙을 소재로 하는 불의 예술인 도자공예는 우리들의 일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생활용품으로 인류 역사와 함께 변천, 발전되어 왔다. 흙에 대한 사랑으로 점철되어온 여화선의 작품세계에서 흙은 가장 친근한 재질이자 동시에 물질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화선의 2008년 제5회 개인전(2008.9.16~9.23 문화복합공간 크링Kring)은 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예술로서의 도예와 스포츠로서의 태권도의 만남》이라는 전시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전통적인 도예계의 시각에서 본다면 다소 생소한 주제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21세기의 통섭統攝, 퓨전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문화예술과 태권도의 융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한국적 문화를 전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전시는 도예작가의 관점에서 태권도라는 하나의 표현 주제, 즉 한국의 이미지를 현대화하는 모티브가 된다면, 스포츠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국기國技인 태권도의 세계적 위상 정립과 세계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우리의 도자공예가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전통의 기술을 계승·발전시켜 오면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예술적 평가를 받고 있다면, 태권도는 우리의 전통 무예를 계승·발전시켜 세계인의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자예술과 태권도는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루어 온 다양한 문화 요소들 가운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족문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문화관광부는 2006년 우리민족의 문화적 원형으로서 상징성을 지닌 것 가운데 상품화가 가능하며, 우리문화의 세계화에 기여도가 높은 것들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두고 ‘100대 민족문화 상징’을 선정해 발표하였다. 그 중에 태권도와 고려청자, 막사발, 분청사기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2007년도 ‘100대 한류韓流디자인문화 분류 및 산업적 활용방안(한국학술진흥재단 연구과제)’에서는 고려청자, 백자 달 항아리, 태권도를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의 상징적인 한류디자인문화로 꼽고 있다. 이와 같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우리민족의 문화적 원형으로써 상징성을 지닌 태권도와 도자예술은 우리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가 브랜드로써 다양한 문화산업 컨텐츠에 활용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태권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도예와 태권도의 만남을 중심으로 구성된 여화선의  개인전은 태권도를 주제로 한 도조도자조각ceramic sculpture, 설치installation, 기물器物 등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화선은 태권도의 다양한 품새를 미학적, 조형적 측면에서 연구한 뒤 품새에 나타난 형상적 아름다움을 작품에서 동적인 역동감과 정적인 고요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재질적인 측면에서 본 전시는 전통적인 도자공예에 천착되어온 재질인 흙과 함께 유리, 금속재료를 접목하여 퓨전적인 작업을 시도했다는 시각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재료의 퓨전은 여화선의 초기 작업부터 일관되게 행해져 왔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여화선은 흙과 금속의 퓨전화를 통하여 <인간 형상을 주제로 한 작업>에 충실했다면, 2003년도의 <사각 속의 행복>이라는 주제의 개인전에서는 흙과 유리라는 재료의 상이성을 활용하여 흙의 재질이 가지고 있는 불투명성과 유리의 색채가 가져다주는 영롱한 아름다움을 접목하여 생동감과 생명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2008년 전시는 과거의 작품세계의 연장선상에서 여화선은 표현주제에 따라 흙을 주재료로 유리, 금속 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재질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조형적 표현의 다양성을 제시하고 있다. 태권도를 주제로 한 2008년 여화선의 작품을 양식적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한 측면이 있지만, 개략적인 그의 작품 경향을 5개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유형의 작품I은 태권도의 다양한 품새의 사실적 이미지 표현에 충실한 설치작품이다. 총 80개로 구성된 각각의 사각형의 단위 형태(unit, 20×20×8cm)에 새겨진 품새의 구체적 형상이 선적인 실루엣이나 색면으로 표현되어 양감을 부각시킨다. 또한 색채의 사용에 있어서도 청·백·적·흑·황색 등의 오방색 표현에 충실하다. 각각의 단위 형태는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면서 동시에 일련된 80개의 단위 형태를 공간에 설치함으로 반복의 이미지에 따른 공간 구성과 함께 태권도 품새의 형상이 품어내는 강한 역동적 리듬감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유형의 작품II은 태권도 품새의 이미지를 추상화시킨 작품이다. 작품I이 구상적인 품새의 단위 형태의 반복이라면, 작품II는 300개의 동일한 정육면체(10×10×10cm)의 단위 형태 위에 추상화한 품새 이미지를 정렬하여 설치하고 있다. 여화선은 작품II에서 마치 동양의 상형문자를 보는 듯한 품새의 추상적 형상 위에 다채로운 색깔의 유리를 사용해서 2차 번조를 해 유리와 흙의 합성에 의한 번지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정육면체의 백토 위에 투명한 유리의 번짐 효과는 마치 한 폭의 수묵채색화를 연상한다. 이러한 작업은 유리의 재질적인 특징인 투영되는 이미지와 함께 묵의 느낌을 나타내는 선묘적인 담백한 형태의 표현으로 회화적인 서정성을 띤다.
세 번째 유형의 작품Ⅲ은 백토로 번조한 수천여개의 정육면체(10×10×1.5cm)를 바닥에 설치하여 태권도의 다양한 품새의 형상을 만드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고정된 형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나 관객의 참여에 따라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과정process으로서의 유동적 작품이다.
네 번째 유형의 작품IV는 품새와 WTF세계태권도연맹, World Taekwondo Federation의 심벌마크 이미지를 활용한 화기花器 형태이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도자공예의 기器 형태로 동양의 꽃꽂이에 적합한 기물 작품이다. 각각의 화기는 하나의 단위 형태이면서 동시에 5개의 화기가 모이면 전체적인 태권도의 형상을 나타내는 일련의 시리즈 작품이다. 
다섯 번째 유형의 작품V는 태권도 품새의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추상화한 사각의 형상을 직사각형의 우드파티션에 설치한 작품이다. 여화선은 작품V에서 대한민국 목공예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권우범 명장이 제작한 우드파티션 위에 도예작품을 설치함으로 ‘목공예와 도자공예의 만남’을 제시하고 있다. 여화선의 우드파티션 설치작품은 마치 벽면 위에 작품을 거는 타블로화와 같이 심미적이면서 동시에 파티션의 기능성과 장식성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작품V에서 여화선은 흙·유리·금속을 하나의 작품에 모두 사용하여 2차번조 함으로 서로 다른 재질의 특성이 한데 어우러진 조형적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금속재질로 사용한 투박한 못은 이 작품 재질이자 동시에 작가의 조형의지를 표현하는 하나의 개념적인 오브제이다.
<도자예술과 태권도의 만남>을 주제로 한 여화선의 제5회 개인전 특징은 기존의 화랑에서 벗어나 문화복합공간 크링Kring으로 옮겨져 전시공간의 확장된 것이며 작품의 대좌pedestal의 부분적 제거와 각각의 단위 형태로 구성된 전체작품, 실용성·장식성·심미성의 조화 등이다. 판 성형slab building 방식으로 제작된 일련의 작품들은 작품의 규모가 과거의 작업에 비해서 점차적으로 커지면서 실내환경, 야외공간, 기념비성 등으로 확장된 형태의 표현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재료의 사용에 바탕을 둔 여화선 작품은 흙의 천착에서 벗어난 열린 시각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한 폭의 동양의 수묵채색화를 보는 듯한 작품의 서정성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시도하는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소재주의나 전통의 고답적인 재현에서 벗어나,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미지의 추상화, 현대화하는 작가의 조형관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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