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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3월호 | 나의 작업세계 ]

이웅재 한양여자대학 도예과 교수
  • 이웅재 한양여자대학 도예과 교수
  • 등록 2003-03-18 15:22:30
  • 수정 2025-07-10 13: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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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공간 숨통 트일 지향적인 미래


흙과 인연을 한지가 어느덧 30여 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이 흘렀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 한국 청자 연구소에서 흙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곳에서 전통도자기인 청자를 먼저 접했고 백자도 접하게 됐다.

 그 시절만 해도 요즈음 같이 소지를 구입할 수가 없어 자체실험에 의한 소지개발로 해결했다. 이렇게 제조된 소지로 성형하여 정형작업이 끝나면 반건조된 기면에 음각, 상감기법, 양각, 투각, 압문기법, 귀얄문 등을 이용한 조각기법을 익혔다. 그때의 도자 분야는 전통도자기의 모방품 외에는 성형이 불가능했으며, 작업 환경과 시설의 여건이 근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나는 전통조각 기법을 익히고 소화하고 정확한 표현방법을 찾고자 노력하면서 그것을 기본으로 전통에 현대적인 예술감각을 가미하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본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도자예술에 있어서의 새로운 감각과 기법을 배웠고 현대도예에 대한 이해와 창작표현, 조형방법, 조형이론 등 모두가 일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작품설정을 하기 위한 방향설정은 디자인에 의한 석고틀을 여러개 제작하여 가압성형방법, 판성형, 속파기, 말아쌓기 등 기존의 여러 방법을 이용해 왔다.

 본인은 원하는 흙의 물성 효과를 얻을 때까지 계속 반복된 시도를 해왔다. 여러개의 형태를 절단, 결합시켜 대칭적 특성에서 다시 비대칭적으로, 역동적인 조형형태로 변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작품을 구상한다. 기물의 형태를 절단하는데서 오는 변화, 틀을 이용한 직접 변형 등의 방법으로 다양한 전개를 한다. 기물에서 나타나는 전체적인 비례와 균형은 구조적인 미를 수반하므로 장식적인 표현은 유약의 효과와 색감, 형태의 조화 등 직접적인 표현을 한다. 작품 표면 처리를 거칠게하고 유약과 안료를 분무하는 방법을 사용하므로서 의도한대로의 독특한 질감과 색상의 다양성을 얻을 수 있으며 독특하고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이 내재된 것이 특징이다.

 작품을 통해 추구하는 도시의 공간을 주제로 한 것은 바로 이 모든 과정의 결실이다. 내가 선택한 주제의 이미지는 인간이 살고있는 도시의 재구성 체들에 의한 존재적 의미를 건강한 시각에서 포착한 것이며, 그속에 생명력이 넘치는 따뜻한 마음을 담은 데서 비롯된다. 작품 속에 내재된 높고 낮은 아파트의 군집현상과 공해로부터 찌든 곳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을 틔우는 가로수들, 어둠의 세계를 밝히는 침묵하는 가로등들은 삶의 생활 테두리 속에서 인간이 생존하며 부딪히고 느끼는 감정들을 대입시킨 것이다. 도시의 공간과 상황은 문명과 산업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도태된 인간 상실, 인간 부재의 현존적 상황을 표출한 것이며 문명의 집체라고 하는 거대한 도시의 판타지아를 연출한 것이다. 나의 조형작업은 사각의 콘크리트로된 아파트의 구조체로 시작하여 변화된 전개 형식으로 동적인 공간 이미지를 재구성한 것이다. 수직의 직렬에 의한 크고 작은 개체들의 연결 형식은 모뉴멘탈리티를 느끼게 하였고 대칭구도로부터 이탈현상을 보인다.

 내가 선택한 아파트는 일원적 형태감에서 벗어나 열린 공간 사이로 넓게 확장된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다. 또한 형식미의 대범성을 엿볼 수 있으며, 조형적 상관관계를 자연의 이미지로부터 차용한 몇 가지 요소에 의하여 균제의 미가 보강제작된다. 유약은 제겔식에서 이성분계에 의한 실험을 통하여 물방울처럼 맺히는 효과를 나타내는 유약으로 장식 효과와 조형미에 비중을 두었다. 정보화 시대가 극대화된 현대에서는 자력과 개성으로 전통과 디자인을 본질로 함으로서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물레 성형을 좋아하므로 성형하여 변형하고 깎아내고 붙여서 만드는 기능성과 미적요소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분주한 하루라는 시간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나에게 있어 작업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한 도시에서의 일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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