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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3월호 | 작가 리뷰 ]

도예가 김준휘
  • 편집부
  • 등록 2003-03-18 15:12:29
  • 수정 2018-02-13 10: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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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준휘

수많은 절망과 수많은 각오들 사이를 오가며, 희미해가는 나를 힘겹게 끌어안고, 다시 시작을 시도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 2002년 1월 열린 김준휘 도예전 ‘아름다운 세상’전시도록 서문중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시작’을 시도하는 작가

작품에서 실용성 예술성 넘나드는 미의식 넘쳐

 올해 나이 42세인 여류도예가 김준휘. 그는 흙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작가다. 현대도예의 실용성과 예술성을 넘나드는 넓은 폭의 작업 역량을 지닌 그의 작품에는 독특한 미(美)의식이 내포돼 있다.

 도예가 김준휘의 조형작품은 작가가 사용하는 이탈리아산 색화장토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파스텔톤의 색감과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이 함께 표현된 독특함을 지녔다. 또한 생활도자 작품으로 현대생활 감각에 잘 어울리는 벽 타일과 자연물이 그려진 회청색 접시 등은 여성 특유의 감각적인 매력과 실용성도 지녔다.

 기자가 작가 김준휘씨를 처음 만난 것은 올해 초 서울 인사동 한국공예문화진흥원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에서다. 전시장을 들어섰을 때 ‘작품 형식이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전자 뚜껑에 붙은 물고기’를 비롯해 상상속에서나 볼 수 있는 ‘50cm 크기의 사과반쪽’, 벽면에 설치된 ‘회화적 표현의 타일’, ‘벽에 나란히 걸린 자연물이 그려진 접시들’ 등은 근래에 보기 드문 새로운 형식의 전시였다. 한편 지난 96년 제주도에서 갖은 전시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전시였기 때문에 작가의 과거가 궁금했다.

학창시절부터 흙을 어머니처럼 여겨

실험을 통해 자기만의 흙작업세계 이룩

 학창시절 흙 냄새에 반해 무조건 좋아 도예를 시작한 작가는 “흙은 나에게 있어 막연한 모성애와 같은 남다른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재학 당시 그는 흙 자체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무작정 기형을 만들어 물성의 변형에 흥미를 느끼며 손가락으로 찔러 뚫어 보기도 하고 도구를 이용해 칼집을 내어 보기도 하는 실험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작업세계를 만들어 갔다. 대학원 졸업 후 그는 제6회 서울 현대도예공모전 입선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 공모전에서 수차례 입상했다. 또한 88년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열린 ‘8인 모담도예전’ 참여와 89년 5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서울현대도예비엔날레’와 12월 모란미술관에서 열린 ‘개관기념 5인전’에 초대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90년 이탈리아 유학 타일작품 제작 접해

93년 이탈리아 ‘프레미오 세라미카 스포트’ 공모전에서 1등상 수상

 작가는 90년도에 들어서면서 현대 도예가로서 작품영역의 폭을 넓히기 위해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이탈리아 국립 도예학교에서 보낸 유학시절에는 새로운 분야인 타일 제작을 경험하고 현지 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하는 활동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93년 이탈리아 파엔자에서 개최되는 유명 도예 공모전인 ‘제16회 프레미오 세라미카 스포트(Premio Ceramica Sport)’에서 1등상을 수상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93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는 작가로서 작품을 대하는 대중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당시 우연히 접하게 된 소설가 박완서씨의 책을 보고 김준휘씨는 본인이 평소에 느꼈던 사회의 문제점, 특히 여성이 지닌 불합리한 위치 등을 깨닫게 됐다. 이 후 그는 사회 비판적이고 페미니즘 성향이 짙은 작품으로 1, 2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95년 전시

평범한 사물 희화해 사회부조리 고발

 95년 2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갤러리 메이에서 열린 그의 첫 개인전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희화해 사회를 비판하는 성격의 작품을 선보인 전시였다. 전시작품 중 ‘돈키호테의 의자’<사진1>라는 작품은 앉을 수 없는 형태의 의자와 서랍, 꽃그림, 나무를 통해 허상을 쫓는 사람들, 인간내면의 따뜻함, 진리의 깨달음 등의 의미를 내포한 작품이다. 이밖에 ‘방석위의 주전자’, ‘방생’, ‘자연, 사람 그리고 물고기’ 등의 주제를 지닌 작품들 또한 사회의 문제점과 인간, 사랑의 의미를 담고있는 작품으로 선보여 의식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시로 세간에 알려져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96년 제주전

여성의 불합리한 사회적 위치 작품통해 강렬히 도전

 이듬해인 96년 11월에는 제주도 제주시의 고즈 갤러리에서 2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에 선보인 작품의 경향은 아직까지 사회 구석에 남아있는 남성 권위에 의해 여성이 갖게된 불합리함에 도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중절모(남성)와 중절모를 뚫고 자라는 나무(여성, 최고의 나)로 표현된 작품<사진2>과 전화기를 소재로 여성들의 수다를 풍자한 작품 ‘수화기의 동면’<사진3> 등은 작가의 내면을 흙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2회의 개인전을 치룬 김준휘씨는 당시 “나의 작업은 유약이나 흙의 연관관계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화가가 자기작품에 맞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처럼 흙은 내가 선택한 재료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었다. 2002년 1월

6년만에 ‘아름다운 세상’ 주제로 침묵의 초대

기를 기본으로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전개

타일작품은 관객들에게 가장 관심끄는 작품

 그는 두 번째 개인전 이후 6년간 많은 고민을 통해 젊은 시절 지나친 예술가로서의 열정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지난 6년간의 시간은 이제 중견 도예인이 된 저에게 왜 우리 전통도자가 우수하고 화려했었나를 깨닫게 했고 도예의 기본은 기(器)인 것을 자각하게 했습니다”

 그는 도예가로써의 오랜 침묵을 깨고 올해 1월 서울 인사동의 한국공예문화진흥원 갤러리에서 3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주제는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이번 전시의 눈에 띄는 변화는 생활식기를 선보인 것이다. 사과, 봉선화, 호박꽃, 대추나무 등이 은은한 파스텔톤 색감으로 그려진 접시들은 그림과 형태가 모두 편안한 느낌이었다. 또한 1, 2회 개인전에서 보여왔던 작가의 개성이 뭍어 있는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커다란 커피잔, 사과반쪽, 물고기가 올라있는 주전자 등의 작품은 마치 동화속의 이야기를 보고있는 기분을 갖게 해 예전의 의식이 담긴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사진4> 전시장의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타일 작품은 유학시절 배운 작업 기법을 응용한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에게 가장 관심을 끈 작품이다. 그는 집에서 기르던 닭을 관찰해 닭의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을 응용해 타일에 표현했다. 이 작품에 그려진 왕관을 쓰고 으스대는 닭, 알을 품은 닭, 발목이 묶인 닭의 모습 등은 마치 인간의 자화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전시를 통해 “도예가 김준휘는 이전까지 한 덩어리의 흙을 쥐락펴락하며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투영하고 작품을 통해 사회를 풍자해왔던 작품에서 벗어나 우리의 인간사를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며 편안하고 아름답게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하는 성숙함을 선보였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김준휘씨는 홍익대학교 공예과 80학번으로, 동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요업디자인을 전공 1986년에 졸업했다. 그리고 이듬해, 당시 도예가로 활동 중이던 윤장식(현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 교수)씨와 만나 결혼했다. 결혼 후 4년간 경기도 남양주의 덕소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작품활동을 해오다 92년 남편과 함께 이탈리아로 건너가 이탈리아 국립도예학교 건축 도예과 졸업, 도조과를 수료하는 2년간의 유학생활을 하고 귀국했다. 귀국 후 남편의 학교와 가까운 곳인 충청남도 천안시 광덕면 무학리의 한 조용한 시골마을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작가는 지금도 시골의 조용한 작업실에서 흙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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