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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1월호 | 작가 리뷰 ]

소박한 익살이 주는 착한 징조-장미경
  • 편집부
  • 등록 2009-06-13 11:59:55
  • 수정 2009-07-11 12: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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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연주 본지 기자


길상吉祥이란 ‘아름답고 착한징조’ 라는 뜻으로 운수가 좋을 징조나 좋은 일이 있을 조짐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이러한 동물이나 식물, 해와 달, 별 등에 길상의 의미를 두고 의복이나 장신구,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그림으로 도안화해 상징적인 의미로 즐겨 사용하였다. 벽사  邪의 의미를 지니는, 그래서 초인적이고 강력한 힘으로 재앙을 막아주기도 하는 형상을 말하기도 한다. 길상은 인간의 불안한 원초적인 의식과 안정되고 보다 풍요한 세계를 희구하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경기도 이천 수광리에 있는 ‘영토미’ 샵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장미경만의 진한 감성이 묻어난다. 진열된 생활자기 사이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형상들은 주인의 일관성 없는 취향 덕분에 종류도, 크기도 제 각각이다. 한쪽 구석엔 그녀답지 않은 제법 큰 사이즈의 호랑이 두 마리가 씨익~웃으며 샵내부를 한층 포근하게 만들어 준다.
장미경은 전반적으로 기쁜 일을 가져다주는 길한 동물이라 웃음을 띄며 작업에 임한다. “저의 아버지는 세상에 명예와 권력을 가지셨던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든을 바라보시며 하시는 말씀이 ‘덧없다’ 였어요. 힘들게 살지 말라고. 그러시면서 행복하게 재미있게 살라고 하셨어요.” 그의 작업은 즐겁게 하면 얻는 것이 많은 작업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는 삶에 즐거움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여러 가지 동물들을 인격화시켜 활용한다. 밝게 채색된 동물 모양의 인형들은 재미있고, 친근하며 귀엽기까지 하다.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소박하고 자유로운 색감에서 삶의 안식과 위안을 주는 듯하다. 하늘을 나는 봉황이나 싱글생글 웃고 있는 해태상, 신비한 형상에 올라 탄 모양의 동물들은 익살스러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 작업 중에도 애착이 가는 작품은 ‘개구리호랑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 “못생긴 게 입만 커가지고 웃고 있네. 뭐가 저리 좋을까? 세상에 웃을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하면서도 웃고 있는 개구리호랑이를 보며 그냥 웃음이 나와요. 사는 게 이렇게 재미있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가로서 참 소박한 말을 한다.

삶의 모습을 상징으로 표현
장미경은 민화와 상여에 제작되었던 나무꼭두, 석상들을 보며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러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대학원에서 작품논문을 쓰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때 생각한 것이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고 그러한 세상에 살면서 현실과 이상, 영혼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귀면鬼面 벽걸이 제작에 관한 논문연구를 시작했다. 
귀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 혹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말한다. 용어자체가 상당히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지만 천지를 관장하며 인간에게 길복재화吉福災禍를 주는 신들이라고도 말하기도 하는 귀면. 옛날에는 두렵고 무서운 존재로 인정하면서도 동정하고 인간의 의지대로 조종하였던 존재가 도깨비였다고 한다. 초인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진 그것은 무서운 형상을 가지고 있었고 조선시대에 와서 실리를 추구하는 상황에 따라 귀면의 정형을 크게 벗어나 순박한 얼굴모양이나 익살스러우면서도 해학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인간의 모든 바램이 귀면의 형상으로 나오게 되면서 또한 길한 형상에 대한 매력에도 빠지게 되었고 또한 가정이,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 그녀의 작업은 순간적인 느낌이나 영감에 따르기보다는 차분히 심사숙고하는 데서 이루어진다.
“스스로 한국적인 것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을 보면 전통적 성향이 강한 듯해요.” 우리것은 왠지 재미없고, 따분하고, 고리타분하고,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단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것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외래문화에 감싸이다 보니 점점 친밀감이 사라지게 되는 것. 그런데 그렇게 알게 되려면 자꾸 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친근해지면 어느새 가슴 속에 따뜻하게 다가온다.

“스승인 박종훈 교수님도 저희들을 데리고 다니시며 옛사발을 만져보고 뒤집어보고 느껴보라고 하셨는데 그때의 전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지금 남편과도 연애시절에 박물관과 전시관 등 옛것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함께 가곤했어요. 언젠가 예술의 전당 맞은편에 있는 옛도자기 전시관을 함께 갔다가 달항아리가 너무 좋아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 그곳에 계신분이 들어와서 지하전시장도 보라고 하시며 귀한 책을 받아온 적이 있었어요.” 시대의 철학을 반영하고 조상의 손때가 묻어있고 애환이 그려져 있는 도자는 위대한 스승이자 예술이라며 적절한 언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정겹고, 부드럽고,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그녀의 작품에는 이 모든 히스토리가 담겨있는 듯하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9년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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