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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2월호 | 작가 리뷰 ]

산중다담 - 김계순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2:58:53
  • 수정 2009-06-13 14: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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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성희 본지기자

차와 찻그릇은 다신의예茶身依禮 라 한다. “차는 몸이요 그릇은 의복이다.”라는 뜻이다. 기자가 도예가 김계순(53)을 만난 것은 지난 2008년 11월 26일 서울 인사동 통인 화랑에서 열린 그의 두 번째 전시 <찻그릇전>에서였다. 그의 찻그릇은 자연에 순응하며 여인네의 곡선을 연상하듯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특유의 평화로움을 준다. 뛰어난 기능의 기교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정감을 전해와 사방이 온통 현대식 건물과 팍팍한 생활로 판치는 요즘 도심 속에서 만난 그의 작품이 더욱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충청북도 영동군 백두대간의 각호산줄기 도마령 아래 700m고지 담안동에 작업실을 꾸린 도예가 김계순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사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한다. 자기 작업은 그저 ‘도예’를 향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출발했을 뿐, 거창한 담론으로 포장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화려함 보다 누구나 어디서나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찻그릇을 만들어가는 그는 작업장 주변의 흙과 그 땅 밑을 흐르는 물로 반죽하고 주변의 나무를 이용하여 만족스러울 때까지 불 때기를 한다. 태토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임도나 농지 정리사업현장, 또는 샛강 정리현장 등 발길이 멈추는 대로 채취, 수비한다. 목물레위에서 완성되는 그의 작품에서는 투박하면서도 다양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배낭을 메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채취한 태토는 작품의 느낌을 더욱 다양하게 한다. 또한 유약 없이 장작가마 속에서 재를 날려 표현하는 암갈색과 검은색, 회색과 노란색 조화의 자연 그대로의 발색은 아름답기만 하다. 항상 차와 그릇이 만날 때 서로 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그릇과 차를 사용하는 사람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도예가가 되고 싶어 하는 그는 전통과 현대를 넘어 고뇌하며 좋은 그릇을 만들기에 정성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때로 아주 작은 인연이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 2003년 겨울 그에게 “여보게 차나 한잔 하고 가게” 라고 전한 한 불당의 스님 말 한마디가 차에 대한 인연이 되었고 그 차 한 잔이 찻그릇을 빚는 도예가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밤새워 무릎을 굽히고 6시간 동안 소변을 참으며 꼼짝없이 고문을 당하면서 하룻밤동안 진행된 스님의 고요한 미소와 넉넉한 용서가 자신을 찾게 했다. “답은 네 안에 있다. 밖에서 찾지 마라.”는 스님의 조언과 함께 김계순은 1년 뒤인 2004년 가을 경기도 파주 김갑순 도예가의 제자로 들어가 수련해 그룹전과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고 도담島潭이라는 호와 함께 강원도 강릉시 사기막골의 산자락에 마련한 작업장 도담요島潭窯를 운영하게 됐다. 처음 시작한 작업은 무유번조였다. 성질과 색이 순하고 순박한 옹기토를 태토로 안료나 유약이 아닌 상감기법으로 무유번조 하는 도편 작업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찾아온 화재로 인해 작업장과 가마가 파손되고 모두 흙속에 묻히면서 도예인생에 대한 시련이 찾아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생각과 함께 충북 영동으로 옮겨와 여러 지인들과 함께 직접 작업실을 지으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애초에 발심했던 작은집. 수없이 많은 지인들의 손길이 만들어낸 공간, 그곳에 나처럼 느리게 살아도 좋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지길 바라며 조금씩 도편을 만들어 아름다운 작업실을 만들 겁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화재로 잃은 작업실은 그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찾고 많을 것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가마가 익어가고 굴뚝에 빨간 불기둥이 솟구칠 때면 주변의 에너지들이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휘리릭 휘리릭 귓가를 스칩니다. 그때마다 기도합니다. 가마의 여신이여 당신의 자식들과 만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는 그릇으로 태어나게 해주시옵소서.’ 이렇듯 넉넉한 마음이 행복한 우리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일생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잘 아는 그는 지금 자신이 행하고 있는 모든 것은 과정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 과정의 결과가 가져다주는 행운을 위해 노력하려 한다.
도예가 김계순의 가까운 목표는 세번째 개인전과 함께 작업실 주변에 개인 전시공간 겸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위한 차실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그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강한 손맛이 느껴지는 찻 그릇들, 김계순의 그릇은 언제나 ‘삶의 표정’으로 가득 차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월간도예 2009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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