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07.12월호 | 작가 리뷰 ]

미의 절대적 가치 탐구와 흑도黑陶의 여유로운 표정들/원경환
  • 편집부
  • 등록 2008-12-24 16:34:11
  • 수정 2010-03-17 12:36:12
기사수정
  • 원경환
  • 여유로운 표정들

미의 절대적 가치 탐구와 흑도黑陶의 여유로운 표정들
원경환
글 유재길 홍익대학교 미술비평 교수

1993년 일본 동경의 소게츠草月 미술관에서 원경환의 흙 작업과 만남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당시 그의 흙 작업은 전시장 입구의 넓은 로비에 설치되어 참여자들로 하여금 신비로운 공간 체험을 경험하게 하였던 것이다. 이는 도조의 조형적 가치보다 흙의 특성과 장소의 특수성을 생각하게 하면서 인공적 빛과의 조화를 이룬 실험적 작품으로 필자 뿐만 아니라 현대도예가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것이 2001년 서울 로댕 갤러리에서 <흙의 인상Impression in Clay> 전시로 이어지면서 도예가 원경환은 국내에서 흙의 설치미술가로 주목받는다. 로댕갤러리에서의 설치작업은 사각의 투명 플라스틱 기둥이나 10미터 넘는 미술관 유리창에 직접 붉은 점토를 바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흙의 표정을 읽게 하였다. 관람객은 여기서 표면에 생기는 균열과 함께 작가의 신체적 접촉을 확인하게 되면서 사물의 본질은 물론 현상학적 접근을 통한 ‘흙의 인상’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2007년 이번 개인전은 과거 대규모 설치작업과 달리 3차원 공간에 작은 볼륨이 강조되는 조형적 오브제 조각으로 독특한 ‘흑도번조’ 기법의 도자조형 작품을 보여준다. 대부분 소품들로 받침대가 있는 흑도번조의 도조는 나무와 금속 오브제가 결합되면서 조형의 완벽함과 일상적 삶의 이야기를 담기도 한다. 긴장감을 주는 섬세한 ‘흙의 표정’과 함께 서로 다른 재료 활용으로 그의 흑도번조 작업은 표현영역의 확장이 이루어진다. 또한 과거 흑도번조의 오브제 조각과 달리 이번 전시에서 흑색 모노크롬 추상화 같은 부조작품이 처음 선보이기도 한다.
원경환의 흑도번조는 1980년대 초반 일본 유학시절부터 시작하였던 기법이다. 전통적 토기 기법으로 매연을 태토에 흡착시켜 검은 빛을 띠게 하는 방법으로 흙의 물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그의 경우 토기의 기능성이나 도구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흙, 그 자체가 갖는 특성과 표정을 담고자 한다. 그의 작품은 형태의 순수성과 흙의 성질을 그대로 살리는 개념적 미술로 흙의 원초성과 사물의 본질을 밝히려는 현상학적 탐구로 확인된다.
초기 흑도번조에 의한 도조작품은 기하학적 추상 형태의 반복과 단일 구조로 단순한 조형적 특성이 돋보였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그의 조형적 특성은 삶의 주변에서 발견되는 목기와 금속 등 이질적 물질을 흑도와 결합시키는 실험적 작업에 몰두한다. 흑도번조의 도조는 나무, 금속 오브제와 만남으로 상생相生이나 상극相剋을 의미하는 <목생금土生金>이나 <목극토木剋土>라는 연작이 제작되기에 이른다. 묘한 것은 여기서 흙의 특성이 약해지기보다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나무와 금속이 결합되면서 오히려 흙의 특성이 더욱 잘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번 처음으로 보여주는 흑도 부조는 모노크롬 추상회화처럼 평면성과 행위성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평면 개념으로 회화적 해석이 가능하게 된다. 평면구조의 사각 틀에서 흑도부조 표면은 의도된 선과 우연의 균열이 반복되거나 겹쳐지면서 자연의 재현과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며, 부조적 표면은 결코 단순하지만 않다. 신체의 접촉과 흑도번조에 우연의 개입은 물론 평면의 모노크롬 부조로 표현의 깊이를 더해준다. 이는 사물의 본질을 밝히려는 현상학적 탐구로 초기 흙의 설치작업과 연관을 갖는다.
결론적으로 원경환은 이러한 자신의 흑도黑陶 작품들을 “흙과 함께 나무나 금속 등 다른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흙의 특성을 강조하는 작업”으로 설명하고, 한국미술문화 연구원인 후루카와古川는 “역설적으로 흙의 가능성을 찾아내 흙의 목소리를 울리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자연과 인위의 통합적 연출”이라고 해석한다. 이처럼 그의 흑도번조 작품은 다양함으로 점차 신비로운 공간체험은 물론 자연과 일상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서술적 작품이 제작되기도 하며, 흙의 여유로운 표정을 읽게 한다. 흑도번조를 통한 원경환의 현상학적 탐구는 ‘흙의 표정’을 통한 미의 절대적 가치 탐구로 주목되는 것이다.

<더 많은 자료는 월간도예 2007년 12월호 참조바람>

0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월간세라믹스
전시더보기
대호단양CC
대호알프스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